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2018.06.22 06:38

김세명 조회 수:27

낮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요즘 술시가 바뀌었다. 전에는 먹어보지 않던 낮술을 마시게 되었다. 나는 34년간 공직에서 정년퇴직을 했기에 낮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내부 기강에도 문제가 되고 민원인과 접하는 관계로 낮술은 금기 사항이었다. 그땐 으레 술시는 퇴근주로 통하는 저녁이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던가? 퇴직하고서도 한동안은 술시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  몸에서 받지 않아서 마시지 않았다. 칠순이 가까워지면서 모임에 나가면 으레 낮술을 마시는 친구들이 늘었다. 이 나이에 낮술 마셨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 술을 사양하는 핑계는 차 때문이지만 친구들은 술을 사양하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도 한다. 잘 마시던 술을 사양하니 그럴 만도 하다.

 첫 잔은 몸에서 받지 않으니 사양하지만, 문학단체 모임에서는 분위기에 따라 술을 마시면 무너져 버린다. 임프런트 치료를 받은 날도 소독이 되어 좋다는 문우의 권에 못 이겨 마시기도 했다. 젊어서는 퇴근하여 마시면 2차 3차 마시고 만용도 부렸지만, 이젠 감당할 수가 없다.


 낮술에 관한 추억은 2017년 가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여수문학기행에서 점심때 회장께서 준 폭탄주를 받아 마셨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여자 회장이 주는 잔을 거절할 수 없어서였다. 회장은 후덕하고 항상 간식을 사비로 챙겨주어 문우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이다. 그 덕에 기분 좋게 여행을 하였다. 그때가 처음 낮술을 마셔서 기억에 남는다. 그 뒤 선배 문우와 자리를 하면  각 일 병씩을 마신다. 술시가 변경된 것이다. 우리 셋은 항상 잔은 오른쪽으로 돌린다며 마신다. 80이 넘으신 선배님도 한 병씩은 거뜬히 마신다.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서로 마음에 둔 이야기로 즐거운 술자리가 된다.


 수요반 문우들은 재치있는 분들이 많다. 술은 세명이 마셔야 된다며 입구자가 셋이니 品位가 있다고 한다. 얼마나 재치있는 말인가?  항상 술을 마실 때면 가급적 셋이 마신다. 싫다던 술을 더 마신다는 속담처럼  첫 잔은 마시기 싫은데 입에 댔다 하면 자제력이 약해진다. 여자와 술과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일생을 바보로 사는 것이라는 속담도 있다. 술을 옹호하는 이유는 혼자 늙어죽을지 모르는 여자를 사랑받도록 만들어준다. 법화경 말씀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했다.


 '윈스턴 처칠'은 술이 내게서 앗아간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더 많다고 했고, 몽고 속담에 '마시면 죽는다.  마시지 않아도 죽는다.'라고 했다. 나도 이제부터 낮술을 환영하는 낮술파가 되었다​.

                                                            (2018.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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