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단상

2018.09.13 14:06

임두환 조회 수:3

귀뚜라미 단상(斷想)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임두환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하다.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풀숲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귀뚜라미들의 교향악은 비장함이 감돈다. 암컷들에게는 ‘그대, 내게로 오라!’라는 세레나데로 들리지만, 수컷들에게는 ‘내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옛 사람들은 귀뚜라미를 영리한 곤충이라 여겼다. '칠월귀뚜라미 가을 알 듯한다.'는 말이 있다. 무더운 기온에도 음력 7월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자연의 변화를 알린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귀뚜라미가 활기차게 노래하는 것은 생존본능으로 8~ 9월 춥지도 덥지도 않은 24℃ 안팎의 기온에서 짝짓기 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인디언들도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주변의 온도를 감지했다고 한다. ‘귀뚜라미는 가난한 자의 온도계’라는 미국속담이 있다. 귀뚜라미는 주변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곤충이고 보니, 그들 생애에서 가장 활발할 때가 초가을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귀뚤 귀뚤’하는 노랫소리에 작고 귀여운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아미’를 붙여 ‘귀뚤아미’를 '귀뚜라미'라 부른다. 예를 들면 ‘동글아미’를 ‘동그라미’로 ‘짚앙이’를 ‘지팡이’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귀뚜라미는 메뚜기 목() 귀뚜라미 과()에 속한다. 전 세계에 약 900여 종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40여 종이 있다. 성충은 길이가 20~25mm이며, 체색은 흑갈색 또는 갈색이며 몸 형태는 원통형이다. 머리는 둥글며 한 쌍의 겹눈과 세 개의 홑눈을 갖고 있다. 머리에는 한 쌍의 더듬이와 복부 끝에 한 쌍의 긴 털이 있다. 날개는 막질로 이루어졌으며 대부분 비행능력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잡식성으로 평생을 풀숲이나 돌밑, 덤불, 하수구 등에서 산다.  

 

 귀뚜라미는 알에서 깨어나 약충(若蟲)으로 지내다가 8~10월 사이에 성충으로 활동한다. 그들 수명은 2~3개월로 짝짓기를 마지막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그때가 바로 가을이다. 그래서 가을에만 귀뚜라미들의 감미로운 세레나데를 들을 수 있다. 귀뚜라미 암컷과 수컷은 따로 떨어진 곳에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하여 암수는 좀처럼 만나기가 힘들다. 그러니 수컷은 안달이 날 수밖에. 그리하여 큰 소리로 암컷을 유인(誘引)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귀뚜라미사회에도 얌체와 사기꾼 ‧ 건달이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연가()를 열창할 때 주위에서 빈둥거리다가 암컷이 나타나면 마치 제가 그 노래를 부른 주인공인 것처럼 속이고는 신방을 차리는 수컷이 있다. 참으로 기막히고 통탄할 일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귀뚜라미를 날이 추워지니 베를 빨리 짜라고 재촉하는 벌레라고 해서 ‘촉직(促織)’이라고 불렀다. ‘귀뚜라미가 울면 게으른 아낙이 놀란다.’는 속담도 있다. 사족을 달자면, 귀뚜라미가 집안으로 들어와 소리를 내는 것을 얼마 있지 않아 한 해가 저문다는 뜻으로 여겼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매년 가을이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논둑이나 들판으로 뛰쳐나갔다. 메뚜기와 방아깨비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 때만해도 농약 없는 친환경적이어서 나가기만 하면 서운치 않게 잡을 수 있었다. 방아깨비는 친구들과 들판에서 구워먹고, 메뚜기를 어머니에게 전해드리면 날개를 떼내고는 기름소금에 볶아주셨다. 어렵던 시절!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던지, 영양을 보충하는 데는 이만한 것도 없었다. 이것을 보관해두었다가 도시락반찬으로 넣어줄 때면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하늘을 날 듯했다.    

 

  앞으로 2050년이면 전 세계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식량부족현상이 일어날 것이라 한다. FAO(세계식량기구)에서는 미래대체식량으로 곤충을 지목하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는 쌍별귀뚜라미를 일반식품원료로 인정받아  ‘식용양갱’과 ‘쿠키과자’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도 쇠고기를 대신하여 식용귀뚜라미를 주재료로 한 ‘귀뚜라미버거’가 인기라고 한다. 귀뚜라미는 쇠고기보다 높은 단백질, 무기물, 비타민, 칼슘 등이 들어있어 영양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귀뚜라미소리는 분명, 가을을 알리는 신호이다. 귀뚜라미는 학창시절 밤 새워 공부를 할 때 나의 둘도 없는 벗이었고,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던 전령사였다. 인간은 자연에 역행하려들지만 이들은 그러하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할 따름이다. 내 자신 미물(微物)에게서 얻은 비결에서 삶의 질을 더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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