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좋아

2018.08.05 02:07

김금례 조회 수:4

친구가 좋아

안골은빛수필문학회 김금례

 

 

 

 

  창문을 열고 밖을 본다. 축 늘어진 모과나무 가지마다 불꽃이 피었다. 도저히 나갈 자신이 없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달은 쉴까?

 “그래? 덥다고 밥도 안 먹나? 오늘 나온 친구가 진짜 친구니 알아서 해라.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며 가마솥더위를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시내버스에 오르니 시원했다. 창밖을 보니 38℃를 오르내리는 땡볕이다. 모든 농작물과  , 오리, 바다의 물고기도 몸살을 앓고 죽어간다. 헌데 위풍당당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며 붉게 꽃핀 전주풍남초등학교의 배롱나무를 보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여름 햇살을 즐기며 꽃송이를 피우고 있는 배롱나무를 보면서 무념과 인내를 배운다.

  백송회관에 들어서니 목덜미까지 흐르던 땀이 사라졌다. 비록 주름진 얼굴에 흰머리를 위장하고 갈색머리를 날리는 고희가 넘은 우리지만 오늘만은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서로의 얼굴이 거울이 되어준다. 갈락전골로 몸보신을 하고 팥빙수로 몸을 식히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

  지금 연꽃()이 한창인 덕진연못을 찾았다. 덕진연꽃은 한결같이 우리를 반겨 맞아주었다. 호수와 출렁다리를 지날 때 곱게 화장한 여인같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연꽃의 매력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겨준다. 연꽃 향기가 콧속을 자극하여 몸속으로 들어온다. 연꽃향기에 젖다 보니 왕성하고 패기에 넘치던 젊은 날의 사연들이 꿈결처럼 떠오른다.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모아 노래를 불렀다.

‘모닥불 피워놓고 / 마주 앉아서 / 우리들의 이야기는 / 끝이 없어라. / 인생은 연기 속에 / 재를 남기고 /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잊어버리지 않고 끝까지 불렀다고 칭찬하니 “아직은 괜찮지!”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막힌 가슴이 툭 터지며 상쾌하였다. 세월은 우리를 노인으로 만들었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학생이다. 그래서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잠시 연지정에서 신발을 벗고 걸터앉아 연꽃을 본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은 우리의 삶이다. 쏜살같이 가버린 세월을 더듬으며 시작도 끝도 없는 노래가 이어졌다.

  덕진공원에는 수생식물인 연꽃, 창포, 물억새 등이 살고 어류는 가물치,  잉어, 참붕어, 미꾸라지 등 다양한 물고기 들이 살고 있으며 조류는 물닭, 청둥오리, 논병아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여 고개를 숙이고 찾아 보았다. 갑자기 잉어가 뛰어올라 깜짝 놀랐다.  

 

  덕진연못은 전주의 자랑이며 명물이다. 학창시절에는 소풍을 왔었다. 점심시간에 선생님은 학생들 몰래 나뭇가지와 돌 밑에 보물을 숨겨놓았다. 보물찾기는 즐거웠었다. 두개 찾은 친구는 못 찾은 친구에게 주었다. 서로 나눌 줄 아는 순수한 학생들이었다. 단오 때 어머니와 함께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 피부에 좋다고 하여 내려오는 연꽃 물로 목욕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네를 타며 즐겼다. 반백년이 넘게 훌쩍 흘러갔건만 어제인 듯 선명하다.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전북문학사를 빛낸 신석정, 김해강, 이철균 시인의 시비를 본다. 나는 백양촌 시인의 ‘강’ 시비 앞에서 오랫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나의 모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신  신근 선생님이기 때문이었다. 신근 선생님은 다정다감하셨다. 나에게 대학에서 문학공부를 하라고 하시며 등을 다독여 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70년 넘게 부려온 육신은 가끔 투정을 부린다. 그래도 요양원에 가지 않고 친구를 만나니 행복하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 세상 무상을 안겨주었다. 그 친구는 처음 동창생 모임에 왔을 때 이름을 모른다고 하자 귀를 잡고 속삭이듯 “□□를 거꾸로 부르면 내 이름 지자야.  민지자 알았지? 잊지 마.”했던 친구다. 그동안 많은 친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친구를 회상하며 덕진 숲을 거닐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6.25, 5.16, 4.19 민주화를 거치면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노년 준비 없이 앞만 보고 걸어왔다. 낯선 독일에서 광부, 간호사로 일하면서 외화도 벌어들여 산업화도 이룩했다. 이제 인생은 70부터라고 욕심을 부리고 싶다. 못다한 일을 챙기며 남아있는 생명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산수화, 성서통독, 수필공부, 헬스, 노래교실(2), 푸른 합창단에서 노래봉사를 하며 노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꽁꽁 언 붕어빵을 들고 꽃보다 아름다운 친구들이여 “건강하자.”며 “브라보”를 외쳤다. 역시 우리는 멋진 친구였다.  

  좋은 친구는 익자삼우(益者三友)라 했지만 그보다도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의지하고 싶은 게 친구가 아닐까? 우리 모두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진 좋은 친구로 남길 소망한다.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니 아련히 밀려오는 지난날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다고 했던가! 노년이 되면 추억을 먹고 사는가 보다.

  '지난일은 생각말자, 후회를 말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이 딱 좋아.' 무릎을 치며 노래를 불렸다. 늦깎이에 “야, .”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즐거웠던 하루였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서서히 물러가고 석양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20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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