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

2018.08.08 13:36

최은우 조회 수:2

자동차 운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은우

 

 

 

 

  자가용 승용차가 그리 많아지기 전인 1986년에 나는 갑자기 자동차 운전이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운전학원에 등록해서 점심시간에 식사를 거르고 운전을 배웠다.

 

  학원에는 운전교육을 담당하는 기사가 2명이 있었다. A 기사가 나를 가르쳤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 왜 그렇게 하느냐’ 등 불친절한 목소리로 어찌나 잔소리가 심한지 배우는데 기분이 상했다. 나는 기사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B 기사는 내가 조금만 잘해도 잘한다고 칭찬해주며 정말 친절하고 재미있게 가르쳤다. 덕분에 난 쉽게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내가 운전을 배울 때는 당장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미리 배워두면 언젠가는 써먹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배웠다. 그런데 시아버님께서 내가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동차를 선물로 사 주신다고 하셨다.

 

  “아이들 데리고 외출할 때, 시장 보고 무거운 짐 들고 올 때 등 자동차는 여자가 더 필요한 거다. 네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니 대단하다. 차를 사줄 테니 유용하게 잘 타고 다니거라. 네 사주가 자동차와 잘 맞는다고 하더라.

 

  ‘유비무환’ 나는 그 무렵 내가 통근차를 기다리는 곳에 자주 주차되어 있던 빨간 르망의 예쁜 모습에 반해 있었다. ‘만약 내가 차를 가진다면 이 멋진 차를 운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빨리 차가 생길 줄 몰랐다. 나는 아버님께 이왕이면 빨간색 르망을 사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차가 생겼으나 도로주행을 해보지 않은 나는 실전 연습을 남편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못 미더웠는지 도무지 가르쳐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나는 ‘안 가르쳐 주면 나 혼자 연습하지 뭐!’ 하며 저녁을 먹고 집에서 살짝 빠져나와 자동차에 올랐다. 운전 연습 때와 똑같이 가속 페달을 밟는데 묵직하니 차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조금 더 세게 밟으니 갑자기 차가 휙 나갔다. 순간 멈추지 못하고 반대편에 주차된 트럭의 옆구리를 받았다. ‘쿵’ 소리에 아파트 창문들이 열리며 많은 사람이 이 광경을 구경했다. 나는 창피해서 어쩔 줄 몰랐다. 내 차는 대우 ‘르망’이었는데 내가 자동차 학원에서 운전 연습을 했던 현대 ‘포니’보다 훨씬 묵직했다. 당연히 가속 페달을 밟는 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몰랐다.

 

  그 사건 이후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내게 운전을 가르쳐주었다. 그때 당시 중화산동 택지개발을 할 때였는데 건물은 아직 들어차지 않았고 반듯반듯하게 만들어진 한적한 도로에서 운전 연습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남편의 잔소리도 들어가면서 몇 번 연습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 쉽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그 예쁜 빨간 르망 자동차와 아이들이 초, 중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10년을 같이 했다. 그 차를 떠나보낼 때 나와 세 딸은 눈물을 머금을 정도로 깊이 정이 들었다. 뒤를 이어 IMF가 와서 기아자동차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30% 할인해서 하얀색 크레도스와 인연을 맺어 또 10년을 같이했다. 지금은 2005년에 마련한 아이보리 투톤의 오피러스를 타고 있다. 이 차 또한, 내가 그 멋진 외모에 반해서 구매하게 되었는데 외양만 예쁜 게 아니라 모든 것이 내 맘에 쏙 들었다. 벌써 나와 동행한 지가 13년이 되어서 여기저기 잔병치레를 조금씩 하지만, 나와 가족을 안전하고 편하게 태우고 다니는 사랑스러운 오피러스와 정을 뗄 수가 없어 아직도 내 곁에 두고 있다.

 

  나는 세 딸이 운전할 수 있는 연령만 되면 바로 학원에 등록해주고 운전을 배우게 했다. 운전면허증을 받아오는 그날 바로 딸들에게 도로주행은 내가 직접 가르쳤다. 그리고 차를 같이 타고 갈 때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딸들에게 운전을 맡겼다.

 

  아들은 운전학원도 다니지 않고 나에게 잠깐 배우고 2종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면허증을 받은 날 같이 간 아버지를 태우고 집까지 스스로 운전해서 돌아왔다. 아들은 군대에 가서 1종 운전면허증에 다시 도전하여 12일 자격증 특별외박을 나왔다. 특별외박을 목적으로 학원도 다니지 않고 용기 있게 대형 운전면허증에도 도전했다. 열 번까지 시도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버스 운전을 세 번째 시도에 합격했다. 그리하여 또 23일 자격증 특별외박을 받았다. 어렸을 때 유난히 자동차를 좋아했던 아들의 운전 솜씨가 좀 남다르다. 딸들이 다 우리 곁을 떠나 멀리 있어서 이제 운전은 주로 아들이 맡는다. 자녀에게 일찍 운전을 배우게 하고, 또 믿고 맡기니 조금은 운전에 부담을 느낄 나이의 부모인 우리가 참 편하고 좋다.  

 

  무엇이든 가르치는 사람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가르치는 기술이나 방법이 좋아야 한다. 꾸중이나 비난보다는 칭찬이 앞서야 한다. 꾸중으로 의욕을 꺾지 말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칭찬으로 기를 살려서 희망의 불씨를 훨훨 타오르게 만들어 야 할 것이다. 운전을 배우면서 좋은 깨달음 한 가지를 얻었다. 

                                                          (2017.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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