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시학 <이 계절의 시>


                                           미학적 쾌감을 제공하는 시

                                        정국희의 시, <다음 생이 있다면>

                                                                                                                                                                                                                                       배정웅 시인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노랠 불러야 겠다

현란한 몸놀림으로

다이나믹한 락을 해도 좋겠고

감칠맛 비음으로 샹송을 불러도 좋겠다

아니,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본견치마 살랑대는 가요도 좋으리

 

삶이 별것이더냐

막걸리 몇 대접 같은 세상살이

한평생 몸에 가락이나 담아

고단한 생들,

한됫박 흥겨움 덩실덩실 줄 수 있다면야

육자배긴들 어떻고 판소리면 어떠랴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기타 하나 덜렁 메고

구성진 목청 돋아

노랠 불러야 겠다

 

 

 

          유종호 교수는 시쓰기를 글자넣기 놀음이라고 표현한 일이 있다. 이 놀음에서 한 글자라도 잘못 적어 넣으면 파토가 생겨 놀이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이 놀이는 혼자 떼어보는 화투놀이나 혼자 두는 독장기와 비슷하고 여기에는 제대로 풀릴까하는 긴장이 따른다고 했다.


        시에 있어서 시어의 선택이 그 시의 생명과 성공여부를 가름한다는 애기일 것이다. 서정시는 자신의 미적 경험을 순간적 동일성에 의존해서 표현하는 문학양식이다. 그래서 언어의 선택과 배열이 등가성의 원리에 의해서 시로 짜여 진다고 흔히들 말하고 있다.


       정국희 시인은 이 시에서 시어의 선택에 매우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이 시는 그의 다른 시보다도 완성도가 높다고 보아진다. 물론 시인들이 즐겨 상용하는 가정법으로 다음 생을 술회하고 있지만 시의 내용자체는 얼마든지 현세에서도 가능한 일들이고 음악성에 마추어 경쾌하게 시를 직조한 솜씨가 돋보인다고 할 것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노랠 불러야 겠다

현란한 몸놀림으로

다이나믹한 락을 해도 좋겠고

감칠맛 비음으로 샹송을 불러도 좋겠다


 

       한계상황의 운명 속에 놓여있는 우리 인간의 조건에서 내세가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큰 축복일 수도 있다. 이 시의 화자는 내세를 설정하고 락이나 깊고 어두운 샹송을 부르겠다고 대뜸 외친다. 대칭적인 음악표현의 사용으로 시의 명암과 효과를 문득 높이고 있다고 할까.


        그리고 본견치마 살랑대는 우리가요, 육자배기, 판소리등이 잇따라 언급되어 있다. 매우 옵티미스트적인 술회로 우리를 한 순간의 즐거움으로 몰아 넣는다. 다음 생이 하락된다면 어쩌면 이 생도 춤판처럼 흥겨울 수 있다는 하나의 가정을 담고 있다. 또 다음 생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두 개의 가정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존던 같은 시인은 인간의 죽음 자체를 하나의 부화라고 보았다. 이 시의 화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유려한 시적 터치로 한 인간의 삶의 소망과 애환의 풍경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고 보아진다. 시의 첫머리에서 노래 부르겠다는 서술을 그대로 견지, 이 시의 종장에서는 보혜미안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는 것이 보인다.

 

      기타 하나 덜렁 매고 그것도 구성진 목소리로 노랠 부르겠다고 한다. 즐거울 수만 없는 우리 생의 명암이 문득 감지되는 구절이다. 이 시를 읽으면 비록 평이한 진술 속에 어떤 뜨거운 격정같은 것이 느껴지고 경쾌한 시적 리듬에 힘입어 우리의 가슴으로 영혼으로 전해지는 메시지가 더욱 뚜렸해진다.

 

     시를 읽는 이에게 시적 순간이라는 미학적 쾌감을 선뜻 제공하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시른 짧은 편이지만 읽는 여운은 사뭇 길다. 그래서 서정시로소 나름대로의 독특한 발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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