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기의 반란

2018.09.19 04:57

김길남 조회 수:2

문명이기의 반란(反亂)

 전주안골은빛수필문학회 김길남

 

 

 

 

 인류의 문명은 도구 사용에서 싹텄다. 돌을 주워서 쓰던 구석기와 깨어 만들거나 갈아서 만든 신석기시대로부터 구리로 만들던 청동기와 쇠를 이용하는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문명은 발전했다. 새로운 방법이나 물질이 나올 때마다 더 좋은 맛에 얼마나 춤을 추었을까? 현대는 녹슬지 않고 가벼운 재료가 각광을 받는다. 열에 강하고 압력에 견디며 약품에 쉬 변하지 않아야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  

 옛날에는 자연에서 생활용품을 얻었다. 나무로 가구를 만들고 밥주걱과 숟가락 젓가락도 깎았다. 짚으로는 가마니와 멍석을 만들고, 대나무로 바구니와 소쿠리를 엮었다. 오래 쓰다 버리면 썩어 없어져 자연으로 돌아갔다. 사람의 삶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자연에서 얻어 쓰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과정을 밟았다. 몇 천 년이 지나도 그 순환과정은 변함이 없었다. 쇠로 만든 기구가 오랫동안 사용 되었으나 닳아서 서서히 없어지고 남은 재료는 대장간에서 다시 다른 도구로 바뀌어 남겨지는 것이 없었다. 다만 흙으로 빚은 자기가 깨어지면 그대로 남아 있어 불편을 줄 따름이었다. 그러나 아주 작은 일에 불과했다.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우리나라에서만도 1년에 98억 톤이 생산되고 병을 260억 개나 만든다 한다. 1인당 사용량이 98kg이고 세계 1위다. 원유를 정제한 원료로 만들었는데 사용하고 버리면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적어도 5백년은 걸려야 분해된다고 한다. 계속 만들어 쓰고 버리기만 한다면 그 쓰레기가 지구를 덮을지도 모른다. 다시 활용할 수는 있으나 수거한 것에 이물질이 많아 사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 해결방법은 사용한 사람이 깨끗이 씻어서 버리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모든 국민이 공해에 깊은 인식을 가지고 실천해야 하는데 될 법한 일이 아니다.. 버리는 장소에서 일일이 검사할 수도 없다. 그나마 회수율도 낮은 편이다.

  바닷가나 섬에서는 밀려오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어느 곳을 막론하고 오목한 곳에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제품이 수북하다. 모두 사람들이 쓰고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버린 것까지 떠내려 온다하니 속수무책이다. 현재 15천만 톤이 바다에 떠 있으며 해마다 8백만 톤이 유입된다고 한다.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건져내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니 골머리를 앓는다. 어청도에 갔을 때 보았는데 항구 쪽은 깨끗했다. 등대가 있는 서쪽에 올라가보니 오목한 곳에 쓰레기가 몰려 있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바닷가 사람이나 뱃사람들이 버린 것이다. 어디에서 왔는가는 병에 붙어있는 라벨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것이라고 중국에게 치우라 하면 치우겠는가? 공해는 어느 한 나라 일만이 아니다. 세계가 나서서 조금이라도 덜 버리도록 힘을 합해야 될 일이다.

 

  언젠가 TV에서 본 일이다. 플라스틱의 분해된 미립자가 해양에 있는지 연구기관에서 해수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분자가 물에 녹아 있었다. 이것이 몸속에 들어가 혈액을 타고 머리로 가서 핏줄을 막는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분해되기도 어렵지만 분해된 미립자가 물에 섞여 사람의 몸에 들어올 수도 있다니 근심거리다. 얼마나 많은 미립자가 섞여야 해로운 것인지 밝히지 않아서 무어라 말 할 수는 없다. 물을 마시거나 바닷물고기를 먹고 플라스틱 미립자가 몸에 들어올 확률은 높아가리라.

 편리해서 만들어 쓰는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공해가 된다니 시름이 앞선다. 공해를 생각하면 당장 플라스틱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데 편리하게 사용하는 도구들이 없어져야 하니 그럴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대로 둔다면 그 폐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방법은 하나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새로운 물질을 찾아야 한다. 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면 할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곰팡이를 발견하면 된다. 영국 런던 큐 왕립식물원의 보고서에 게재된 연구결과다. 파키스탄에서 발견된 ‘아스페르길루스 튜빙센시스’라는 곰팡이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데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CNN에서 보도했다. 18개국 과학자 100명이 참여한 보고서에는 2017년 기준으로 2,189종의 곰팡이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하는데 아직 200만개 이상의 곰팡이가 남아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인류 문명은 계속 발전한다. 틀림없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거나 분해하는 곰팡이를 발견하여 실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끊임없이 연구하여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18.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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