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잡지 인생

2018.10.06 06:09

김세명 조회 수:51

 서정환의 잡지 인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잡지는 나의 동반자다. 35년간의 공무원 정년을 앞두고 수필가로 등단했다. 신인상을 받으니, 작가들로부터 개인 수필집이 배송되었다. 나도 그간 수필집을 두 권 발간해서 등단 작가들에게 보답한 바 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잡지와 벗이 되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나의 삶이 이렇게 하루하루 끝나버리면 어쩌나, 두려움에 떤 적도 많았다. 뭔가 이루지도 못하고, 나이만 들어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잡초처럼 살다가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선택한 것이 수필이고 잡지다.

 

 내가 수필로 등단한 잡지는 ≪수필과 비평≫>지다. 2001년도 5월 대전 홍인호텔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 잡지는 신아출판사 사장 서정환이 운영하는 잡지다. 이런 인연으로 지금까지 18년간 서정환 사장과는 존경하는 문우요 등단지의 사장으로서 친히 지낸다. 그는 1940년생으로 평생 잡지와 함께 살아온 분이다.  

 

그 는 1970, 〈신아 문예사〉로 시작했다. 직접‘가리방’을 긁어 등사하는 인쇄업으로 시작하여 오늘처럼 대성하신 분이다. 워낙 맨손으로 시작한 일이라 우여곡절이 많았다. 성실히 그리고 탄탄히 기반을 다지면서 출판업의 꿈을 키웠다. 조선시대 책을 제작했던 완판본의 고장인 전주의 역사적 위상과 의미를 알게 됐다. 이후 苦戰했지만 조금씩 나아져 1990년대부터는 사업이 번창했다.  

 

 월간 ≪소년문학≫과 ≪수필과 비평≫을 비롯한 10여 가지의 다양한 문예지를 창간하고 단행본을 내고있다. 올해로서 창간 35년을 맞은 ≪수필과 비평≫은 문학의 장르로 인정받지도 못했던 수필을 독자적 영역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그는 전북의 대표적인 잡지 발행인으로서 지역문학과 출판업 발전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월간 ≪수필과 비평≫, ≪소년문학≫, ≪좋은 수필≫, SEE, 계간 ≪계간문예≫, ≪문예연구≫, ≪인간과 문학≫, ≪다빈치≫, ≪표현≫, 격월간 ≪여행작가≫, 등을 발행한다. 12개 잡지를 직원 20여 명이 만들며 평생을 잡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80세가 가까워 은퇴할 나이지만 지금도 현역으로서 잡지에 대한 고집은 남다르다.  

 

 서정환, 그는 출판사와 문예사 그리고 문예대학을 운영하며 평생을 잡지발행에 몸을 바치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에 자리 잡은 신아출판사는 반세기 동안을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북의 문인들 대부분의 문집을 출간하며 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 출판사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잡지를 출간하고 있다. 수필이 좋아서 나는 등단 이후에도 신아문예대학에 다니며 수필을 공부하고 있다.  

 

 또, 그는 1994년 문예연구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여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암으로 작고한 부인 황의순 추모 수필집 『동백꽃 사연』을 출간했다. 금년에 '2018 전주 연꽃문화 축제장'에서 제3회 전북불교문학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그는 '황의순 문학상'을 제정하여 해마다 수필인들 중 한 명을 시상하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부인을 추모하기 위해서 마련한 상이니만큼 앞으로도 해마다 계속될 것이다.  

 

 팔순이 가까워도 건강하게 출판사를 운영하며 수필도 쓰는 현역 작가이기도 하다. 글은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는 소박한 답변을 하는 걸 보면 진솔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수필과 비평≫은 역사도 깊거니와 전국적으로 많은 수필가를 양성하여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다. 그는 차를 타지 못하여 오토바이를 주로 탄다.  

 

 그는 신의를 지키려고 고인이 되신 신곡 라대곤(19402013) 문학비를 김제 청운사에 세웠다. 김제 출신인 고인은 주로 군산에서 활동하면서 1982년 월간 문예사조에서 소설가로 등단해 30여 년 동안 소설집 ≪악연의 세월≫ ≪굴레≫ ≪아름다운 이별≫ 등과 수필집 ≪한 번만이라도≫ ≪황홀한 유혹≫ ≪취해서 50년≫, 동화집 ≪깜비는 내 친구 1,2,3≫ 을 펴내는 등 왕성한 문학활동을 했었다. 특히 ≪수필과 비평≫ 회장을 맡아 수필문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섰던 분이다. 이에 또 서정환 님은 이러한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자 <신곡문학상>을 제정해 수필문학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저변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나는 잡지를 읽고 수필을 쓰며 매일 만 보씩을 걷는 게 나의 '소확행'이다. 걷다 보면 수필의 소재가 떠오르기도 한다. 돈과 권력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보면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없다. 돈도 많으면 좋겠지만 결코 행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잡지는 일상의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이다. 잡지 인생으로 사는 서정환 사장을 보면서 흠모의 정을 느낀다. 나로서는 흉내낼 수 없는 분이지만, 나도 잡지에 대한 관심과 정은 남다르다. 사는 게 별것인가? 남은 생을 잡지와 더불어 한 권이라도 더 멋진 수필집을 남기고 싶다. 잡지 인생 얼마나 멋진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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