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안골 풍경

2018.09.05 17:28

김학 조회 수:3

우리 동네 안골 풍경

                                                                                김 학




8월을 보내고 9월을 맞으려니 우리 동네 안골 풍경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8월 31일 오후 3시쯤 안골 로터리로 나가 보았다. 하늘은 잔뜩 찌푸린 모습이고, 싸라기 같은 빗방울이 듬성듬성 떨어지고 있었다.

전북은행인후동지점 주차장엔 웬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펼침막을 보니 오늘 오후 5시 전주시 인후1동 자생단체협의회가 마련한 ‘제10회 안골 콘서트’가 열린단다. 비가 그쳐야 즐거운 잔치가 될 텐데….

로터리로 가보니 폭염이 내리 쬐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어대던 매미들이 자취를 감추었는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매미의 노래를 들을 수 없으니 섭섭했다. 매미들이 벌써 떠났단 말인가? 앞으로 1년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무더운 삼복더위를 식히라고 가져다 놓던 곱게 다듬은 얼음덩이도 보이지 않는다. 이 로터리를 지나면서 손으로 그 얼음덩이를 만져보면 얼마나 시원했던가? 시민을 위한 전주시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었는데…. 안골 로터리는 벌써 여름과 가을이 임무교대를 한 것 같다.

이 로터리에는 언제나 많은 현수막이 나붙어 눈길을 끈다. 지난 4.13 지방선거 무렵에는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도의원, 시의원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여당과 야당 후보들이 서로 좋은 곳을 차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또 선거를 앞두고 출퇴근 시간이 되면 후보자들의 유세차량이 자리를 잡고 확성기를 틀어대는 바람에 귀가 따가웠었다. 그때는 귀가 아팠지만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우리 동네 안골 로터리는 차량통행이 많은 편이다. 왼쪽 오르막길은 전주역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내리막길은 기린봉 쪽으로 이어진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직진하면 진안방면으로 가고, 반대쪽으로 가면 모래내시장이다. 6차선 도로가 쭉쭉 뻗어있어서 차들도 시원하게 잘 달린다.

우리 동네, 안골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된 곳이다. 옛날 우리 동네는 온통 논과 밭이었다. 그런 곳이었는데 전주시가 발전하면서 넓은 도로가 뚫리고, 빌딩이 들어서며, 아파트와 주택이 지어지면서 새로운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내가 안골 한신휴플러스 아파트로 이사를 온 게 어느새 12년이나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전주로 보금자리를 옮긴 뒤 열네 번째 이사였다. 이 열네 번째 이사는 가장 잘 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도로변에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어서 사통팔달의 시내버스를 자가용보다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병원과 약국이 즐비하고, 각종 금융기관이 모여 있어서 편리하다. 또 학교와 동사무소 그리고 우체국이 있고, 크고 작은 마트가 두 군데나 있으며, 모래내시장이 가까워서 여간 편리하지 않다. 이렇게 좋은 생활환경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밖에도 산책하기 좋은 인후공원이 가까이 있고, 기린봉이 20여 분 거리여서 운동하기도 좋다. 인후공원은 숲이 우거져서 아무리 폭염이 내리쬔다 해도 그늘 속으로 산책할 수 있고, 네 군데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어서 체력단련에도 도움이 된다. 이만하면 안골은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동네엔 호남문고란 서점도 있다. 나는 가끔 그 서점에 들러서 책을 사기도 하고, 사고 싶은 책이 없으면 주문하기도 한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손님이 듬성듬성하여 아쉽다. 아들‧딸과 며느리‧사위 그리고 손자‧손녀들의 생일이 되면 이 서점에서 책을 사서 우송해 주곤 한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자녀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 고집을 꺾고 싶지 않다. 내가 보내준 책을 꼼꼼히 읽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책 표지라도 보기를 바라며 책을 사서 보내곤 한다. 내 소망은 먼 훗날 손자손녀들이, ‘우리 할아버지는 책을 잘 사주시는 분’이라고 회상하기를 바란다.

며칠 전 미국에 사는 작은며느리에게 생일 선물로 98세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를 사서 보냈다. 카톡으로 책을 잘 받았다는 문자가 왔었다. 책을 받았다는 전갈만 받아도 고맙고 기쁘다.

내가 사는 안골은 행복이 묻어나는 살기 좋은 동네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친근감이 가고 사는데 불편이 없어 좋다. 늘그막에 이런 동네에서 산다는 건 행복이 아닐 수 없다.

(2018.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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