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문학사

2017.01.26 05:32

정국희 조회 수:805

   


                                                            한국 현대시 문학사

 

 

 

1950년대 6.25 전쟁이 문학에 남긴 영향은 무엇일까? 전쟁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시인들은 급격한 의식 단절과 굴절을 경험하게 되었던 게 사실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전쟁 위기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이런 상처를 복구하고 재건의 문제와 민족적 지향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하면, 전쟁은 세계와 자아를 동시에 무너뜨리고 모든 것을 말살해버림으로서 시인들에게 실존적 위기의식을 갖게 하였다.

 

이에 따라 시인들의 현실 인식이 전쟁으로 인해 변화되었으며 전쟁의 불안과 공포와 자기 실존을 균열시키는 경험을 통해서 해체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전쟁이 가져다준 현실의 폐허 속에서 1950년대 문학의 첫째는 전통 서정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시인으로는 서정주, 이원섭, 이동주, 박재삼 등이었으며 이들 전통시인들은 순수 서정의 세계를 통해 파탄된 현실과 자아 복원을 시도했다. 이들은 시적 주체의 내면을 치유하면서 시적 의지를 표출한 면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 모더니즘 계열의 시와 언어 실험과 해체시 미래파 등의 시인들과 시


 

모더니즘 시는 1950년대 전쟁 이후 현실적 상황에서 격리된 채 자기 도취적인 자연과 현실을 의식하지 않는 전통 서정시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이에 따라서 해방 전 1948년경에는 신시론의 동인이 활동하게 된다. 신시 그 자체가 새로운 시, 모던한 시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래서 1948년에 김경린, 김병옥, 박인환, 김경희, 임호권 등이 결성되었고 전쟁 직후에는 전통 서정시와 1930년대 이상, 정지용 등의 모더니즘과 구별되는 신세대 문학을 주창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김수영, 김경린, 박인환, 양병식, 임호권 등이 참여했다. 신시론 동인들은 현대성, 모더니티를 추구함으로 인해서 언어의 기능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의 형식을 마련하였다.

신시론은 전쟁 직전인 1949년에 시작됐는데 동인 중에서는 박인환, 김경린이 김규동, 김차영, 이봉래, 조향 등을 정규 구성원으로 1950년에 결성되었다. 이러한 후반기 동인들은 1930년대와 구별되는 50년대 모더니즘의 특성을 확립하려고 했다. 그래서 수사학적인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적인 실험과 모색을 통해서 현대성을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후반기 동인들의 목표였다.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 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가고 //보랏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뿌리고 간 설화가/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과 /예절과 그리고/ 공포만이 거품일어/꽃과 태양을 등지고 /가는 나에게/어둠은 빗발처럼 내려온다>>

                                                                                  김경린[국제 열차는 타자기처럼]부분

 

<<낡은 아코오뎡(아코디온)은 대화를 관뒀습니다/여보세요! /<뽄뽄다리아> /<마주르카>/ <디젤 엔진>에 피는 들국화//왜 그러십니까? (A)/모래밭에서/ 수화기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 . 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깃폭들/나비는 /기중기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B)>>

                                                                                             조향 [바다의 층계] (1952)전문

 

조향의 시는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시를 추구했는데 이런 시를 바로 데뻬이즈망의 미학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의사전달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언어 자체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시. 다시 말하면,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 것들을 서로 병치한 데뻬이즈망이다. 이것은 1924년 프랑스에서 앙드레 부르통이 주창한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미지들의 자유로운 결합은 언어적 충격을 넘어서긴 하였지만 그것이 현실의 폭력성에 대한 비유로 나아가지 못한 채 단순 나열에 그쳤다고 하겠다.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피 묻는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 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작은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관점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진공의 해안에서처럼 과묵한 묘지 사이사이에서/숨가쁜 제트기의 백선과 이동하는 계절 속/불길처럼 일어나는 인광의 조수에 밀려/ 이제 흰나비는 말없이 이즈러진 날개를 파닥거린다>>

                                                                                                     김규동 [나비와 광장]후반기


이 작품은 공간적인 배경은 도시이며 활주로 한복판에 선 시적 주체를 지배하는 불안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는 시다. 이렇게 전후의 황폐한 현실 앞에서 마주한 시적 주체의 심경을 권태와 서글픔, 허망함, 피로감을 표현하면서 주체의 형상 자체를 통해 시대를 문제적으로 응시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김규동은 시집 [나비와 광장]을 통해서 시적 방법 탐구와 자기 성찰과 현실에 대해서 모색하였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의/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박인환 [목마와 숙녀]부분

 

[목마와 숙녀]는 감상성과 허무적 감각이 강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박인환은 모더니스트를 주장했다. 모더니스트는 무엇보다도 이론적으로 지성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문명에 대한 이성적 비판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적인 모더니즘을 추구했고 또한 창작에 있어서는 그런 전위적인 모더니즘의 센티멘털리즘을 강하게 표출했다는 점에서 박인환의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이 대표작은 도시 문명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존재론적 우울과 감상을 피상적으로 묘사한 시다.

 

<<사람이란 사람이 모두 고민하고 있는/ 어두운 대지를 차고 이륙하는 것이 /이다지도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우매한 나라의 어린 시인들이었다/ 헬리콥터가 풍선보다도 가벼웁게 상승하는 것을 보고/ 놀랄 수 있는 사람은 설움을 아는 사람이지만/또한 이것을 보고 놀라지 않는 것도 설움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자기의 말을 잊고 /남의 말을 하여 왔으며 /그것도 간신히 떠듬는 목소리로밖에는 못 해 왔기 때문이다/ 설움이 설움을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젊은 시절보다도 더 젊은 것이 헬리콥터의 영원한 생리이다>> 

                                                                                                              김수영 [헬리콥터]부분

 

 

헬리콥터에 대한 성찰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 자신이 근대적인 것,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 추구되는 대상조차도 역시 설움을 겪고 있는 존재라는 것으로서 즉 도시 문명, 도시 문물에 대한 현대성의 모더니티에 대한 성찰을 수행하고 있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헬리콥터라는 다소 산문적이고 우리가 익숙한 시적인 아름다움이 없는 시지만 바로 그러한 일상적인 언어가 김수영이가 선취한 시의 지점이고 우리가 지금 현재 일상어를 시로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하겠다.

 

 

<<어둠한 저녁녘 지난해에의 사족 투성이를 알아 내이는 야시 밤시장/ 밤도시의 기럭지는 움직이는 사선/ 이 가파로운 화폭이 요원하다가는 말아버리었다 /간혹/매점 같은 것들의 친구인 등불의 연안이 줄기차 있기도 하였다/아직은 원색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노고의 환각을 잃고 난 다음>> 

                                                                                                                     김종삼 [원색] 전문

 

 

[원색]이라는 이 시는 새해의 첫날 혹은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은 도시의 저녁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즉 돌이킬 수 없고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이 사라진 도시의 밤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압축적이고 절제된 산문적 순수시로서의 성취와 언어에 대한 실험 정신을 보여준 시라고 하겠다. 김종삼 시의 특성은 과감한 생략과 반복, 여백 구사를 통해서 내용 없는 본원적 세계의 갈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꽃들은 피어서 피어서 지금 사살된 비둘기의 폐허/무지개의 폐허에 피어서/ 지금 장미의 이파리와 같은 눈시울을 지닌 사랑하는 너와 나의 또/ 지금 어느 곳 장미의 이파리와 같은 눈시울로 사랑하는 수없이 많은 너와 나의/ 너와 나의 너와 나의 깃발이다/ 작은 /그러나/ 목숨을 걸어 태양을 향한 아름다운 깃발이다 /너와/ 나의 >>

                                                                                        전봉건 [지금 아름다운 꽃들의 의미]

 

 

전봉건은 이와 같이 시의 리듬을 통해서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폐허 속에서 상처를 치유했다는 게 특징이다. 생명을 잉태시키는 리듬이고 약동하는 생명력을 바로 리듬에 담았다. 즉 모든 생명의 원천인 태양을 향해 펄럭이는 모든 존재의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의 상처를 지성적 리리시즘, 리듬감을 수용해서 전후 서정시의 한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모더니스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짐승이다/ 나는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 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전문

 

이와 같이 1950년대 전후 모더니즘의 특성들이 바로 전통 서정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또 사회주의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타났다. 또 전쟁의 불안과 공포, 파괴와 살육 등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전후시의 특성이었다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신시론 동인과 후반기 동인이 추구했던 김춘수, 김수영, 전봉건, 김종삼, 김규동, 조향, 박인환, 김경린 등이 바로 50년대 모더니즘 시인들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 탐구와 전쟁 이후 현실에 대한 미학적 응전의 성과를 가졌다라는 것은 바로 1950년대 모더니즘 운동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언어실험과 해체시


 

해체주의라고 하는 것은 80년대 모더니즘이다. 해체라고 하는 것은 폭압적인 정치권력, 80년대에 대한 그 자체를 실천적인 방식으로, 미학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말이다. 즉 정치적 억압과 왜곡된 현실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반응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바로 광주 민주화 항쟁이 대표적인 80년을 시작하는 서두였다. 그래서 왜곡된 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형식적 비틀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 80년대의 모더니즘, 즉 해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 해체주의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시인은 이성복, 황지우, 박남철, 김혜순, 최승자, 이승하, 장정일, 김영승, 유하, 하재봉, 이윤택 등이며, 이들 시인들은 벽보, 광고문, 기사, 각종 유희 언어, 비속어 등을 과감하게 시어로 선택함으로 해서 기존 시에서 볼 수 없었던 그 형식을 접목하면서도 그것을 다시 유희에만, 멈추지 않고 지성적 사유로 현실에 대한 긴장감을 표현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실험 의식이 과격한 아방가르드 전위적인 경향으로 분리되는 것이 80년대 해체주의 경향이었는데 시의 특성은 건축술적인 언어구도, 참신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제제시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는 황동규, 정현종, 이하석, 김광규, 최승호, 김승희, 김정란, 기형도, 송찬호 등이 대표적인 시인이다. 또 한편으로는 해체주의의 한 경향으로서 도시 시의 등장이다. 80년대는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성장되면서 도시적 일상성을 포착하고 객관적이고 지적인 언어로 구성한 시를 도시 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시인은 이하석, 최승호이다.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송찬호>는 비관주의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언어 건축물로 어둠 속에 서 있는 시를 썼다. 무엇보다도 첫 시집 [흑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는 비관적 언어 인식을 바탕으로 세운 언어의 성채이자 감옥이다. 즉 언어 자체가 바로 성채이며 곧 감옥이다라는 자의식을 이 시에서 유감없이 보여준 시집이다.

 

<<말의 고향은 저 공기 속에 있다/ 공기 속을 떠돌아다니는 꺼지기 쉬운 물방울들/ 바람 속 고정불변의 감옥들//말과 사물 사이에 인간이 있다/ 그곳을 세계라 부른다/드러내 보이는 길들 그 길들을 이어받아 /뒤틀린 길을 드러내 보이는 길들>>

                                                                                                          송찬호 [공중정원 1]부분

 

그러므로 30년대의 이상, 50년대의 김수영, 김구용, 그다음 70년대 김춘수, 오규원, 이승훈의 계보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이성복, 이윤택, 김혜순, 최승자, 박남철 등과 함께 80년대에 등단한 황지우, 장정일, 김영승, 유하 등의 시는 미학주의에서 탈출해서 세계와 소통하는 해체주의로 분류된다는 큰 특징이 있다.

 

<이성복>80년대에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라는 첫 시집을 통해서 해체주의 시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시집에는 805월을 광주항쟁의 비극적 사건과 암울한 80년대를 예언하는 첫 시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집에는 이미지의 돌연한 충돌과 내적 맥락을 무시하는 환유적 서술, 그리고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언어를 구사한 것이 큰 특징이라 할수 있다. 게다가 아버지에 대해 거침없는 욕설을 퍼붓는 것을 통해서 아버지로 대표되는 80년대의 시대적인 권력, 정치권력에 대한 암시, 적개심, 비판을 보여주면서 아버지의 이름을 거부하며 낯설고 거친 언어를 폭발하고 있다.

 

<<그해 가을 나는 세상에서 재미 못 봤다는 투의 말버릇은/버리기로 결심했지만 이 결심도 농담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떨어진 은행잎이나 나둥그러진 매미를 주워 /성냥갑 속에 모아두고 나도 누이도 방문을 안으로 /잠갔다 그해 가을은 나는 어떤 가을도 그해의 것이 /아님을 알았으며 아무것도 미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비하시키지도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아버지, 아버지! 내가 네 아버지냐/ 그해 가을 나는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을 다 살아버렸지만/ 벽에 맺힌 물방울 같은 또 한 여자를 만났다/그 여자가 흩어지기 전까지 세상 모든 눈들이 감기지 않을 것을 나는 알았고/ 그래서 그레고리 장자의 가족들이 /이장을 끝내고 소풍 갈 준비를 하는 것을 이해했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 해. 그해 가을, 가면 뒤의 얼굴은 가면이었다>>

                                                                                                                  이성복[그해 가을]부분

 

 

<황지우>1980[연혁]이라는 시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함과 동시에 문학과 지성에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황지우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 [나는 너다] 등의 시집을 간행해서 현실에 대한 풍자와 실험의식을 추구했다. 또한 과격한 어떤 각종 기호와 그림, 만화, 신문기사 등을 몽타주, 콜라주를 해서 이어붙이는 시의 기법을 통해서 기존 시의 경계를 가장 전위적으로 넘어서는 시적 방법을 취했다는 것이 황지우 시집의 특징이다.

 

 

<<83420일 맑은 18도씨. 토큰 5550, 종이컵 커피 150, 담배솔 500, 한국일보 130, 자장면 600, 미쓰 리와 저녁식사하고 영화 한편 8600, 올림픽 복권 52500. 표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청과물상 김정권 씨. =얼핏 생각하면 요즘 세사에 조세형같이 그릇된 셨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생활태도를 일찍부터 익혀 평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원규 군에게. , 임감이 있고 책임감이 있고 용기가 있으니 공부를 하면 반드시 성공 .....중략......>>

                                                                     황지우 [한국생명보험회사 송일환 씨의 어느 날]

 

<<물이 다가온다. 수천 마리 쥐떼가 다가온다. 방문 열면 가득히 밀려오고 서까래 가득히 올라간다. 물이 온다. 온다. 오는구나. 머리 풀고 바다가 오는구나. 귀신들이 오는구나. 산을 갉아먹고 바다를 먹어치우고 강둑을 갉아먹고 마당으로 오는구나//. 서까래는 내려앉아 산은 무너져 주검들이 솟아오른다. 솟아오른 주검들이 물속에 머리를 풀고 우리집으로 쥐떼처럼 찾아든다.// 똥이 입으로 들어오고/ 밥이 항문으로 소리 없이 나간다/ 똥을 누면 천장에 가 붙고/ 바람은 물 밑에서 물 밑으로 분다/ 비가 온다 비는 땅속에서 하늘로/ 퍼붓는다 신나게 치솟아 오른다/ 솟아오르던 죽은 외조모의 머리칼도 내 목을 휘감는다>>

                                                                                                                      김혜순[홍수] 부분


<김혜순>[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등을 발간한 시인이다. 홍수 때문에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던 외조모, 외할머니의 모습까지 올라와서 자신을 휘감는 그런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는 주술성이 강한 시다. 이처럼 이미지의 충돌을 사용하여속어의 거침없는 사용을 하는 것 김혜순 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쁜 놈 난 널 죽여버리고 말 거야/ 널 내 속에서 다시 낳고야 말 거야/ 내 아이는 드센 바람에 흘러 지상에 떨어지면/ 내 무덤 속에서 몇 달간 따스하게 지내다/ 또다시 떠나가지 저 차가운 하늘 바다로/ 올챙이꼬리 같은 지느러미를 달고/ 오 개새끼 /못 잊어!>>

                                                                                                                        최승자[Y를 위하여]

 

<최승자>는 미워하면서도 좋아하는 억눌린 여성성이 욕설과 복수심 표출을 통해서 해체적 사유의 등장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 욕은 독재정권의 강력한 대통령 중심주의를 공격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장정일>은 여러 장르의 시적 도입을 통한 장르의 경계를 해체한 시인이다. 장정일은 의도적으로 천박한 패러디를 시도하고 또 소비지향적인 현실을 풍자했다. 대표적인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길안에서의 택시 잡기]80년대를 대표하는 시다.

 

<<길안에 갔다/ 길안은 시골이다/ 길안에 저녁이 가까워왔다라고/ 나는 썼다 그리고 얼마나 이 서두를 새로 시작해야 했던가/ 타자지를 새로 끼우고 다시 생각을 정리한다 나는 쓴다/ 길안에 갔다/ 길안은 아름다운 시골이다/ 그런 길안에 저녁이 가까워왔다/별이 뜬다/ 이렇게 쓰고 더 쓰기를 멈춘다/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나는 끼워진 종이를 빼어 /구겨버린다 이놈의 시는/ 왜 이다지도 애를 먹인담>>

                                                                                            장정일 [길안에서의 택시 잡기] 부분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 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 과 과녁에 서 있는 /그런 부 불안의 생김새들/ 우우 그런 치욕적인/ 과 광경을 보면 소 소름 끼쳐/ 다 다 달아나고 싶어/ 도 동화야 도 동화의 세계야 /저놈의 소리 저 우 울음소리/ 세 세기말의 배후에서 무 무수한 학살극/ 바 발이 잘 떼어지지 않아 그런데/ 자 자백하라구? 내가 무얼 어쨌기에//소 소름 끼쳐 터 텅 빈 도시/ 아니 우 웃는 소리야 끝내는/ 끝내는 미 미쳐 버릴지 모른다/ 우우 보우트 피플이겨텅 빈 세계여/ 나는 부 부 부인할 것이다>>

                                                                             이승하 시인의 등단작 [화가 뭉크와 함께]전문

 

80년대에 등단한 서정시인들은 무크지나 동인지보다는 기존 잡지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경우가 많았다. 남진우, 하재봉, 이문재, 황인숙, 황학주, 이승하, 박주택, 함민복, 서정윤 등이 시인들이다. 이 때에 시운동 동인이 있었는데 바로 이문재, 하재, 남진우 등으로 구성된 동인으로서 서로 유사한 상상력을 중시하는 시적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하겠다. 시운동 동인은 현실주의 민중시의 경직된 논리를 원형적인 상상력, 일종에 어떤 가스통 바슐라르라고 하는 프랑스 철학자의 큰 영향, 바로 원형적 상상력으로 극복한 게 특징이다.

 

<이문재>시운동 동인의 대표적인 시인 이문재는 82년 시운동으로 등단을 해서 서울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대표적인 첫 시집 [내 젖은 구두를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는 굉장한 센세이션과 각광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주곤 했다/ 가령 내가 어떤 힘으로 버림받고/ 버림받음으로 해서 아니다아니다/ 이러는 게 아니었다 울고 있을 때 /나는 빈집을 흘러나오는 음악 같은 /기억을 기억하고 있다>>

                                                                                             이문제 [우리 살던 옛집 지붕] 부분

 

 

<남진우> 시인은 비평가로도 정평이 있는 시인인데 비극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로 인간의 존재론적 방황을 다뤘다. 동아일보 등단하였으며 첫 시집 [깊은 곳에 우물을] 이 있다. 또한 시운동을 대표하는 시인 하재봉 또한 80년 동아일보로 등단했으며 그는 숲, 안개, , 별 등의 원형적이면서도 환상적 이미지를 열정적으로 구사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안개와 불]이 있다.

 

<<빛으로 짠 커튼을 치고 싶습니다/ 불을 켜야 불을 켜지 않은 방보다 어두운 방은/ 좁고, 나이가 들어 어머니 등은 따뜻합니다/ 우러러 들리는 위층 하늘에는 정육점이 삽니다/ 메주처럼 조용한 어머니는 가는귀가 먹어 /하늘에서 들리는 삼겹살 써는 소리는 못 먹고/ 갈비 자르는 소리만 먹습니다>>

                                                                                       함민복[지하생활 3주년에 즈음하여]

 

 

<함민복>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함민복은 산업화 시대에 소외된 삶을 우울한 시선으로 형상화 하면서 당대 삶의 어두운 면을 우의적으로 풍자, 비판하였다. 그 외의 시인들로는 장석주, 문인수, 김광규, 송재학, 안도현, 조정권, 이기철 등의 시인이 있었다. 이처럼 현실적인 저항이 현실주의였다면, 미학적으로 현실에 대한 저항이 바로 해체주의라고 하겠다. 또 한편으로 현실주의와 해체주의가 부각되면서 서정시 계열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고 이에 따라서 시운동 동인들이 80년대의 새로운 서정시로 등장했다.

 

 

 

2. 현실참여와 현실 비판의 시


 

 

1989년 베를린 장벽의 철거와 현실 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가속화됨에 따라서 평등한 사회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꿈이 가속화 되었다. 19876월 항쟁의 민주주의의 성취. 그리고 6.29라고 하는 신군부가 탄생했다. 노태우라는 군부에 의해서 재출범을 하게 되므로 90년대 자본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상품미학의 압도적인 지배로 접어들게 되었다. 따라서 시 장르 경계가 해체되고 탈중심적 경향이 자리 잡게 된다. 즉 시적 언어가 한국문학사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전통적 이해에서 일상과 욕망, 자기 정체성의 범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거시적이고 중심주의적인 근대문학에서 미시적이고 탈중심적인 탈근대문학의 관점에서 시인들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었다.

 

80년대 대표적 민중시인이었던 김남주와 박노해 등 현실 참여시 계열이 자연스럽게 퇴행하고 또 소멸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또한 시적 주체의 자기 동일성에 대한 회의와 반성 속에서 정체성을 재구축하므로 근대적 이성의 중심이었던 이항대립적(내면과 외계, 실재와 허구, 주체와 객체, 동일자와 타자, 정신과 육체, 서정과 묘사 등) 사유방식에 대한 원인과 결과에서 탈피하게 된다. 그러면서 80년대의 과학적이고 민중지향적인 현실인식과 90년대의 현실주의 시는 무엇인가 질문을 하게 되고. 인간과 사회의 위험과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자본주의에 맞선 문학적 진정성의 함의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즉 긍정적 인간의 가능성을 시적 형상으로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 90년대 현실주의 시의 전개양상의 큰 흐름이리고 할 수 있다.



 

현실주의 시인들



<신경림>은 창비 시선 1[농무]로 시작한 시인이며 93[쓰러진 자의 꿈]이란 시집을 발간한다. 그 시집은 이념에 매개되지 않는 현실과 기억의 접점을 찾아나서는 부지런함과 장인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98년에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이라는 시집을 내고 현실주의라는 역사적 이론적 틀을 넘나들면서 당대의 내적 외적 초상을 재현했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는 시집이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슬기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신경림 []부분

 

 

<김정환> 시집 <사랑, 피티>(1991) 80년대 어떤 사회변혁의 실패 이후에 세계를 감당하려는 미학적 틀을 제시하기 위한 의욕으로 나타난 시집이다. 그래서 자기 갱신 의지로서 모더니즘은 보다 정확한 의미로 사회적 심화에 달해야 하고 사회주의는, 리얼리즘은, 현실주의는 보다 정확한 의미로 당대적 심화에 달해야 한다는 논지를 제시하고 있는 시집이다.

 

<<더 이상 너를 빛낼 어둠이 없다/ 더 이상 너의 눈물을 빛낼 꽃이 없다/ 어둠이 없고 꽃이 없으므로 당분간 네가 없다 아아 네가 사라진다 단 한 번/ 눈부셔라 어둠이고 꽃인 사람아/ 새벽이 오고 둘 사이 이슬이 무산되는/ 이 시간 목숨의 불꽃이 다하기 전/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간절하고 싶다.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한순간 집약된 수만 년 인간 정신의/ 너와 너의 명징한 육체적 몸짓이었다>> 

                                                                                                   김정환 [사랑노래 첫번째 1]전문

 

<박노해>[노동의 새벽]으로 80년대 대단한 반향을 불렀던 현장 노동자 시인이다. 교도소에서 나온 이후로 94년에 [참된 시작]이라는 시집을 출간하는 데 거기에는 현실주의 시가 나아가야 할 형상적 전범을 제시하며 내면을 성찰한다. 출옥 이후에는 더 구체적으로 [사람만이 희망이다](1997) 앞선 [노동의 새벽]이나 [참된 시작]보다는 다소 문학적 성과가 다소 떨어지면서 현실주의로부터 일탈하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하겠다.

 

 

<<그해 겨울은 창백했다/ 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 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 온몸 흔들며 아니라고도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 그 푸른 꿈은 돌아오지 않는다고도 했다/세계를 뒤흔들며 모스크바에서 몰아친 삭풍은/ 팔락이던 이리도 새들도 노랫소리도 순식간에 떠나보냈다/ 잿빛 하늘에선 까마귀 떼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 지친 육신에 가차 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 그해 겨울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

                                                                                                 박노해 [그해 겨울 나무]전문

 

 

 

<백무산>80년대를 대표했던 시집[망국의 노동자여]로 유명한 시인이다.

<<누가 이런 일을 내었나/ 가던 길 끊겼네/ 무슨 사태 일었나 가파른/ 벼랑에 목이 잘린 길 하나 걸렸네/ 옛길 거리고 왔건만 새 길 끊겼네/ 날은 지고 울던 새도 울음 끊겼네/ 날은 지고 울던 새도 울음 끊겼네/ 바람은 수직으로 솟아 불고/ 별들도 발아래 지네/ 길을 가는 데도 걷는 법이 있는 것/ 지난 길 다 버린 뒤의 경계/ . 나 이제 경계에 서려네/ 칼날 같은 경계에 서려네 >>

                                                                                                                 백무산 [경계]부분

 

 

3. 전통서정시와 신서정 시


 

90년대 신서정시의 첫 번째 특징은 구서정이 아닌 자연의 보편적인 정서보다 문명생활에서 감지하는 심리적 실존적 틈을 포착한다. 80년대까지의 서정시는 자연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였다. 즉 실존적 틈을 포착해서 내면 심리를 묘사하여 쓴 것이 90년대 서정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섬세한 감각과 언어적 장인의식으로 현대 서정시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인들은 김신용, 허연, 손택수, 문태준, 유하, 박정대, 최영미, 이윤학, 이정록, 조용미, 박형준 등이다. 90년대의 시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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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집 <세떼들애게로의 망명>(199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서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장석남[새떼들에게로의 망명](1991)

 

 

<함성호> 시집<567천만 년의 고독>(1992)

<<동생은 더러워 누나라고 말했다/ 오빠는 이 갈보년 집안 망시올, 때렸다/ 멍든 눈두덩이로 양키들을 받았다/ 사랑해 조지/ 사랑해 빌리/ 사랑해 존/ 왜적의 아이들이 효종 때의 배나무 사이를/ 미친 것처럼 뛰어다녔다/ 흰 배꽃이 우수수 졌다>>

                                                                                                함성호 [이태원, 건축사회학]부분

 

 

<김중식> 시집 <황금빛 모서리>(1993)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

                                                                                     김중식[이탈한 자가 문득]부분 (황금 모서리)

 

<진이정>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1994)

<<그리고 나는 중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제 난 구체성의 신/ 일상성의 보살만을 믿기로 한 것이다/ 덧없음의 지우개 앞에/ 난 흑판처럼 선뜻 맨살을 내밀 뿐이다/ 아트만이 무너진 마당에/ 인생이 꿈이란 건/ 그 얼마나 뻔한 비유인가/ 이제부터 나의 우파니샤드는 거꾸로 선 현실이다>> 

                                                                                                       진이성 [아트만의 나날들] 부분

 

<차창룡>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1994)

<<아버지는 제게 고삐를 쥐어준 순간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지 않고 소가 달아나고 쟁기 이빨이 빠지는 아버지의 논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황소는 더욱 필사적으로 달아났습니다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시대는 안개 속으로 떠났음을 생각이 있는 황소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요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인 황소를 놓칠 수 없었으므로 저도 필사적으로 고삐를 쥐었습니다. 꿈이었습니다

                                                                                                                          차창룡 [쟁기질]부분

 

 

<김기택> 시집 <태아의 꿈>

<<꾸역꾸역 굶주림 속으로 들어오는 비누 조각/ 비닐봉지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 있는 밥알들./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때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아아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 

                                                                                                                             김기택  [] 부분

 

 

 

1990년대 모더니즘의 시의 전개 양상

 

 

90년대 모더니즘 시는 한 편의 시가 아니라 한 권의 시집 단위로 시세계를 구축한 시적 태도를 가졌다. 이전 모더니즘 시인들과 다른 측면으로 인공적이고 의도된 언어미학을 추구했고요TV와 컴퓨터, 비디오 등의 시각매체의 전면화와 대중 소비문화로 PC통신 등을 통해서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세대의 시적 전략을 가장 치밀하고 면밀하게 추구한 시기가 바로 90년대 모더니즘 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시인으로 연왕모, 서정학, 정재학, 김참, 김소연, 함기석, 이원, 성미정, 김언희, 박상순, 이수명 등의 시인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가 있다.

 

 

<김언희> 시집<트렁크>(1993)

<<몸체를 격렬히 떨며/ 회전 수축하는/ 기계 질// 손대지 마시압 나는 지금 /탈수중 탈수중 탈수중// 혈관 속으로 흐르는 전기 피/ 전기 욕정으로 요분질// >>

                                                                                                                    김언희 [탈수증]부분

 

<박상순>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 (19993)

<<훔친 구두를 신고/ 훔친 가방을 메고/ 소풍을 갔다// 발등에 족쇄 같은 고리가 달린/ 여자 아이의 구두를 신고/ 어수선한 닭집 옆 주렁주렁 매달린 시장바구니 하나를 훔쳐 소풍을 갔다//풀밭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선생님은 구두를 먹고/ 아이들은 내 찢어진 반바지와 바구니를 김밥처럼 먹으며// 내게 말했다/ 구두에게 말했다/ 바구니에게 말했다/ , 집에 가!>> 

                                                                          박상순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6년 뒤]

 

 

<이수명>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1995)

<<내장이 비어버린 강이다/ 지난 한 해/ 덮어두었던 기슭들이 모두 사라져버려/ 나뭇가지 하나 찾을 수 없는/ 깊이/ 더 깊이/ 텅 빈 강이다>>

                                                                                                                            이수명 []부분

 

 

<함기석> 시집 [국어 선생은 달팽이](1998))

<<배추머리 소년이 손을 든 채 묻는다/ 염소를 선생이라 부르면 왜 안 되는 거예요?/ 선생은 소년의 손바닥을 때리며 닦아세운다/ 창 밖 잔디밭에서 새끼염소가 소리친다/ 국어 선생은 당나귀/ 국어 선생은 도마뱀>>                                                                                                      함기석[국어 선생은 달팽이] 부분

 

 

<성미정> 시집<대머리와의 사랑>(1997)

>>이발소에서 돌아온 밤 그는 머리카락이 가득 찬 뇌를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다짐한다 그 밤 그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청하는데 폭발이 일어난다 머리카락을 더 이상 누를 수 없었던 뇌가 그를 배반한 것이다 사람들은 가엾은 그의 조각난 머리 주변에 몰려들어 그가 대머리가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성미정[대머리와의 사랑2] 부분

 

 

<이원>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1996)

<<비닐봉지, 검은 쓰레기가 있는 곳으로 굴러 들어간다 한참 나오질 않더니 검은 그림자를 흔들며 헤집으며 나무 밑에 멈춰 있다 그곳에서 시간과 비닐봉지가 같은 색으로 만난다 나무에 등을 기댄 시간의 한쪽 다리가 무릎에서 잘려 있다>> 

                                                                                                             이원[시간과 비닐봉지]부분

 

 

지금까지 내면 심리의 무늬를 묘사하는 형상력을 추구했던 것이 신서정시였다. 사유로부터 현대인의 주체를 회의하고 성찰함으로써 반성적으로 주체를 재구축하는 정신을 가졌다. 신서정 시인들은 현실주의 시인들처럼 자본주의에 저항했는데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미학적이고 의지적인 저항의 모습을 보였다.

 

 

 

2000년대 서정시,참여시, 현대시의 전개 양상

 

 

2000년대 우리가 모더니즘 시, 미래파라고 불렸던 전개양상처럼 2000년대에 이어서 또 다른 모더니즘, 즉 전통 서정시의 관습적인 시쓰기.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에서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관습적인 시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시적 화자의 성찰이 생기고 자연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 인생과 삶과 자연을 일치시키는 것이었다.

 

<문태준> 시집 [맨발](2004]

<<단 하나의 잠자리가 내 눈앞에서 내려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두 날개를 수평으로 펼쳤다/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으로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물 위에 뜬 머구리밥 같다/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날 땅벌레가 봉긋이 지어놓은 땅구멍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보는데/ 내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문태준 [수평] 부분

 

 

<고영민> 시집 [악어] (2005)

<<싸이프러스 사이로 난 눈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고 새의 발자국 같은 흔적들이 그 위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가끔 나는 등뒤에서 누가 부르기라도 한 듯 걸어온 길을 돌아다 봤다. 소실점처럼 어떤 것으로부터 나무도, 너와 나도 점점 멀어져가고. 너도 나처럼 그 길의 후미를 몇 번이고 돌아다 봤다>> 

                                                                                  고영민[싸이프러스 사이로 난 눈길을 따라]


<유강희>시집 [불태운 시집] (1996)

<<등허리에 꽃무늬가 있는 풀뱀은 그러나/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곡선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바큇자국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어/ 물결무늬 판화 한 장 보란 듯 찍어대고 있었다/ 숨 헐떡이며 자전거에서 내린 나는 길 옆 풀섶에다 막대기로 작은 구덩이 하나를 팠다. 고난받은 자의 거룩한 머리띠 같고 또 끔찍한 터진 순대 같은 풀뱀을 묻어주기 위해/ 그러나 풀뱀은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마치 젖먹이 아이처럼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유강희 [풀장]부분

 

 

<손택수> 시집 [호랑이 발자국] (2003)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 발자국 끊어진 곳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손택수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전문

 

 

<박성우> 시집 [거미] 92002)

<<공중에 발자국을 찍으며 나는 새가 있다/ 제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지나온 흔적을 뒤돌아보며 나는 새가 있다// 그 새는 하늘에 발자국이 찍혀지지 않을 땐/ 부리로 깃털을 하나씩 뽑아 던지며 난다/ 마지막 솜털까지 뽑아낸 뒤엔 사람의 눈으로 추락하여 생을 마감한다// 오늘은 내가 그 새의 장례식을 치른다 저 하늘의 새털구름/ 그 새의 흔적이다>>

                                                                                                                      박성우 [] 전문

 

<김선우>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기를 거거부한다면]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대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을 돋아나게 했습니다>>

                                                                                                                   김선우[얼레지]부분

 

 

<이기인> 시집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2005)

<<나와 함께 잠을 자고 싶어 하는 곰 같은 사람이 한 마리 있었다/ 그 곰은 꿀을 찾아서 나에게까지 왔다/ 내 꿀단지는 원통형의 주름치마 속에 감춰져 있었다/ 무릎을 굽힐 때는 조심스럽게 주름을 잡아당겨서 꿀단지를 숨겼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꿀냄새는 무릎과 무릎 사이로 /깊은 산속의 꿀벌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기인[[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꿀단지] 부분

 

<박후기>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2006)

<<어둠은 사월의 담벼락에 검은 천을 깔고/ 목필은 달빛을 찍어/ 그 위에 편지를 쓴다// 아버지 위독하시다/ 뿌리가 깊어 옮겨갈 수도 없고/ 무허가로 꽃피운 죄밖에 없는데/ 지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담장 밖 어둔 길 내다보며 초조하게 피고 지는 어머니/ 재개발지구 목련꽃 >>

                                                                                                       박후기 [목련 편지] 부분

 

 

<송경동> 시집 [꿈잠](2006)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송경동[사소한 물음들에 답함]부분

 

<김신용> 시집 [환상통](2005)

<<그때 나는 문득 풀의 짐은 이슬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게도 없이 짓누르는 무게를 버틸 지게 작대기도 없이 맨몸으로 등에 짊어지고 있는 짐 그 짐이 무거울수록 무게가 아프게 등짝을 파고들수록 그 아픔을 덜기 위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걸어야 하는 그렇게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걸어 짐을 내려놓는 순간 다시 등에 얹어야 하는>>

                                                                                              김신용[도장골 시편-이슬] 부분

 

 

<유흥준>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2004)

<<반쪼가리 아버지가 반쪼가리 어머니 또 패대기치고 있었다 반쪼가리 밥상이 오리처럼 날아갔다. 반쪼가리 마당 가득 반쪼가리 그릇들이 흩어졌다 반쪼가리 교과서를 북북 찢었다 나는 반쪼가리 교과서를 찢고 또 찢었다 울부짖었다 반쪼가리 아버지 런닝구도 너덜너덜했다. 반쪼가리 달이 떠서 반쪼가리 잠자고 반쪼가리 또 행상 나갔다 반쪼가리 아버지 또 검은 고무튜브 옷 입고 시장바닥 기어다녔다>>

                                                                                              유흥준 [반쪼가리 노래] 부분


 

 

1950년대 시의 성과와 한계

전쟁이라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인한 시인들의 급격한 의식 단절과 굴절 경향이 있었다. 새로운 언어 탐구와 전쟁 이후 현실에 대한 미학적 응전 성과와 기법과 형식에 편향되지 않고 현실에 밀착된 언어와 시적 인식은 향후 모더니즘 운동의 큰 토대가 되었다. 또한1930년대 모더니즘 작품성과 광범위한 의미의 문명 비판을 피상적으로 답습했다는 한계가 있다.


 

1960년대 시의 성과와 한계

1960년대의 한국의 시대적 상황은 이승만 독재에 의한 정치적 억압과 4.19혁명의 자유와 희열, 군사 쿠데타에 의한 민주 사회 건설의 좌절을 체험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전후 유행한 실존주의 철학에 대한 정리의 의미로서 작가의 사회적인 책무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 또한 해방 이후 참여시라는 시의 중요한 흐름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4.19혁명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시인들의 각성이 있었고 문학과 사회, 시화 정치에 대한 논쟁으로 문학의 참여에 대한 논의의 전개에 한계가 있었다.


 

1970년대 시의 성과와 한계

문학 활동의 사회적 확대와 문학적 주제의 이념화 경향, 민족문화의 방향 정립의 가능성 확보했다. 그리고 굳건한 사회 변혁의 신념을 갖고 역사적 상상력으로 어두운 현실과 싸웠다. 그러므로 역사의 주체가 민중임을 강조하고 민족의 주체적인 자기 인식 표현하였고, 직접적인 감정 표출로 시의 경우는 문학성의 상실과 위기가 노출 되었다. 따라서 민중시이지만 민중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지식인의 시라는 한계가 있었다.


 

1980년대 시의 성과와 한계

시가 시대와 사회의 반영물이라는 인식이 시인과 독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확산되어 시의 시대가 되었다. 노동자 , 농민 같은 특정 계급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민중이 정서와 이념적 지향을 보여 주는 데 치중하였다. 따라서 현실주의 시(민중시), 모더니즘 시(해체시), 서정주의 시(서정시)등은 세계관이 다르지만 현실과 시인 관계에 대한 고민은 동일했다. 현실주의 해체주의가 부각되면서 서정시 계열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고 민주화를 위한 체제개혁이나 새로운 시를 모색하기 위한 몸부림으로서의 시적 한계가 있었다.


 

1990년대 시의 성과와 한계

1990년대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변혁 열망이 좌절로 끝난 이후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중심에서 억눌러있던 대양한 중심이 풀려나온 시대다. 또한 일상과 욕망, 육체를 발견하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대체 범주로 인식하며 여성, 지방, 환경 등 근대 타자드르이 목소리를 획득 하였다. 시는 경계 해체와 탈중심적 경향을 통해 근대적 이념이 핵심에 도전했다. 깊은 반성 없는 신서정시 등의 관성적 시쓰기와 상업적 전략에 힘입은 과대평가라는 한계가 있었다.


 

2000년대 한국시의 성과와 한계

민주주의의 전개와 확대로 눈에 보이는 정치적 억압과 차별에 저항해야 할 논리 부족으로 참여시가 퇴조하였다. 2000년대는 한국모더니즘의 시적 흐름이 폭발한 현상이었다. 시인이자 평론가 권혁웅의 <미래파 2005년 젊은 시인들>에서 다양하고 개성적인 젊은 시인들의 시적 경향에 대해 명명한 명칭 미래파시인들이 있었다. 한국현대시의 1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주의의 확장과 경제적 번영을 토대로 평등하고 합리적인 사회에서 보다 다양하고 개성적이고 깊이 있는 시와 문학이 발전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서 과잉된 언어와 비문법적 문장 등으로 부정적 난해성 언어가 발생된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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