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산실, 서대문형무소/양희선

2018.05.19 13:30

양희선 조회 수:9

역사의 산실, 서대문형무소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양희선

 

 

 

 

 

 육중한 붉은 벽돌건물이 줄줄이 서 있다. 서대문형무소를 건축했던 일제강점기에는 서울 외곽이었던 이곳이, 서울이 확창된 지금은 수도 한복판에 들어있어 형무소 같지 않았다. 높이 쌓아올린 담장과 망루만 눈에 띄지 않았으면 생산 공장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1908(순종2) 일본인 건축가 시텐노 가즈마가 설계한 한국 최초의 근대식 감옥이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수감하기위해 건축한 게 전국 최대 규모의 서대문형무소이다. 담장과 망루는 죄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듯 높은 곳에 있다. 죄수들이 탈옥하지 못하도록 붉은 벽돌로 튼튼하게 건축된 것 같았다. 독립과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이곳은 허위, 유관순, 강우규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민족수난의 역사를 품은 현장이다. 해방 뒤에는 서울형무소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간첩, 사상범, 운동권학생들과 재야인사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바깥 별채에는 한센병사와 소름끼치는 사형장도 있었다.

 

 우리일행은 형무소 감방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관구경했다. 해설사가 현장을 설명해주었더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설명을 듣지 못해 아쉬웠다. 일본에게 나라를 강탈당하고, 저항하다가 끌려간 순국지사들은 한 평도 못되는 비좁은 감방에 수감되었다. 일본형사들은 우리나라 독립군을 악질범으로 취급하여 모질게 굴었다. 발도 편히 뻗지 못하고, 잠도 재대로 자지 못했을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일본인 형사는 죄도 아닌 것을 죄로 누명을 씌워 거꾸로 매달아 놓고 물고문을 하고, 족쇄로 묶어 전기고문을 하여 초죽음이 되면서도 끝끝내 굴하지 않았다. 왜놈들이 저지른 치만행의 현장을 역사교육장으로 보존하고 있었다. 취조받기 전, 구금실과 대기실이 있었다. 고함소리에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껴 순순히 자백하도록 의도적으로 꾸민 곳이란다. 그들의 각본에 따르지 않으면 날카로운 쇠꼬챙이로 손톱 밑을 찌르던 흉기도 탁자에 놓여있었다.

 

  31운동의 선두주자이며 열여덟의 꽃다운 나이에 순국한 유관순 열사도 이곳에 수감되었었다. 독실한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나 행복했던 학창시절의 유관순은 31운동 당시 이화학당 고등부 1학년이었다. 일제탄압을 투쟁으로 대항한 만세시위에 참가했으나 임시휴교령이 내려졌다. 고향 천안으로 내려가 동지들과 만세시위를 모의했다. 아우내 장날을 기점으로 시위대의 선두에서 시위를 주도했다. 부모님은 잔인무도한 왜놈들에게 붙잡혀 살해당했다. 고아가 된 유관순은 만세시위를 지휘하다가 형사에게 끌려가 5년 징역형을 받았다. 연약한 여자로 혹독한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1920년 꽃다운 나이에,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서대문형무소에서 애통하게 옥사하고 말았다.

 

  나라 잃은 슬픔을 비통하게 여겨,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191931운동을 일으켜 1945년 해방되기까지 그들은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초를 당했던가?

  우리부모님은 농부셨다. 공출이라는 명목으로 뼈아프게 지은 곡식을 왜놈들에게 탈취당하고 먹고 살 일을 걱정하면서 원통해 하시던 부모님이 잊히질 않는다. 지금도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니, 도둑심보가 아니고서는 그럴 수 없다. 36년 동안에 당한 뼈아픈 치욕과 나라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8.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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