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다녀온 2박3일 일본여행

2018.07.27 11:43

이진숙 조회 수:5

딸과 함께 다녀온 23일 일본여행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점 후회도 없이 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는 수없이 많은 후회를 하며 살아 왔는데, 그 중 가장 큰 후회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절대 돌이킬 수조차 없는 후회이다. 물론 나의 불효로 인한 후회이니 누구를 탓할까! 나의 이런 후회를 자식들에겐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지난 5월 딸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7월에 일본온천여행을 가자면서,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무조건 좋다고 했다. 계획은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그런데 1994년 이래 최대의 폭염이 하루하루 최고 온도를 갱신하면서 우리나라 전역이 펄펄 끓는 불가마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이렇게 더운 날 온천여행이라니!’ 속으로 연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도 ‘아니지, 나도 두고두고 후회하는데 내 딸에게까지 그런 후회의 짐을 넘겨주면 안 되지.’라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한편으로 딸과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하루하루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컸다.

 드디어 그날이 돌아 왔다. 남편의 소심한 성격으로 여행가방을 며칠 전부터 싸고 또 싸고 챙기고 또 챙겨 가지고 하루 먼저 딸네 집으로 갔다. 올봄 아이들과 남편을 먼저 핀란드로 떠나보내고 커다란 집에 혼자 남아 있는 딸이 안쓰럽기도 하고 자주 올라와 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하룻밤이라고 같이 지내고 싶었다.

 인천공항에서 일본 마쓰야마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잠깐 앉았던 것 같은데 벌써 도착했단다. 매사에 정확하기로 소문난 일본 입국 심사를 실감하며 내 생각에 한 시간은 족히 넘겨 공항을 나온 것 같았다. 공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버스를 타러 가는 그 짧은 시간에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핥고 지나갔다.

 숙소인 ‘오쿠도고 이치유 노 모리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 세 개가 사이좋게 놓여 있고 커다란 창밖으로는 깊은 계곡이 펼쳐져있었다.  두 팔을 벌려 딸을 안으며 ‘지은아, 고맙다!’라는 말을 했다. 내가 했던 후회를 더 이상 물려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것이야 말로 요즈음 흔히 말하는 *‘소확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온천으로 갔다. 들어가자마자 강한 유황냄새가 온 몸으로 전해졌다. 내탕과 노천탕으로 구분되어 있고, 특히 노천탕 바로 앞에 깊고 울창한 숲과 계곡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 몸으로 즐겼다. 뜨거운 여름날 더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색다른 묘미가 있어 좋았다. 온천욕을 마치고 호텔에 준비된 저녁은 그야말로 만찬이 따로 없었다. 특히 ‘다랑어 해체 쇼’는 처음 보는 구경거라였다. 가끔 TV에서 보면서 나도 저런 회를 먹어 봤으면 하고 부러워했었는데, 눈앞에서 방금 전까지 살아 있던 생선이 한 점의 맛있는 회로 변신하여 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혀와 머리가 동시에 반응했다. 그리고 이어서 엄지손가락이 올라가고 입은 살짝 옆으로 벌어지며 얼굴 가득 웃음이 퍼졌다. 그리곤 우리 식탁에는 맥주컵과 회 접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만 갔다. 역시 여행하면 그 여행지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그날 저녁에 먹은 음식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나를 행복하게 하리라 생각한다.

 

 다음 날 딸을 앞세워 드디어 관광에 나섰다. 일본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란 영화의 무대가 되었던 3000년이란 긴 역사를 지닌 ‘도고온천’, 일본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딴 봇짱 시계, 봇짱 열차가 관광객을 유혹했다. 또 바로 곁에 있는 뜨거운 온천물이 흘러, 지나다니는 사람의 발의 피로를 풀어 주는 ‘노천 족욕탕‘을 구경했다. 일본 역시 폭염으로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렇게 혹독한 폭염 속을 뚫고 걸어서 찾아 간 곳은 ’이시태지 절(석수 사)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리오몬 문’을 통과하여 들어가서 본 절은 우리나라 절과는 참 다른 점이 많았다. 특히 ‘원전반대운동’에 앞장선 진보적 사찰로 유명한 절이다. 불교 신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절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본 ‘마쓰야마 성’,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먹었던 ‘냉 소바’, 하루 종일 발품도 팔고 버스도 타고 택시도 타면서 모처럼 딸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아빠와 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고 단출한 관광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특히 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힌 다음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 서있으니 양쪽에서 달리던 차들이 모두 멈추었다. 보행자 우선을 철저히 지키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한 온천탕에 들어가는 계단에서 앞서 가던 노인이 털썩 주저앉더니 바로 뒤를 보며 ‘쓰미마셍’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일본인들의 남을 위한 배려가 참 좋아 보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정치인들은 과거사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록 2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나에게는 참 긴 시간을 딸과 함께 보낸 것 같은 행복한 여행이었다.

 나의 친정어머니는 먹는 것과 노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 어머니가 한참 놀러 다니실 나이에 나는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느라 어머니와 둘이서 잠을 자며 여행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 다 크고 나도 퇴직을 한 뒤에는 이미 어머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하니 그런 것들은 나의 불효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불효를 한 나에게 어머니는 살아생전 당신에게 나 같은 딸이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 이야기하셨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온천에서 딸이 내 등에 비누칠을 해 주는 손길에 얼마나 행복함을 느꼈던지, 곁에 같이 목욕할 수 있는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 내렸다. 내 나라에 오니 입국수속도 일사천리, 바로 가방을 찾아 공항밖으로 나왔다. 이제 딸과 헤어질 시간, 딸은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 집으로, 우리는 장기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를 찾아 전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딸과 함께 카카오 톡으로 즐거움을 나누었고, 멀리 있는 아들도 시간에 맞춰 카카오 톡으로 인사를 했다.

사람 사는 즐거움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었다. 

                                                (2018. 7. 27.)

 

*소확행 ;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뜻으로 사용한 낱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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