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비요 이름은 둘기 1 - 김영교


입양과 명명은 터무니없이 일방적이었다. 초록 뒤 잔디밭에 어느 날 부터 찾아온 하이얀 새 한 마리는 초록바다에 하이얀 배 한 척 (sailing boat) 같았다. 성은 비요, 이름은 둘기, 아름다운 하이얀 비둘기 새 한마리였다.


쫑쫑 걸어 다니며 쪼고 있는 모양새가 배고파 보였다. 현미쌀과 물을 내 놓았더니 먹으면서도 경계의 눈빛이 역력했다. 잘 날지를 못하고 퍼덕일 때 모양새가 오른쪽 날개가 탈이 난 것 같았다. 장난끼 심한 동네 애들의 새총에라도 맞은 걸까 남편과 나는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남편은 박스를 펴 지붕을 만들어주었다. 페디오까지 올라와 잠을 잤다. 비가 또 많이 왔다. 남편은 우산을 펴 더 안전한 집을 아주 잘 지었다. 비는 내 대신 깨끗이 둘기 똥을 청소해 주었다.


심심한 우리 내외는 돌볼 일이 생겨 기뻤고. 마음속으로 가족으로 입양하고 나니 더 애정이 갔다. 영글어 가는 동작 사진을 매일 찍었다. 화분을 치워 왕래의 길을 넓혀주었다. 계단을 하나씩 오르더니 날개를 자주 퍼덕여 댔다. 3주가 지났다. 어느 날 둘기는 뒷담벼락까지 날아갔다. 활동무대가 넓어졌다. 이상한 낌새에 밤이 되자 페디오 불을 켜 살펴보았으나 그의 집은 비어 있었다. 아직도 성치 않은 몸인데 그 날 외박을 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듯이 모이와 물을 먹었다. 우리는 반갑기도 했고 지난 밤 어딜 갔다왔을까가 더 궁금했다. 저녁에 가고 아침에는 꼭 왔다. 이것이 한 달이나 반복되자 안돌아오면 어쩌나 남편과 나는 애기 다루듯 목소리도 줄이고 허리까지 굽히며 새 모이와 새 물을 갈아주고 주변도 깨끗이 치우며 정성을 다했다.


펫샵에 가서 별도로 둘기 모이를 사왔다. 잔디에서 놀다가 페디오로 올라와 먹고 살피고 쉰다. 두발을 감추고 배를 바닥에 대고 눈을 감았다 떴다하며 잔다. 먹는 만큼 배설물도 많다. 페디오 치우는 게 조금도 성가시지 않다.


달 반이 지나고 서울 갈 스케줄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남편이 오물도 치우고 물 도 갈아주고 모이나 제때에 줄까 염려가 되었다. 유리문을 가운데 두고 잘 지내라고 둘기에게 내 여행계획을 알리며 한참 말을 건넸다. 경청해서 알아들은 듯 눈을 한동안 깜빡이더니 옆 담벼락까지 쉽게 날아갔다. 그다음 뒷켠 높은 소나무 가지로 옮겨 날아올랐다. 한참을 우리 집을 바라보며 부동자세로 앉아 있었다. 머리만 약간 움직일 뿐,아주 오랫 동안이 었다. 나는 집안 일 하는 사이사이 시선을 떼지 않았다. 둘기는 눈치 채고 그날 오후 작심한 걸까. 둘기는 그렇게 떠날 만큼 회복되었던 것일까. 머물렀던 이 세상을 놓고 둘기처럼 때가 되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어제 공항에서 나의 첫 마디는 우리 둘기 돌아왔느냐 였다. 고개를 젓는 남편도 궁금하다고했다. 소통이 가능했던 둘기와의 관계가 좋은 추억으로 가슴에 오붓하게 남게 되었다. 둘기는 완쾌되어 그의 가족이 있는 둥지로 돌아갔을 것이다. 보석 같은 까망 눈망울과 그의 부신 흰색을 지금 볼 수 없지만 둘기는 완전히 회복되어 자기 자리로 돌아 간 것이다. 응당 그래야 했다. 나는 기뻤다. 더없이 밝은 햇살 속을 둘기는 날아오를 것이다. 이제는 푸른 창공이 둘기의 운동장이다. 둘기는 회복의 시간을 우리 집 뒤 잔디밭에서 얻었고 답례로 떠날 때는 깃털교훈을 남겼다. 잔디를 잘 가꾸어 놓으면 훗날 다친 또 다른 둘기들의 치유센터가 되지않을까 마음 모아 잔디에 물을 주며 둘기 생각에 푹 잠겼다.

둘기 둘기, 비둘기, 너 잘 있기만 해라!

5/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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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비요, 이름은 둘기 -2


조카 결혼식 참석 차 서울방문 2주를 끝내고 안착귀가했다. 같은 날 떠나 같은 날 새벽에 LAX에 닿았다. 여독이 떠나지 않아 피곤이 내 눈과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마음은 짐을 풀고 새탁물도 추리고 선물과 책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몸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 푹 풀어지는 안도감이랄까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도 시차에 표류하느라 비몽사몽인 나를 찾는 남편의 고조된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왔다.

'왔어, 둘기가 왔어' 도착한 첫날, 차고를 열어놓고 왔다갔다 짐내리는 나를 근처 어디에서 봤음이 틀림이 없다고 믿어졌다.  

 

화들짝 내 눈을 가득 채우는 둘기의 하이얀 몸체, 그것은 눈부신 반가움이었다. 아, 이렇게 고마울 데가....고맙다. 둘기야. 3주 반 만에 돌아와 주었다. 깨끗하게 밥상을 차려 밖에 내어 놓았다. 모이도 먹고 물도 먹었다. 먹이를 통해 나의 사랑은 이렇게 전달되었다. 날개가 다 나은 듯 여기 저기 힘 있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생기 가득 활기찬 모습을 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기뻐 눈물이 글썽여졌다. 담 위로, 나뭇가지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정상비상이 우리 두 내외를 그지없이 행복하게 해주었다.


아, 둘기는 나의 부재를 알아듣고 어디론가 은신처에 가 있다가 돌아온 것이다. 둘기 같은 새하고도 소통이 이렇듯 가능한데 노력하면 사람끼리 불통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주 압도적으로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돌아온 탕자를 반기는 아비의 마음이 되어 기뻤다. 둘기 둘기 비둘기야, 고맙다, 건강해 져서 고맙다. '혹시 둘기는 남자가 아닐까, 당신과 더 친한 것을 보니' 남편의 우스게 발설이 최고의 환영사였다.

 

5-13-20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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