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한 뙈기

2018.08.05 14:22

소종숙 조회 수:3

밭 한 뙈기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소종숙

 

 

 

 

 

  아들이 미련해준 밭 한 뙈기! 철길 언덕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풀꽃들이 밤하늘의 별밭처럼 무더기로 피어 있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언덕 아래로 농업용수가 흐르고, 내가 가꾸는 밭 한 뙈기가 있다. 그곳에 가면 조용하여 내 마음대로 생각에 젖을 수가 있다. 하늘이, 노을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 우주가 모두 내 것같이 느껴진다. 떠가는 흰구름이 모자를 씌워주며 지나가고, 멀리 푸른 산이 파도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

  밭으로 가는 농로에는 개망초가 지난밤을 지새웠는지 얼굴이 온통 하얗다. 밭에는 콩이랑 팥이랑, 참깨와 고구마와 야채를 심고, 과일 나무도 심었다.

 한 뙈기 밭에 놀러오는 친구도 많다. , 나비, 고추잠자리, 귀뚜라미와 메뚜기, 아기종달새도 찾아와 놀고 간다. 그중에는 초대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 고라니는 안녕이란 말 대신 콩잎에다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 고구마밭은 참새들의 놀이공원이다. 어쩌다 내가 보이면 죄라도 지은 양 참새떼가 후루룩 날아간다. 농수로에는 백로가 긴 목을 들고 먼 곳을 바라본다. 한가로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거닐고 있다. 요즈음은 부들이 한창 피어있다.

   밭 한 뙈기에서 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운다. 식물들이 자라기위해서 주인은 땀을 흘리는 수고를 해야한다.  화산폭발 같은 불볕 삼복더위를 무릅쓰고 조석으로 잡초를 뽑아주고, 물을 주며 가꾼다. 마치 어린 아기를 보살피듯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보살펴 준다. 이렇게 정이 들고 마음에 평화를 얻으며 식탁은 풍성함을 얻는다.

   요즈음 비가 오지 않아 퍼다 주는 물 가지고는 식물들의 갈증을 해결할 수 없다. 목이 말라 타들어가는 작물들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도 타들어간다.

  우리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 오직 하늘만이 해결해줄 수 있다. 어서 비를 내려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엘리야 선지자’는 비를 내려주시라고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일곱 번을 기도했다고 한다. 그 응답으로 저 멀리서 한 조각 구름이 보이더니 비가 내려 36개월이나 내리지 않던 비를 내려주셨다. 우리는 그런 기도를 드리지 않는 걸까?

  폭염 가뭄에도 자연에 순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여 결실을 맺는 콩과 고추의 붉은 열매가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자기 몫을 해내려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몸의 피곤함을 잃어버린 채 그들에게로 애정이 간다.

  나는 본래 숲에서 태어나고 숲에서 자란 탓인지 자연이 좋다. 아들이 선물로 마련해준 밭 한 뙈기가 마음에 행복을 가져다준다. 아들아 고맙다. 나는 자연인처럼 살고 싶다.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노을진 하늘을 바라보며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나에게 자연이 무언가 한 아름의 선물을 안겨준다.

 

                                             (20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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