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으니 세상이 좀 조용해지려나

2018.06.18 11:10

김학 조회 수:76

선거가 끝났으니 세상이 좀 조용해지려나

三溪 김 학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니 세상이 조용해져서 좋다. 거리거리에서 배꼽인사를 하던 선거운동원들도 자취를 감추었고, 유세 차량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목소리를 높이던 후보자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여기저기서 받아든 후보자들의 명함도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목 좋은 빌딩에 펼쳐졌던 후보자들의 대형 걸개그림과 네거리마다 줄줄이 걸렸던 후보자들의 현수막도 말끔히 떼어져 조용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선자들의 기쁨과 낙선자들의 슬픔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번 6.13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렇게 조용히 막을 내렸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던 후보자들의 문자 메시지도 그치고, 이제는 당선자들의 감사인사와 낙선자들의 고마웠다는 인사가 카톡으로 들어올 뿐이다. 거리에 나가 보니 당선자들의 당선사례 현수막과 낙선자들의 감사인사 현수막이 뒤엉켜 걸려 있다.

이번 선거 때는 투표지를 일곱 장이나 받아서 일일이 기표를 했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없어서 그렇지, 하마터면 투표지를 여덟 장이나 받을 뻔했다. 내가 투표한 후보 중 딱 한 사람이 떨어졌다. 교육감 후보였다. 섭섭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6월 13일 오후 6시,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3사는 합동으로 조사한 출구조사 결과를 일제히 발표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14석, 자유한국당 2석, 무소속 1석이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경우 다불어민주당 11석, 자유한국당 1석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당사분위기는 박수와 환호로 흥겨운 잔칫집 같았고,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분위기는 초상집처럼 무거웠다. 대체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자 야당의 참패였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표 자리를 내놓았고, 바른민주당 역시 유승민 박주선 공동 대표도 물러났다. 야당 재편의 회오리바람이 몰아닥쳤다. 제1야당 홍준표 대표의 코미디 같은 막말잔치가 난무할 때, 정치 문외한인 나는 왜 저럴까 걱정스러웠다. 이래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게 이런 참담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희한한 일들이 많았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공교롭게도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무소속이 7명씩 당선되었다. 호남에서는 전남에서 5명 전북에서 2명이 당선됐고, 영남에서는 경남에서 2명 경북에서 5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또 특이하게도 경상북도 31개 기초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구미시장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하여 이변을 연출했다. 구미가 아디인가?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구미시 시의원 8명 중 7명 역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TK지역의 기초단체장 중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다. 이러한 이변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임 구미시장이 1천여 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박정희공원을 조성한 것이 군민의 불만을 사서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배를 침몰시키기도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원도에서는 도지사와 똑 같은 최문순이란 이름의 화천군수가 당선하여 관심을 끌었다. 화천군수는 도지사와 이름이 같아서 선거 때 덕을 보았을 성싶다.

또 부산 금정구에서는 박근혜란 이름의 29세 여류 변호사가 시의원으로 당선하여 눈길을 끌었다. 탄핵당한 전 대통령과 동명이인이어서 앞으로 정치판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8전9기로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후보가 있어 감동적이었다. 울산시장으로 뽑힌 송철호(69) 씨가 그 주인공이다. 노무현‧문재인과 더불어 부산인권변호사 3인방이었던 송철호 변호사는 국회의원 선거에 6번, 울산시장 선거에 2번 출마하여 여덟 번 모두 떨어지고, 이번에 아홉 번째 출마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다.

이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우리나라의 선거지도의 색깔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 대구와 경북은 빨간색(자유항국당 색깔)이고 제주도는 검은색(무소속 색깔)이며 나머지는 모두가 파란색(더불어민주당 색깔) 일색이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 천하였던 부산과 울산, 경남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천지로 바뀌었다. 이번 선거 결과만 보면 어느 신문의 ‘보수 궤멸’이란 표현이 그럴 듯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만 압승을 한 게 아니다. 기초단체장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151명, 자유한국당은 53명, 민주평화당은 5명 그리고 무소속이 17명의 시장군수를 차지했다. 또 광역의원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605명, 자유한국당 112명, 무소속 16명,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각각 1명씩이 당선되었고, 기초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393명, 자유한국당 870명, 무소속 172명, 민주평화당 46명, 바른민주당 19명, 정의당 17명이 선출되었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우리 고장 전북에서도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당선자들이 많았다. 기초의회 전주시의원 6선과 광역의회를 넘나들며 7선의 고지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찬욱 전북도의원 당선자가 그 주인공이다. 또 기초의회만 7선의 의원 당선자도 있다. 민주평화당 소속 김승범 정읍시의원 당선자기 그렇다. 그는 정읍시 동부산악권(태인‧ 옹동‧칠보‧산내‧산외) 출신이다.

이번 선거에서 최연소 당선기록이 경신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의원 비례대표 한승진 당선자는 1991년 12월 5일생으로서 만 26세다. 4년 전 제 6대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같은 당 서난이 시의원이 세웠던 27세 기록이 이번에 깨진 것이다. 전주시의회에는 진보정당 소속 3선 시의원이 탄생했다. 쌍둥이 아빠인 정의당 서윤근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41표차로 누르고 전주시 카선거구 우아1‧2동, 호성동에서 시의원 3선 고지에 올랐다.

또 1표차로 아쉽게 낙선했다가 재개표로 당선자가 되어 지옥과 천국을 오간 주인공도 있다. 장경호 익산시의원 당선자가 그 주인공이다.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를 완료한 뒤 재검표작업에 들어갔다. 3등과 4등의 표차가 1표, 4등과 5등의 표 차가 5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3명의 후보자가 입회한 가운데 진행된 확인 작업에서 1표 차이로 당선했던 최모 후보는 2표가 뒤진 것으로 정정되어 1표가 뒤져 낙선했던 장경호 후보가 오히려 1표가 많아 당선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군산시의회에서는 형제 시의원이 탄생했다. 군산시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경구(67)‧경식(50) 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형제는 각각 자기 선거구에서 최다득표로 당선하여 나란히 시의원이 되었다. 형은 6선이고 동생은 초선이지만,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끝났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또 선거는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명언이 있다. 어느 지방신문의 6.13 지방선거 특별취재단의 방담 제목은,

“네거티브는 강하다, 하지만 유권자는 더 강하다”였다.

이번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자유한국당국회의원들은 흰 바탕에 검정 글씨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현수막을 펼쳐든 채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를 하며 용서를 빌었다. 그렇지만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점을 용서해 달라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이 순간만을 넘겨보자는 잔꾀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실현성 있는 새로운 꿈을 설계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압승한 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민을 두렵게 여기고 정치를 잘 해주면 좋겠다. 이제부터 세상이 조금 더 조용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201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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