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츠산 트래킹

2018.10.01 11:47

소순원 조회 수:7

엉거츠산 트래킹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소 순원

 

 

 

  혼노 돌 게르 캠프장을 떠나려했다. 어제 저녁부터 세 끼 식사를 제공했던 식당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환송을 해 주었다. 손을 흔들어 환송하고, 또 만나자는 듯 목례인사를 하는 모습이 오래 사귄 친구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주전자를 들고 나온 중년의 남자 직원은 한사코 조금씩 물을 흘려 떠나가는 버스 뒤를 향하여 뿌려대는 것이었다. 몽골인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돌아가라는 배려라고 했다. 몽골주민들도 한국 농촌사람들만큼이나 정이 많은 사람들처럼 느꼈다.

 

  2018년 8월 20일 오후 330분쯤 몽골 테놀지국립공원에 들어섰다. 바다지역이 융기해 조성된 높은 산들이 비바람에 깎이고, 침식되어 아름다운 테놀지공원이 생성되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수긍이 갔다. 주변 산봉우리엔 할아버지바위, 할미바위, 며느리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독서바위 등 헤아릴 수 없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솟아있었다. 테놀지 국립공원은 맘씨 고운 몽골인들에게 하늘이 내린 큰 포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공원의 일부인 엉거츠산 트래킹이 이 시각에 감행해야할 일과였다. 엉거츠산 아래 마을에 몽골국기와 대한민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것을 보고, 두 대의 버스가 한국 사람들을 태우고 왔다는 것을 알고 환영해 주어서 감사했다. 이 마을 사람들보다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름다운 엉거츠 산에 안기고자 고통을 참으며 명산에 오른다. 이 산에서 정기를 받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영산의 에너지를 축적하여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개발하여 세상을 발전시킬 길을 열 것이라는 기대에 부푸푼 순간이기도 했다.

  3부 능선까지 오르는데 수많은 야생 풀꽃들이 피어있었다. 앞장선 일행들에게 떨어지지 않고 가야 될 것 같은데 예쁜 야생초 꽃들을 휴대폰에 찍으며 가자니 조금씩 뒤처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단짝 친구가 빙그레 웃으면서 나와 보조를 맞춰주어 꽃들의 사진도 찍고, 선발대에서 적당히 뒤 처져서 산에 오르는 중이었다.

 

  4~7부 능선을 오르는데 오른쪽 무릎과 발목이 아팠다. 지팡이 하나를 만들려고 죽은 나무에 오르는데 50~60cm의 높이가 부족했다. 그 고목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한국인이 도와줄 테니 더올라가라며 내 하체를 안아서 50cm 이상 높여주어 적당한 나뭇가지를 잘라 지팡이를 만들 수 있었다. 참 고마운 분이었다. 그 지팡이를 짚으며 오름길을 걸으니 조금 수월했지만 그래도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았다. 그 때 두리번거리니 지팡이 하나가 큰 바윗돌에 세워져 있었다. 웬 횡잰가 싶어 반갑게 그 지팡이를 취하여 양손으로 짚으며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오르니 다리통증도 완화되고, 산행이 더 수월해졌다.

 

 그런데 40대 초반쯤의 한국 여자가 험한 욕지거리를 외쳐대며 내 뒤를 따라왔다. 그녀의 지팡이를 내가 가져가 벼려서 그녀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지팡이를 물려주고 외지팡이 만을 짚고 산을 올랐다. 예쁜 야생초 꽃들을 휴대폰에 담다보니 악다구니 를 퍼붓던 여자와 만났다.

 "내 나이 칠십인데 함부로 욕지거릴 퍼부으면 되겠느냐? 지팡이엔  이름도 없어서 버린 것으로 알고 가져왔을 뿐이오. 사진 몇 장 찍으려고 잠시 두었다는 것을 지나가는 사람이 어찌 알 수 있겠느냐?

라고 따졌더니 잘못했노라고 사과를 했다. 오늘 등산길에서는 선한 덕인도 만났고, 욕쟁이 아주머니도 만났다. 아마도 내 명줄이 조금 더 길어질 모양이다. 팔부능선에 들어서니 고되고 힘든 오름길은 끝나고, 산행길이 완만한 오름길이고 숲 그늘이어서 정상으로의 행로는 더 재미가 붙었다.

 

  드디어 우리 일행이 최고봉이라고 생각되는 봉우리 정상에 올랐다. 그 봉우리에 선 사람마다 야호를 외쳐대고 인증사진을 찍기에 분주했다. 친구와 나는 함께 오른 여자들과도 사진을 찍어주며 즐겼다. 우리동네 전주 인후동에서 왔다는 아주머니가 귤 한 개씩을 나누어 주어서 간식호사도 누렸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올라갈 때 찍지 못한 야생화도 휴대폰에 저장하며 3부 능선에 들어서니 자생하는 예쁜 야생화 촬영에 발이 묶인 전라회 일행 2명은 트래킹에 낙오된 채로 아직까지도 청초한 아름다움을 수줍게 간직한 야생화들의 영상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우리가 탐사했던 봉우리는 엉거츠 산의 정상이 아니었다. 그 산의 아랫마을과 테놀지 공원의 주변을 관망하기에 아주 좋은 전망대 같은 제2봉의 경관이었다. 1봉 즉 정상에는 <어워>가 설치된 신성한 성지였다. 성역에 함부로 들어가 신들을 언짢게 하지 않은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할 것 같았다.

 

  엉거츠 산 트래킹은 야생화들과의 만남이었고, 작지만 아름다운 꽃들과 교감을 나누라는 정령들의 바람이 우리 일행 2명을 붙들어 두기도 했다. 엉거츠산에 숨은 꽃들과 어울려 놀고, 그들과 대화하는 사람이 되라는 산신령의 지혜인 것을 우둔한 내가 어찌 알겠는가?

                                                  (2018.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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