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축제 그리고 개똥벌레의 추억

2018.09.12 14:07

한성덕 조회 수:1

반딧불이축제, 그리고 개똥벌레의 추억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초등학교 4학년 때, 고향인 무주의 ‘여원리’에서 이웃동네 ‘삼유리’로 이사를 했다. 고향이나 이사한 동네나 켜켜이 산으로 둘러싸이긴 마찬가지였다. 나 스스로를 언제나 ‘무주촌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고향의 시냇물은 동구밖 산자락을 휘감고 한쪽으로 졸졸졸 흐르는데, 이사한 동네는 금강의 한 지류를 형성하는 시작점이어서 비교적 많은 물이 동네를 가르며 유유히 흘렀다. 콩고물처럼 보드라운 모래는 살갗에 붙어서 반질거리고, 자잘한 돌들은 발밑에서 사각대는 낭만의 시골이었다. 1급수의 황제 중태기(송사리의 사투리)가 무리지어 지나가고, 새우징거미가 긴 수염을 내민 채 따라나서면, 다슬기는 물속 모래위에 검은 카펫을 깔아 주었다.

  여름철 시냇물은 개구쟁이들의 놀이터여서 어지간히도 텀벙거리며 난리를 피웠다. 그토록 신나던 수영장(?)은 어디로 갔을까? 정겹던 시냇물 자체가 온데간데없고, 무성한 잡초만이 속속들이 파고들었다. 그런 물속을 누가 들어가겠는가? 아무리 오라고 손짓해도 뱀이 나올 것 같아 걱정부터 앞선다. 그 때문인지 다슬기가 사라지고, 반딧불이도 가뭄에 콩나듯이 날아다닌다. 그래도 해극이를 비롯한 우형이와 낙진이, 저 밑에에서 찰싹거리며 헤엄치던 문자와 순자 등등의 남녀 친구들이 오라고 부르는 듯해서 싫지는 않다.

  이런 청정지역인지라 맑은 시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다. 한 움큼의 다슬기를 금방 쓸어 담았다. 다슬기가 개똥벌레의 먹이사슬이라는 것을 알기나했던가? 밤이 되면 훨훨 날아다니는 반딧불의 불빛이 장관을 이루었다. 철부지 우리는 특별한 도구 없이도 개똥벌레를 심심찮게 잡았다. 파리처럼 잽싸거나, 벌처럼 날렵하지 않아서 좋았다. 밤이 깜깜한 시대는 불빛을 대신하도록 하나님께서 느릿느릿 날아가게 하셨나 보다.

  어릴 적 우리는 개똥벌레를 ‘호다루~’라 부르며 쫓아다녔는데, 멈추거나 대답하지 않아도, 멀리멀리 날아가 보이지 않아도, 반딧불을 따르다가 넘어져도 상관이 없었다. 잡은 것은 반짝거리는 꽁무니를 잘라서 이마에 붙였다. 네 개를 먼저 붙이는 친구가 그 날의 대장이었다. 동작이 민첩했던 나는 누구보다 먼저 별(?)을 달고 대장 노릇을 했다. 개똥벌레는 여름밤의 다정한 친구이자 놀이의 시작이었다. 우리 또래에서 몇몇 안 되는 순수 놀이 문화요, 잊을 수 없는 동심의 세계였다. 그런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렸을 때 친구처럼 불렀던 ‘호다루’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았다. ‘호다루’는 ‘호타루’의 일본 말인데, ‘개똥벌레’ 또는 ‘반디, 반딧불’로 나와 있었다. 아무 짬도 모른 채 무턱대고 불렀지만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생각에 찝찝했다. ‘개똥벌레’나 ‘반딧불이’라는 순수 우리말이 얼마나 좋은가? 왠지 씁쓸해지면서 ‘엑 퇴~’하고, 내뱉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그 많던 반딧불이가 사라졌으니 그만큼 오염된 세상이라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반딧불이축제가 열리는 곳이 있다. 청정지역이라는 자연적 이미지가 얼마나 좋은가? 퍽 자랑스러운데, 다름 아닌 우리 고향 무주에서 열리는 불빛의 향연 ‘반딧불 축제’다. 금년 스물두 번째 축제가 막을 내렸다.

  무주가 생태여행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것은 단연코 반딧불이 군무(群舞) 때문이다. 올해도 개막 첫날 1,600여명이 참석했다. 9일 동안 치러진 축제는 성황리에 잘 마쳤다. 매년 9월 첫날 문을 열고, 아흐레가 되면 문을 닫는다. ‘개똥벌레’라고도 부르는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 322호로 등재되었다.

 국내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늦반딧불이’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등 3종뿐이다. 무주군 청정지역 일원에서 서식하는 종이 ‘운문산반딧불이’다. 이 반딧불이는 북한의 함경남도 풍산군 파발리에서 최초로 채집돼 ‘파발리반딧불이’로 불리다가, ‘파파리 반딧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파파리 반딧불이’는 한국과 일본이 주요서식지다. 연한 형광 연두색의 강한 점멸 광(분당 60~120)을 내는데, 국내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 8~10mm로 암컷은 속 날개가 퇴화돼 날지 못하고, 수컷만이 비행하면서 불빛을 반짝 반짝한다.

  무주를 가르는 금강 최상류 남대천에서 축제가 시작되면 섶다리도 추억을 안고 등장한다. 친구들 몇몇과 함께 남대천 물줄기를 따라 산책을 하고, 섶다리도 건너며, 옛이야기로 호들갑을 떨었다. 물속의 다슬기는 꾸물꾸물, 물총새는 초롱 초로롱, 하얀색 두루미는 긴 다리로 걷는데, 해맑은 강물은 구천동 계곡의 바람을 끌어와 살랑대며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무주가 고향이라는 것, 청정지역이라는 것, 무주촌놈이라는 것, 겨울이면 스키장이 있고,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덕유산이 있다는 것 때문에 더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나만 그럴까, 아니면 무주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럴까?

  오늘도 내 고향 무주를 생각한다. ‘청정지역 무주’라는 이미지를 순수하게 간직하고 더럽히지 않아야지. 옛날을 생각하며 반딧불이가 훨훨 날아다니는 날을 기대해야지. 내일도 개똥벌레의 추억을 생각하면 행복할 것이다.  

                                             (201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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