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살기

2018.07.19 16:18

김세명 조회 수:6

부부로 살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남녀가 부부가 되는 것이 형벌인가 축복인가? 나는 아직까지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좋아서 만났으니 축복일 듯도 하지만, 살면서 치유받을 수 없는 상처만 입고 신음하거나 아예 헤어지는 걸 보면 형벌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어렵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경제문제와 배우자의 부정, 성격차이, 상대가족과의 갈등 따위가 대부분이다. 평생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부부간에 잘 살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사람은 바보이거나 성인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누구나 부부로 인연을 맺으려면 이것저것 따져보는데, 그 마음은 상대방의 덕을 보자는 것이다.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성격과 건강은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다 따져 보고 고르는 이유는 덕을 좀 볼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어느 쪽도 손해 볼 마음이 없다. 그래서 덕을 볼 수 있는 상대를 고르려고 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덕을 보고자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을 보겠다는 이 마음이, 살다 보면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덕을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떨까?

 

내가 저 분을 좀 도와줘야지, 저 분 건강이 안 좋으니까 내가 평생 보살펴 줘야겠다. 저 분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를 해줘야겠다. 저 분 성격이 저렇게 괄괄하니까 내가 껴안아서 편안하게 해줘야겠다."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고 사랑의 마음도 생길 것이다.

 

 예전에는 시집을 가면 죽었다 생각하고 시집식구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요새는 시집 장가를 가면 좋은 일이 생길까 기대하지만 가 보아도 별 볼 일이 없으니까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을 후회한다. 주변 사람들도 남편에게 왜 괜히 바보같이 마누라에게 쥐어 사나?”하고, 아내에게는네가 왜 그렇게 남편에게 죽어 사나? 네가 얼굴이 못났니, 왜 그렇게 죽어 사냐고?”이렇게 옆에서 살살 부추기며, 결혼할 땐 손뼉을 치지만 나중엔 오히려 싸움을 붙인다. 처음부터 손해 볼 마음은 전혀 없고 양보할 생각이 조금도 없으며 덕을 보려다 결국은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라는 것을 잊고 산다. 결혼하면 첫째가 남편과 아내고, 두 번째는 부모가 돼야 자식의 교육이 똑바로 된다. 누구나 좋지 않은 문제는 자신이 소화하고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지 부부간에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살아가면서 자신과도 싸움을 하면서 마음을 수양하고 극기하면서 상대도 이해하고 배려한다.

 

 아파트 주변의 식당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규모도 크지만 저렴하여 서민들이 자주 찾는다. 부부가 아이와 함께 와서 아내는 아이들을 먹이느라 자기 입에 고기 한 점 넣을 틈도 없다. 아이들의 양을 채운 뒤에야 남편과 소주잔을 부디치며 양 볼이 불룩해진 채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아내는 행복해하고 남편은 활기차 보인다. 행복이 먼 데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보는 사람까지 흐뭇하다.

 

 그러나 반대로 아내는 풀이 죽었고 남편의 어깨가 처져 있으면 이만저만 안쓰러운 게 아니다. 누구나 부모 슬하에서 왕자나 공주처럼 자라 결혼하면 대개 서민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처음엔 사랑에 도취되어 실감하지 못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해결하겠다는다짐은 공약(空約)이 되고, 경제문제가 쟁점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돈 많이 벌고 이성에 한 눈 팔지 않고 성질 죽이고 가족들이 간섭하지 말아야 된다.'라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객관적으로 이런 조건을 잘 갖춘 부부도 한 순간의 실수나 성질 때문에 법정에 서서 이혼하는 부부도 없지 않다. 서로가 상처를 안고 갈라서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생물은 싸움으로 시작되며 결국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정화가 되고 수양이 되는 것처럼, 부부도 서로 양보하면서 상대의 좋은 점을 보고 이해와 배려 속에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면서 살아간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들기 때문이고,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쉽게 지나가기 때문이며,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건 곧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던 말은 아득한 옛말이 되고 말았다.


                                           (201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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