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아, 나는 너를 안단다

2018.08.06 13:08

김창임 조회 수:4

낙엽아, 나는 너를 안단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여느 때처럼 우리 부부는 미사를 드리고 내장산으로 갔다. 처음에는 남편과 함께 얼마동안 오솔길을 걷다가 힘이 들어 나를 반겨주는 의자에 앉아 쉬기로 하고, 요사이 더워서 운동을 많이 못했다며 남편은 걷기를 계속했다. 쉬고 있는 동안 나는 계곡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계속되는 더위와 가뭄으로 줄어들어서인지 골짜기에 흐르는 물의 양은 얼마 전보다 크게 줄었다. 살랑 불어오는 바람으로 낙엽이 하나둘 내 앞에서 가볍게 춤을 추며 빙그르르 내려앉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벚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굴거리나무의 잎이 빙빙 한 바퀴 돌다가 도로나 냇가에 맥없이 떨어진다. 누르스름한 것, 그리고 진한 갈색 빛을 띤 것, 그리고 아직 푸른 빛깔 그대로인 것들도 있다. 크고 넓은 나뭇잎, 그보다 아주 작은 잎이 있는가 하면, 중간 정도의 잎도 보인다. 그리고 나뭇잎에 작은 구멍이 많이 나있는 것, 잎 가장자리가 찢겨진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것들도 있었다. 원래 나뭇잎은 9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단풍이 들어야 하는데, 저 잎은 나처럼 건강하지 못해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던가 보다.

 

  나는 땅에 내동그라진 낙엽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어 이야기를 건네 보았다.

“낙엽아, 그동안 무더운 여름을 나느라고 너무도 힘들고 외로웠지?

“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나 지금까지 견디느라 힘들고 지쳤어요.

짐작컨대 내가 이야기를 건넨 낙엽은 나이가 대략 70대쯤으로 보였다. 100세가 되어 떨어지려면 나뭇잎은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11월이 다되어서야 나무의 줄기에서 떨어져 나올 것이다. 어떤 나뭇잎은 아프다고 신음하며 누르스름한 색이 절반 정도나 되어 자세히 바라보니, 온 식구가 건강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온 가정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그에게

“낙엽아, 눈물이 나는구나! 더 견뎌보려고 노력하고 건강관리에 힘쓰지 그랬니? 하기야 요사이 너무 가뭄이 심해서 그랬겠지. 우리 인간들이 우리만 실컷 물을 마시고 너희들에게는 미처 물을 주지 못했었구나. 우리 인간들이 너무 이기적이었어. 많이 미안해.

 나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땅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은 등산하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얼굴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워하거나 울고 있는 것처럼 처연하게 보였다.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주위를 살펴보니 아직도 초록색을 간직하고 있는 이파리 다섯 개가 바람에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길바닥으로 추락했다. 왜 저렇게 젊은 나이인데도 세상을 떠나야만 할까? 아마 사고라도 난 모양이었다. 교통사고라면 나뭇잎이 저렇게 성한 모습은 아닐 터인데, 그렇지도 않은 게 무슨 까닭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가을에나 나오는 고추잠자리가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가느다란 대만 남아 있는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내가 상상한대로 조금 지나자 잠자리 두 마리가 더 날아왔다. 그들은 짝 짓기를 통해 자기 종족을 퍼뜨리고자 열중하고 있었다. 우리 젊은 부부들도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지 후세를 늘리기에 온갖 정성을 다해주면 참 좋을 텐데….

 

  저만치에서 노랑나비가 한 마리 이리 저리 날아다니며 놀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천사처럼 느껴졌다. 나의 수호천사는 라파엘천사이다. 하느님께서 내게 건강하게 살라며 힘이 가장 넘치는 라파엘 천사님을 보내주셨다. 그래서인지 혹여나 넘어져도 그때마다 내 뒤에서 나를 지켜주시고 계셔서 그런지 크게 다치거나 힘든 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앉아있는 의자 바로 옆에 있는 느티나무를 쳐다보았더니  한 그루가 밑둥부터 가지가 아홉 개나 되어서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절대 넘어지지 않을 성싶다. 하느님께서 이 나무만 유난히 사랑해주시어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이겨내도록 배려해 주셨나보다. 무엇이든지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치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자녀를 두어야 한다고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던 것 같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푸른 하늘에 얼음 조각처럼 느껴지는 구름이 둥둥 떠 있다. 이렇게 심한 폭염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저 구름들이 조그마한 얼음 알갱이들을 선사하여 집집마다 모아다 이 무더위를 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어렵게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 얼음 알갱이들을 보내준다면 참 고마울 것 같다.  

 

  그 어느 누군가는

“걷기를 멈추면 모든 것을 잃고, 꾸준히 걸으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암환자도 피톤치트를 마시며 꾸준한 걷기운동을 했더니 자연 치유가 되었다고 한다. 걷기를 하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감까지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초록빛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면 덤으로 눈 운동까지 할 수가 있어서 세상을 더 밝게 볼 수가 있다앞으로 나도 더욱더 열심히 걷기운동을 해야겠다.

                                    (2018.  8.  5.)

 

 

 

댓글 0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크기 제한 : 2.00MB (허용 확장자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 더 좋더라 김학 2018.08.11 3
103 영등포 어머니들 김창영 2018.08.11 1
102 새로운 도전 전용창 2018.08.10 2
101 뛰어다니는 이름 최연수 2018.08.09 7
100 [김학 행복통장(67)] 김학 2018.08.08 2
99 자동차 운전 최은우 2018.08.08 2
98 백일홍 백승훈 2018.08.07 4
97 칠연계곡의 3박4일 변명옥 2018.08.06 1
» 낙엽아, 나는 너를 안단다 김창임 2018.08.06 4
95 마음이 있어도 못 보았네 정석곤 2018.08.06 4
94 교직생활에서 지우고 싶은 이야기 고안상 2018.08.05 3
93 밭 한 뙈기 소종숙 2018.08.05 3
92 친구가 좋아 김금례 2018.08.05 4
91 꼭,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김창임 2018.08.04 4
90 우리 몸의 신비한 비밀 두루미 2018.08.04 3
89 울릉도 탐방기 신효선 2018.08.03 5
88 수필은 백인백색 [1] 전용창 2018.08.03 10
87 계곡이 좋다 신팔복 2018.08.02 1
86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는 혜안 이종희 2018.08.02 3
85 속담과 현실 박제철 2018.08.0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