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이 좋다

2018.08.02 10:31

신팔복 조회 수:5

계곡이 좋다

전주안골은빛수필문학회 신팔복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한반도가 들끓고 있다. 자고 나면 기상청 일기예보가 경신된다. 체온을 넘는 뜨거운 열기는 숨을 막히게 한다. 고온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 5~7km에 반구형 지붕인 열돔을 형성하고 멈춰있기 때문이란다. 물러날 만도 한데, 아직은 좀 더 세력을 펼칠 기세다. 햇볕은 마치 적외선 치료기 같이 뜨겁고 아스팔트 길은 복사열로 발목까지 후끈하게 데운다. 외출하고 돌아와 샤워를 해도 그때뿐이다. 선풍기 앞에 앉아도 몸이 식지 않는다. 밤에는 계속되는 열대야로 잠을 설친다. 전국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하기는 기상청이 생긴 이래 처음이란다. 정말 가마솥 열기다.

 

  무더운 아파트를 피하고 싶었다. 젊은 날엔 바닷가를 찾았지만, 지금은 가깝고 시원한 곳이 좋다. 해발 고도가 높은 진안 백운동 계곡을 찾아갔다. 숲속 산길을 오르는데 어디서 왔는지 벌써 차들이 즐비하고 냇가에는 사람으로 넘쳤다. 텐트를 치고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피서를 즐기고 있다. 시원한 물에 손을 씻고 발을 담그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눈다. 차를 몰아 오르다 보니 꽤 넓고 판판한 바위가 보였다. 좋은 장소로 여겨져 쉬기로 하고 차를 멈췄다. 길가에 빼곡한 차들 사이에 주차하고 아내는 도시락을, 나는 돗자리와 간이의자를 챙겼다. 바위에 떨어진 나뭇잎과 가지를 쓸어내고 자리를 깔았다. 맑은 물에 손과 발을 담갔다. 높은 덕태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무척 시원했다. 체온이 금방 내리는 것 같았다. 부채로 벌레를 쫓으며 자리에 누워봤다. 안방 같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계곡을 따라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살랑거리는 꽃바람이었다. 숲속의 신선한 공기가 청량감을 더해 주었다. 커다란 나무는 차일을 친 듯 그늘을 만들고, 졸졸 흐르는 냇물은 고저장단을 멈추지 않는다. 직박구리도 가끔 찾아와 화음을 맞춘다. 이 계곡은 아늑하고 쾌적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올해 같은 더위에 이런 곳이 명당이지 싶었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있다. 나이든 어른들도 더위를 식히려고 왔다. 간식을 먹고 과일도 먹는다. 우리 내외도 도시락을 폈다. 단출한 밥상이지만 소풍 나와 먹는 음식은 그대로 꿀맛이다. 음식을 씹으며 앞에 있는 큰 웅덩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데 그 속에 버들치가 놀고 있어 밥알을 던져 봤다. 어느새 바위 속에서 어미와 새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먹이를 낚아채 간다. 보기 좋아 다시 또 던져 주었다. 갑자기 노는 물결이 달라졌다. 고기들이 이리저리 선회하며 경쾌한 춤 가락을 선사했다. 바위 속을 들랑거리는 모습이 무척 귀엽게 보였다. 크고 힘센 놈이 먼저 채가면 작은 것들이 그 뒤를 따라나섰다. 장유유서를 지키는 걸까? 비록 이 계곡에 갇혀 살지라도 다툼 없이 살아가는 행복한 가족으로 보였다.

 

  화장실을 찾아 길을 따라 올라갔다. 언제부터 왔는지 캠핑카도 있었다. 가스통, 불판, 취사도구로 완전무장한 것으로 보아 적어도 이틀은 넘은 듯했다. 건너편에도 청년들이 와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쓰레기는 내버려 둔 것이 보였다. 계곡이 좋아서 찾아 왔겠지만, 자연의 고마움을 알고 절대로 오염시키지 말아야 한다. 놀고 간 뒷자리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으면 정말 밉상이다. 남들을 생각하지 않고 설거지나 빨래를 함부로 한다든가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를 버려두고 가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다시 가져 가야 한다. 작은 실천이지만 우리 강산을 아름답게 가꿔야 할 우리의 책무라 생각한다.

 

  구르다 멈춰선 둥근 바위들은 물길을 내어주고 높이 자란 나무들이 계곡을 덮고 있어 시원하고 쾌적한 쉼터가 되었다. 더위를 잊고 책을 읽으니 참 좋은 피서지였다. 자연은 항상 넉넉하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닿는다.

                                                              (2018.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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