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무적

2018.08.31 15:55

전용창 조회 수:2

인자무적(仁者無敵)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전 용 창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기에게 딱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내가 좋아하면 그가 싫어하고, 그가 좋아하면 내가 싫은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뜻하지도 않은 인연으로 서로 만나서 동행을 하고, 얼마간 함께 하다가는 이별을 하고, 그러다가 다시 만나기도 하는 게 인생사가 아닐까?

 아름다운 이별은 또 새로운 만남의 기대로 설레어야한다. ‘사람’이라는 모습으로 만나서 서로가 모난 ‘ㅁ’ 부분을 다듬고 어루만져서 ‘ㅇ’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영원한 ‘사랑’으로 승화되지 않을까? 그런데 조금만 상처를 받으면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막보기로 대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마치 다시는 안 마실 우물물이라 여기고 침을 뱉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우물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그 물을 다시 마시게 된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으이다.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섭공이라는 제후가 백성들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로 떠나니, 인구가 줄고 세수도 줄어서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초조해진 섭공이 공자에게 묻기를 '선생님, 날마다 백성들이 도망을 가니 성곽을 높이 쌓아서 막을까요?’ 잠시 생각하던 공자는 ‘近者悅 遠者來’라는 여섯 글자를 남기고 떠났다. 부모, 배우자, 형제, 자녀, 친구, 동료 등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가깝다고 이해를 해주기 바라며 함부로 대하고는 뒤늦게 후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나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는 말을 담아놓고 매사에 적을 만들지 않고 어질게 살려고 노력한다. 비록 나에게 마음의 빚진 자들이 전화를 못하는 일은 있을지언정 내가 연락을 못하는 일은 만들지 말자는 게 나의 대인관계이다. 오랜 세월 그리 생각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인자무적'은 나의 좌우명처럼 되었다. 중국 양() 나라 혜왕이 제나라와 싸움에서 패하고 장자까지 잃었다. 진나라에게는 땅덩어리 일부를 빼앗기고, 더구나 초나라에게는 수치심까지 당하자 분노가 하늘로 치솟았다. 어느 날 혜왕은 맹자를 만나자 혼란한 정국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맹자는 인자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형벌을 가볍게 하고, 세금을 줄이며, 농사철에는 농사를 짓게 하고, 장정들에게는 효성과 우애와 충성과 신뢰를 가르쳐 부형과 윗사람을 섬기게 한다면, 몽둥이를 들고서도 진나라와 초나라의 견고한 군대를 이길 수 있다.'며 ‘어진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고 진언했다 한다.

 

 내 삶에서도 살아온 날 만큼 분노도 있었고, 복수심도 있었다.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한 자들이 깊은 구렁텅이에 빠지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또한 나에게 그리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하나둘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래도 분이 가라앉지 않고, 잊혀지지 않으면 성경말씀을 묵상했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진 자는 다 칼로 망하니라.'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오늘도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인자무적’ 하려는 나의 마음은 조그만 미물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발을 옮기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2018.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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