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겸손

2018.09.25 05:58

한성덕 조회 수:6

대통령의 겸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를 말한다. 반대어인 ‘교만’은, 잘난체하는 태도로 겸손함이 없고, 몹시 까불며 건방지게 행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겸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는 말이 있다. 겸손은 기독교신자의 첫째 덕목이다. 이 겸손은 여러 가지 덕목 중의 하나가 아니라, 기독교신앙의 유일한 교훈이자 핵심교리다. 겸손은 예수님에게서 나온, ‘낮아짐’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 석학 중에 ‘앤두류 머레이’라는 신학자가 있다. 그의 저서 가운데 ‘겸손’이라는 얇은 책이 있다. 일찍이 그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머레이는, ‘사랑까지도 겸손의 뿌리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며, ‘겸손의 뿌리가 마르면 사랑의 꽃조차도 시든다.’는 말로 겸손을 정리했다.  

  비단 기독교 신자뿐이겠는가? 그 사람의 바탕에 ‘겸손’이 깔려있어야 인간미가 넘치고, 됨됨이가 아름다워 덕망 있게 보이며, 사람다운 훈훈한 맛이 풍긴다. 그렇지 않으면 왠지 추하게 느껴지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멀리하고 싶어진다.

 나는, 평양에서 열린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918~20)을 유심히 보았다. 놀랍고도 감동적인 글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보면서 어떤 글을 써 볼까 생각하는데, 자꾸만 대통령의 겸손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겸손한 모습을 수필로 써보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5만 군중에게 연설을 하면서 “우리민족은 5000년을 함께 살아 왔습니다. 70년은 적대 관계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핵을 없애고 핵전쟁이 없는 통일된 나라를 후대들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이제는 하나로 합쳐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원합니다.” 라고 했다.

  경상도 말씨의 또릿또릿한 인사말, 차분하면서도 당찬 메시지, 진심이 묻어나는 정제된 표현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사는 곳이 평양이다. 그들이 평생을 살아도 들어 볼 수 없는 말을 대한민국 대통령에게서 들었다. 남쪽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평양시민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렸을까? 아마도 엄청난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부푼 꿈으로 마음이 콩닥거렸을 것이다.

  더욱이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 나온 북한 주민들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어느 나라, 어떤 원수에게서도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한평생을 존엄과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살아 온 북한 주민들이 아닌가? 우리 대통령에 대해서는 ‘악질 중의 상악질인 반동분자 남조선 대통령’이라고, 평생 동안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모질고 악랄한 수법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헐뜯었으니, 남한의 대통령이야말로 그들이 타도할 제1번 목표일 것이다. 정말로 그런 줄 알았는데, 겸손히 허리 굽혀서 인자한 모습으로 정중하게 인사하는 우리 대통령을 보았다. 이 엄청난 충격 앞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겠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3대가 세습한 북한의 수령에게서 일반대중을 향한 큰절 인사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 일이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자리에서 벌어졌으니 어찌 놀라지 않았겠는가?

 

  이번 문 대통령의 인사 하나가 북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그 신선한 충격이 나비효과를 불러왔으면 좋겠다. 한 국가의 최고 권력인 대통령이, 대다수의 일반 대중을 섬긴다는 뜻의 속내가 들어있는 인사법이 아닌가? 열렬히 환영해준 평양시민들에게, 당연한 예를 표한 인사일 뿐 더도 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만 열면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처럼 연출된 정치술수나, 정치쇼라고 해도 이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일은 없다.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최고 수준이었다. 겸손은 ‘술’이나 ‘쇼’로 되는 게 아니다. 나도 겸손하려고 애를 쓰지만, 익숙하지 못한 행동은 하루 이틀사이에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본 대통령의 겸손이 평소 국민을 대하는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남북한은 물론이요, 전 세계인들로부터 크게 칭찬받을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보다 아래 사람이라고 여길 때 악수로 행동한다. 그러나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예를 갖추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후자 쪽에 속하는 분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문 대통령을 좋아했고, 이번 3차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의 겸손한 모습을 보며 더 좋아하게 되었다. 겸손, 그 낮아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201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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