Drive Through

2017.01.18 23:49

정국희 조회 수:20

                            

Drive Through

정국희 

 

 

 

 

버벅버벅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있는 대로 혀를 굴려도

소통되지 않던 언어

손바닥만한 기계에 대고 혼자 말을 해도

억장이 무너졌다

 

단번에 기세가 꺾여

자존심을 몇 번 강타당한 후

드라이브 뜨루는

절대 사양이었던 이민 초기

 

그때

우리들에겐 계절이 없었다

입과 귀가 더딘 걸음으로

持難지난을 빠져나오느라

그렇잖아도 구비진 길이 그믐처럼 컴컴했다

 

이젠 진땀 빼지 않아도

말하는 폼이 버터에 익숙해진 걸

용케도 알아차린 오더 머신

더 이상 스피커에 대고

선웃음 칠 필요 없다


기막힌 시절 다 겪어내고

세상의 주인이 된 내 아가들아

여린 발로 지나간 그 억새밭을

너히가 다 컸다고 어찌 잊겠느냐

 

바람막이 없던 허허벌판 사라지고

곤두세웠던 날이 접힌 지금도

Drive Through를 지날 때면

까란 것이 목울대를 훓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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