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테이블 마운틴, 각산

2018.06.20 14:59

한성덕 조회 수:13

한국의 테이블 마운틴, 각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절친한 우정의 ‘나드리’가 4월 모임을 갖고, ‘회’를 먹자며 나들이에 나섰다. 경남 사천의 삼천포항에 가면 우리 ‘한’씨가 운영하는 횟집이 있다. 친척도 아니고, 그저 한 씨일 뿐인데 단골이 되었다. 단골이 되는 것은 명함에서 시작된다.

 음식점이나 일반 가게, 또는 여타 필요한 곳에 갔을 때 기분이 좋으면 명함을 찾는다. 그 명함에서 ‘한’씨가 눈에 띄면 나도 ‘한’ 씨임을 밝히고, 무조건 가까운 친척으로 사귄다. ‘한’씨 는 '청주한()’씨 한 본이기 때문에, ‘일가’라는 씨족개념이 강해서 금방 친해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전화를 받을 텐데, 전화소리만으로도 ‘아~ 목사님’하면서 경상도의 상큼하고 특유한 어투가 고막을 간질인다. 알아주니 고맙고, 전화 받는 목소리에서 밝은 미소를 본다. 언제보아도 시원시원하고 서글서글한 눈빛은 변함이 없다. 이에 더하여 분에 넘치도록 회를 떠준다. 믿음이 가고 정감 있는 50대 중반의 아줌마 사장이다.

  우리 모임의 총무를 맡은 사모님이 준비할 품목을 각 가정으로 보낸다. 자기 몫의 준비만 착실히 해오면 맛있고 질 좋은 한 끼 식사가 된다. 그 날도 삼천포에서 회를 뜨고, 시에서 마련해 놓은 관광버스 주차장 옆 탁자에 앉아 보따리를 풀었다. 얼마나 풍성한지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우리 넷 중에 교회를 개척하고, 재밌게 목회를 하는 친구 박철수 목사가 있다. 아들 영선이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하더니, 졸업하자마자 변호사 험에 합격했다. 우리도 기도를 한 터라 내 아들의 일처럼 기뻐서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친구내외는 그 동안의 고생을 생각하며 얼마나 울었을까? 가문의 영광이자 경사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 기쁨으로 한 턱 낸다기에 삼천포에 갔던 게 아닌가? 화기애애한 가운데 회를 나누어 먹으면서, ‘그런 턱이라면 열 번이라도 쏘겠다.’는 말에 한바탕 웃었다.

 사천시가 된 삼천포는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 중심지에 속한다. 한국의 ‘금문교’라는 삼천포대교를 달리다 보면 곧바로 이어지는 교량과 마주치는데, 두 개의 연육교를 신바람 나게 달릴 수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 중 가장 긴 삼천포대교와 어깨를 겨루는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지난 413일 개통되면서 사천의 하늘을 날아 바다를 가르며, 아주 근사한 구경거리가 되어 미끄러지듯이 달리고 있다. 길이 2,430미터가 말해주듯이 국내 최장이요, 20분 정도를 탈 수 있을 만큼 국내 제일이다.

 우리 일행은 바닥이 훤히 보이는 크리스털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쪽빛 바다는 그림으로 수를 놓고, 낭만이 꿈틀대는 섬들은 오라 손짓하는데, 그 멋진 산들은 날 외면하느냐고 실쭉거린다. 그리고 발밑에서 일렁거리는 바다 물결은 노래를 부르란다. 난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 때문에 바다 멀리만 바라보는데도 오금이 저렸다. 그래도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고파’를 조용히 불렀다.

 

  사천해양케이블카는 여느 삭도()처럼 직선운행이 아니다. ‘초양도’에서 유턴하면 다시 바다를 가로질러 산으로 기어오르는 방식이다. ‘각산’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그 산 정상(408m)에 올랐다.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조망(眺望)은 섬과 바다와 여객선과 어선, 또한 여러 산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황홀경을 연출했다. 오감만족의 사천케이블카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였다.

  각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그 어디에도 막힘이 없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테이블 마운틴’이 그랬다. 1,000여 미터 높이에서 펼쳐지는 평평함은 전혀 막히지 않았다. 지난 2월에 다녀왔으니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기 사천의 각산은 단지 400여 미터라는 높이만 다를 뿐, 풍광 면에서는 테이블 마운틴 못지않았다. 일반적인 생각으로, 높으면 더 멀리 더 많이 볼 수는 있어도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런 차원에서 각산의 높이가 적당하고 경이롭다. 가까이서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각산만이 지닌 멋과 자랑이자 아름다운 구경거리였다.

  각산의 조망권이나 경치는, 테이블 마운틴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바로 그런 면에서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남아공의 테이블 마운틴을 오르지 않고서는, 각산의 그 어떤 멋스러움도 논하지 말라.’ 두 산에 올라보면 산이 주는 진실과 멋, 경이로움이나 아름다움, 그리고 조물주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그 때 말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2018.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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