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만남

2018.09.07 12:51

전용창 조회 수:3

소중한 만남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 야간반 전 용 창

 

 

 

 이른 아침 학산 약수터 산책길에서 까치 한 쌍을 만났다. 까치는 서로 부부인 양 자태를 뽐내며 종종걸음으로 뛰기도 하고, 한쪽 날개를 펴고는 다른 까치 주위를 옆걸음으로 돌기도 했다. ‘깍 깍 깍’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데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언젠가 수필을 지도하시는 K 교수님은 “여러분들은 지금 행복하게 수필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셨다. 신아문예대학 목요 야간반에 나오는 L 문우님은 2시간의 수필 공부를 위하여 5~6십 키로나 떨어진 남원에서 이곳 전주까지 밤길을 오고 가고, 더구나 익산에서 오는 K 문우님은 시각장애가 있어 야간에 밖에 나간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출석한다고 하셨다.

 

 '수필이 뭐길래, 낮에 직장에서 고된 일과를 보내고 편히 쉬어야 할 저녁시간에 원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온단 말인가?'

나는 그때까지 수필을 틈나는 대로 한 편씩 쓰면 되지 너무 깊이 빠질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분들의 수필에 대한 열정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씩 변했다. 금년 봄에는 L 문우님의 노래하는 시인들이란 수필집을 받았다. 내가 신변에 관한 수필을 쓰고 있을 때 그분은 이미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연 속에 있는 동물, 그리고 곤충, 심지어 풀벌레들까지 자기만의 시운(時韻)을 가지고 노래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매미에게 본받아야 할 다섯 가지 덕목, (), (), (), (), ()도 글로 써서 후손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분은 이미 대 자연의 합주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분, K 문우님은 지난달 중순쯤에 「시각장애인 A 씨의 행복」이라는 자서전적인 수필을 발표했는데, 나는 그분의 글을 읽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 한동안 멍했었다. 단순히 시각 장애인 여성이 익산에서 전주까지 온다고만 들었는데, 수필에 나타난 그분의 애환이 나를 목메게 했다. 정상인이었던 그의 삶은 어느 날 녹내장이라는 몹쓸 병으로 불빛도 구별할 수 없는 시각장애 1급으로 판정받았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으로 세상을 비관하며 얼마나 원통했겠는가?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을 텐데,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중등과정을 특수교육으로 이수하고, 대학까지 마쳐 특수교사로 16년째 봉직하고 있다니 참으로 인간승리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 불굴의 의지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온 그녀에게 하나님은 손을 잡아주셨다.

 

 대학시절에 PC통신을 통하여 취미가 같은 독서광인 건장한 남자를 나타나게 하셨고, 둘이는 오랜 기간 메일을 교환하고, 본인이 장애가 있음을 밝혔음에도 하나님은 둘이 부부가 되게 하셨다. 결혼을 하기까지는 집안의 반대도 있었으나 이마저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지는 못했다. 지금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둘 사이에 여덟 살짜리 귀염둥이 딸까지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K 문우님은 자신의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자랑스럽게 나목()의 모습으로 보여주었다.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시니 조금도 두려움이 없었고, 이제는 수필의 길에 인도하여 주셔서 같은 처지에서 고통을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것 같았다. 글을 읽고 나는 '고난이 유익이라'고 하신 사도바울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격려의 글을 보냈다. 답신이 왔다.

 “힘들 때마다 이 글이 저에게는 용기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내가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 얼마 되지 않아 두 분의 문우님들이 차례로 들어오셨다. 두 분 모두 얼굴 표정이 밝았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이미 글 속에서 서로의 만남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K 문우님은 오늘 아침에 내가 쓴 「예초기 이발사」를 읽었다며 글이 좋아서 지인에게 보내주려 한다고도 했다. 나의 글도 조금씩 독자층이 넓어진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지만 퇴고도 제대로 못한 두려움도 있었다. 강의시간에 나는 교대로 두 분의 모습을 보았다. 두 분 다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우리의 교재는 한 면으로 16장이었는데, 점자로 출력된 K 문우님의 교재는 한 묶음이었다. 아마도 5~6십 장은 됨직했다.

 

 그분은 왼손으로는 교재를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가로방향으로 점자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마치 진주를 만지듯이 한 자 한 자를 보석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귀로는 강의를 들으며 오른손 손가락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내가 쓴 「수필은 백인백색」 낭독 순서가 되었다. 나는 그분이 힘들지 않도록 천천히 읽어나갔다. 나의 속도에 맞추어 손가락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태껏 나는 얼마나 행복 속에 파묻혀 있었던가? K 문우님은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그분의 수필 말미는 이렇게 끝났다.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라면’, 불편한 저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오늘 절망 가운데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밤마다 눈물로 씨를 뿌리며 고난을 희망과 행복으로 바꾼 천사와의 소중한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행복 속에 있으면서도 더 큰 욕심만을 부리며, 불행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오늘의 소중한 만남이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나는 주님께서 K 문우님에게 ‘성은’이라는 이름을 예비하신 것처럼, 날마다 세 가족에게 충만한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기도드리고 불을 껐다.

                                                 (2018.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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