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2018.08.04 15:04

김창임 조회 수:4

,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부부모임에서 목포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나들이 갈 준비물을 챙기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기도하는 레지오모임의 C자매였다. 평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자매여서 더없이 반가웠다. 그녀는 60대 중반으로 남매를 두었는데 모두 결혼시키고, 이제 여유가 생겨 지금까지 못다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5남매를 기르시다보니, 그녀는 중학교에 진학할 엄두를 낼 형편이 못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도우려고 서울로 올라가 청계천 피복공장에 들어가 일하며 온갖 고생을 다했단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 결과, 피복공장에서 팀장을 거쳐 중간 관리자까지 올라가 돈을 벌어, 동생들을 대학까지 보내며 집안을 도왔다. 그 뒤 공무원인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을 하고 자녀를 교육시키면서, 항상 본인이 어떻게 하면 더 배울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해왔단다. 그러다가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자, 본인도 딸과 함께 공부하여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단다. 그리고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남편도 퇴직하여 고향에 내려와 살게 되면서, 지금이 내가 못다한 공부를 할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올봄에 남일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고등학교과정을 공부하고 있단다.

 

  나는 그 자매가 너무나 대견스러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면 꼭 대학에 들어가서 장류에 대하여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남일초등학교는 정읍시 감곡면에 있던 폐교된 대룡초등학교에 공부할 기회를 놓친 분들에게 학업을 계속하도록 해주는 참 좋은 학교이다.

 

  그녀가 부탁한 것은 글짓기 과제로 글을 썼는데, 우리 부부에게 한 번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인생 2막’이라는 주제로 써가지고 와, 우리에게 그 초고를 보여주었다. 제목부터 참 좋은 글 같았다. 그녀는 자녀들에게 앞으로 엄마의 계획을 밝혔으니 이제부터는 그것을 실천하겠단다. 그녀의 의지가 아주 대단해 보였다. 그녀의 의지대로 노력해나간다면 목표를 꼭 이루어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C자매는 고등학교 진학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레지오회합 때마다 내 남편이 글을 아주 잘 읽어서, 자기도 저렇게 글을 잘 읽으려면 어서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올 초에 등록을 했단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자기 집에서 여러 가지 장류를 직접 담가보기도 하며, 어떻게 하면 좋은 장류를 담가 팔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며 노력하고 있단다. 그리고 남편은 양계장을 지어 닭과 오리를 기르고 있단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 어느 날 바쁘게 출근하고 있었다.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어르신이 등에 초등학생처럼 책가방을 짊어지고 가슴에는 희망을 가득 담고 남일초등학교의 통학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잠깐 그분 옆에 앉아서 몇 학년이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말하면서, 공부를 못했던 게 한이 맺혀서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학교로 걸어가면서도 그분 생각이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그 어르신이 존경스러웠다.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과연 나도 저 어르신처럼 할 수 있을까?  

 

   남을 속이지 않고 남을 증오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 사치하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 자기 자신을 늘 채굴하고 반추하며 사는 삶이 인생을 잘 사는 삶일 것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난 자만이 새벽을 발견할 수 있듯이, 인생은 인생을 발견한 자만이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본다. C자매님처럼 고난을 맛본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살기위해 많은 노력을 다한다. 아마도 그녀는 제 스스로 마음을 풀어 흐르는 강물처럼 막힘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될 것이라 믿는다.

 

   레지오회합이 끝나자 그녀는 웃으면서 나에게

 “어제 학교 교감선생님께서 그 자매에게만 특별하게 책을 주셨다.

고 자랑스러워하면서, 우리 때문에 교감선생님께 그런 대우를 받았다며 일일이 잘 손질한 깐 마늘을 한 봉지 주셨다. 작은 도움에 정성을 다하여 보답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수필가이신 교감선생님께 바로 고맙다는 전화를 드려야겠다. 사실 나는 받을 자격도 없는데 오늘은 이렇게 큰마음의 선물을 주시다니 오히려 쑥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그녀의 정성어린 선물 속에는 자신의 굳센 면학의지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자매님의 소망이 꼭 이루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2018.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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