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

2018.07.18 05:52

최은우 조회 수:8

동굴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은우

 

 

 

 

  2018623, 태국 치앙라이주의 ‘무 빠’(야생 멧돼지), 유소년 축구단원(11~16) 12명은 훈련이 끝나고 코치 엑까뽄 찬따웡의 안내로 1시간 정도 ‘탐루엉 동굴’ 탐험에 나섰다가 실종되었다. 그들의 부모가 이날 밤에 실종신고를 했고, 동굴 입구에는 아이들이 타고 간 자전거와 소지품이 놓여있었다.

 

  아이들은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동굴에 유입되면서 수위가 상승해 동굴 안에 갇힌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태국은 물론 미군 인도 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 30여 명,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중국 동굴 구조 전문가 6, 필리핀과 미얀마, 라오스 구조대도 수색에 동참했다. 조난된 아이들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수색이 집중되었으나 깊숙하고 복잡한 동굴 구조와 계속 차오르는 수면 탓에 일주일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동굴 속에 생존해 있을 아이들을 위해 물, 음식, , 횃불로 가득 찬 물품 상자가 그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동굴의 균열 속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또한 산소공급을 위해 물을 계속 빼내면서 수색하던 중 10일째 되던 72, 비좁은 통로와 흙탕물을 뚫고 아이들이 고립된 곳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고, 동굴 속 깊은 곳의 바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이들 역시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13명의 생존을 제일 먼저 확인한 영국의 동굴탐사 전문가 2명을 보고 아이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Thank you)라고 외쳤다. 식량도 없고 빛 하나 없는 어두운 동굴에서 열흘간이나 모두 안전하게 생존해 있다는 게 정말 기적 같았다. 동굴에 있는 동안 한 친구의 생일파티를 하고 남은 과자 조금과 종유석에 맺힌 물방울을 먹으며 열흘을 참고 버틴 아이들이었다. 여기에는 25세의 코치 ‘엑까뽄’의 희생적인 지도력이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고립된 기간 소년들을 보호했던 엑까뽄 코치는 계속 밀려드는 빗물을 피해 소년들에게 높은 지대의 바위 위로 올라가게 했다. 조금 지니고 있던 음식을 본인은 먹지 않고, 소년들에게 조금씩 먹도록 하며 만약에 일어날 사태에 대비했고, 오염된 빗물 대신 종유석에 맺힌 물을 받아먹도록 했다. 아이들과 같이 명상을 통해 육체적 소모와 정신적 안정을 도모해 아이들이 잘 버틸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일단 아이들의 생사는 확인했으나 구조가 문제였다. 이들이 갇힌 곳은 입구에서 5km가량 떨어진 곳으로 전문 잠수부들조차 음식과 의약품을 들여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잠수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 이곳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단언하기도 어려워 바로 구조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고, 태국 날씨가 우기여서 앞으로 비가 계속 내리면 구조하는데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수위가 다시 높아지면 생존자들이 얼마나 더 동굴 안에 머물러야 할지 예상하기 어렵기에 구조 활동이 빨리 진행되어야 했다. 세계 곳곳에서 잠수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날아왔고, 동굴탐사 잠수부이기도 한 호주의 의사 ‘리처드 해리스’가 잠수를 하여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이들의 건강을 점검하며 아이들이 다 구조될 때까지 동굴 안에 같이 머물렀다.

 

  태국 정부가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았다. 다시 큰 비가 내려 동굴 안의 수위가 높아지기 전에 최대한 동굴 안의 물을 빼내고, 불가피하게 잠수를 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수영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간단한 잠수훈련을 시킨다는 게 핵심이었다. 아이들이 잠수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동굴 안에 고인 물을 최대한 빼낸다는 계획이지만, 구조대원의 근접 동행이 불가능한 일부 구간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한 사람씩 빠져나와야 했다. 동굴 안은 좁은 물길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고, 이마저도 진흙과 모래로 막혀있는 구간이 많아 흙탕물로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 건강한 전문 잠수부가 6시간을 헤엄쳐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체력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심적인 부담감을 이겨낼 정신력도 필요했다.

 

  구조 작전은 태국 해군과 전 세계에서 날아온 잠수 전문가에 의해 공동으로 시행되었다, 해군 특수부대 잠수부였던 태국공항공사 보안요원 ‘사만 푸난’은 소년들이 동굴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구조대원으로 자원하였다. 그는 지난 6일 구조활동 중 동굴 내 3번째 공간에 산소 탱크를 전달하고 돌아오던 중 산소 부족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지기도 해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아이들을 발견한 지 6일째인 78, 드디어 본격적인 구조 활동이 전개되었다. 동굴에 들어갔던 의사 해리스가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검사하여 구조 순번을 정했고, 구조대는 잠수부 팀을 투입해 12명의 아이 중 4명을 우선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11일에 최대 52mm의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자 그 전에 모두 구조하기로 하였고, 9일에 4, 10일에는 마침내 모든 아이와 코치가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구조 과정에서 생존자 1명당 2명의 구조대원이 동반해 길잡이 역할을 했다. 잠수 장비를 소년 등에 착용시키고 동굴의 수몰된 부분을 잠수시켜 지상으로 데리고 나왔다. 아이들은 30분 정도 스스로 잠수도 잘 해냈다.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벨기에 잠수부 ‘벤레이머넌트’는 “이들은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며 다행히 엑까뽄 코치가 아이들을 다독여 함께 뭉칠 수 있게 했고, 이것이 결국 아이들을 구했다”고 말했다.

 

 엑까뽄 코치는 '타이루(Tai Lue)'로 알려진 동남아시아의 소수족 출신으로 보육원에 있다가 10살 때 승려가 됐지만, 병든 할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승려를 그만두고 축구팀 보조코치로 일했다. 엑까뽄과 방을 같이 쓴 적이 있었던 한 승려는 "엑까뽄은 트레킹을 갈 때 항상 칠리페이스트와 쌀을 가지고 다녔다. 우리는 며칠 동안 정글 속을 트레킹하곤 했다"고 말했다. 동굴에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건강이 제일 좋지 않은 엑까뽄 코치를 먼저 구조하려 했지만, 그는 사양했고, 아이들을 다 내보내고 가장 마지막으로 동굴 밖으로 나와 태국의 ‘국민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국제축구연맹은 이들 ‘무 빠’ 팀을 715일에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초대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서 가지 못했다. 또한, 영국 유나이티드 축구단의 초청이 있었지만, 엑까뽄 코치와 소년 3명이 무국적 난민으로 외국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 알려지면서 태국 정부가 이들에게 국적을 부여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난민 문제가 이번 일로 갈 곳 없는 난민들의 삶에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18일간 전 세계가 초조하게 가슴졸이고, 무사히 구출되기를 기원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용감한 소년들과 헌신적인 코치, 태국 당국과 세계에서 달려온 구조대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그들의 구조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 훈훈하고 아름다웠지만, 한편으로는 바닷속으로 잠기는 선박 안의 아이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장면이 떠오르면서, 비겁한 어른들 때문에 많은 아이가 희생당하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사건과 극명하게 대비되어 가슴이 저몄다.

 

  ‘기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를 일깨워주는 그들의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리라.

                                                                 (2018.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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