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효

2018.07.09 13:05

백남인 조회 수:2

못 다한 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남인

 

 

 

 정읍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전주에 갈 때면 우스운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삼천동을 지나 완산동으로 운전하고 있는 버스기사는 “효자 내리세요!”하고 안내방송을 한다. 종점까지 가는 남은 승객은 모두 불효자란 말인가? ‘다음 승강장은 효자동이니 내리실 분은 미리 준비하세요.’라는 예고를 함축성 있게 말한 것이다. 잠시 후 효자동 승강장에 버스가 멈추니 몇 명의 승객이 내린다. ‘저 중에는 효자인 사람이 있겠지!’ 하면서 잠시 효에 대해 되뇌어보게 된다.

 

 요즘 세상에 효에 대해 거론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런데도 어렸을 때 사자소학과 명심보감을 읽은 나는 효의 개념이 항상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10대일 때 돌아가셨다. 50대 중반이신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2년 뒤 2살 아래이신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그 무렵 내 또래들 가운데 부모님 환갑잔치를 해드리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도 부러워보였다. 요즈음도 장수하시는 부모를 모신 지인들을 볼 때면 ‘얼마나 효도하여 저렇게 오래 사셨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조실부모로 효도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나는 항상 못 다한 효에 대해 회한이 남는다. 어렸을 때 할 수 있는 효의 길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음으로써 부모님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애를 많이 태워드렸다. 효도를 못한 것이다.

 

 성장해서는 나의 힘으로 부모님을 편안하게 봉양해 드리는 것일 터인데, 나는 그러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부모님이 이 세상에 안 계시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끝으로 할 수 있는 효라면 내가 훌륭한 인물이 되어 부모님의 명예를 드높여 드리는 일이겠는데, 재주가 부족하여 그것도 마음과 같이 되지 못하니 안타깝고 한스러울 뿐이다. 다만 나쁜 짓을 하거나 죄를 지어 부모님께 욕이 돌아가게 하지는 않았으니 막심한 불효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세상에 효사상이 희박해졌다고 하나 인간으로서 자기를 낳아 길러주시고, 지금의 자기가 있기까지 사랑과 정성으로 희생하신 부모님께 은혜를 갚으려는 기본적인 마음은 자연스런 일이리라.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혹여 내 아들이 자라서 효도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시는지 않으시는지, 또는 자기가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못했으니 자식도 효도를 아니 할 것이라고 아예 기대를 접으시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효도를 강요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효라는 것을 관심 밖의 일로만 생각할 것인가?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이 모두 효에는 관심이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자기가 부모에게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것을 보고 자란 자식들은 그들도 부모에게 그렇게 섬겨야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자기가 부모에게 함부로 대하면 자식도 부모에게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또 내가 내 부모보다 자식들에게만 정성을 다하면 내 자식들도 나에게보다 자기 자식들에게만 정성을 다하는 자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성장해버린 자식들 앞에서 이제야 본을 보인들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겠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나처럼 효도할 기회가 없어서 후회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보면 가능하리라 믿는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글귀는 공자가어에 있는 한 구절이다. ‘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대려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 효도할 형편이 되지 못해서 조금 더 잘 살게 되면 효도하겠다고 미루다 보면 그 때 가서는 이미 늦어짐을 경고한 말이다. 그야말로 풍수지탄(風樹之嘆)이 될 터이니 말이다.  

   

 이제는 반포지효(反哺之孝 : 까마귀도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로 자란 뒤에는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가 주어 은혜를 갚는 것)를 할 수 없는 나는 겨우 우리 부모님께 욕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일에 힘쓰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주를 갈고 닦아 우리 부모님이 바라셨던 사람이 되어, 우리 부모님이 아니신 모든 분들에게나마 재능기부를 하면서 만분의 일이라도 은혜를 갚으며 살아가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나처럼 효를 못 다하고 후회하는 분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8.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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