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2018.10.07 13:17

신효선 조회 수:2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신효선

 

 

 

 

  남편과 나는 프랑스 파리 북역에서 새벽 일찍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북쪽으로 갈수록 들판에는 소떼들이 눈에 띄고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의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를 관통하는 고속열차는 숨가쁘게 달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네덜란드는 1년에 무려 90억 송이 이상의 튤립을 재배한다고 한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 송이씩 나누어 주고도 남는 양이다. 암스테르담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작은 마을 쿠켄호프에서는 매년 3월이면, 유럽에서는 제일 먼저 세계 최대의 튤립축제가 열린다. 나는 가을여행이라서 튤립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쉬움만 안고 돌아왔었다.

  암스테르담은 165개의 운하가 부채꼴을 이루며 흐르는 모양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화가 고흐, 렘브란트, 베르메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안네의 일기』의 현장에 가볼 수도 있으며, 꽃시장과 국립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담 광장은 왕궁과 마담 투소 밀랍 인형관, 국립 기념비, 신교회, 백화점 및 호텔 등이 둘러싸고 있으며 수많은 관광객으로 항상 붐빈다. 중앙역 관광안내소에 들러 1일 교통 티켓을 구매하고, 관광에 필요한 교통과 몇 가지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우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암스테르담의 민박집에 예약했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풍차 마을을 찾아 나섰다. 민박집 아저씨는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잔세스칸스 풍차 마을로 가라고 했다. 중앙역에서 잔세스칸스행 기차를 타고자 남편은 한 청년에게 길을 물었다. 그런데 그 청년은 기차보다는 버스를 타야 그곳 풍차 마을 바로 앞에서 내려준다고 했다. 그 청년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기 여자 친구도 서울에 사는 한국 사람이라면서 반가워했다. 풍차 마을에 가는 버스 출발 시각이 촉박하다며 우리를 앞장서서 중앙역 뒤쪽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힘껏 뛰어갔다. 마침 버스가 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어 우리는 가까스로 버스를 탈 수가 있었다. 세계에서 평균 키가 가장 크다는 말대로 훤칠하고 친절한 네덜란드 청년이 고마웠다.

  네덜란드에서 풍차를 보려면 암스테르담의 근교 잔세스칸스와 암스테르담에서 약 100㎞쯤 거리에 있는 킨데르데이크를 방문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키데르데이크는 렉 강과 노르트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해수면보다 낮은 알블라세르바르트 폴더의 배수를 위해 1740년 무렵 세워진 19개의 풍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잔세스칸스에는 약 700개의 풍차가 있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에 밀려 지금은 풍차 5기가 남아 관광객을 맞아준다. 이 마을에는 네덜란드 고유의 나막신인 크롬펜 작업장도 무료로 구경할 수 있으며, 치즈 생산 농가에서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작업장을 공개하고 있었다. 손녀딸 생각이 나서 커다란 치즈 한 덩이를 샀다.

  우리 부부는 평화로운 풍차 마을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노년에 이런 데서 한가로이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중앙역 근처에 자전거 7,000대를 주차할 수 있다는 자전거 주차빌딩이 이곳의 자전거 사랑을 대변해 주었다. 중앙역 앞에서 출발하여 운하를 따라 시내의 명소를 운행하는 유람선 투어를 했다. 유람선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한국어 안내 방송이 되니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은 웬만하면 외국 관광지에서 한국어로 안내가 되고 있어 국력을 실감한다. 이곳의 건물들은 독일이나 영국의 목골 건물과는 달리, 맞배지붕 모양의 폭이 좁고 기다란 건물들이 운하를 따라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 유람선을 따라 암스테르담의 명소를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니 어둠이 내려앉았다.  

  숙소에 돌아오니 국내에서 명품 무역상을 한다는 젊은 남자 사장과 여직원 2명이 주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유럽을 한 바퀴 돌아 물건을 사다가 한국에서 파는데, 이 민박집을 단골로 들른다고 했다.  

  다음날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을 찾았다. 이곳은 고흐 작품의 양이나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고흐는 1890년 사망하기 전까지 수많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고, 그의 조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고흐미술관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은 1885년에 개관했으며 이 박물관에서는 한 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네덜란드의 주요 예술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회화작품과 조각, 미술작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고흐의 작품 230점과 그의 데생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으며, 고흐와 함께 인상파 작가인 모네, 고갱의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한쪽에는 일 년 내내 길게 입장객이 줄을 서는 작은 건물이 있다. 이곳이 바로 안네와 그의 가족, 지인 8명이 194276일부터 194484일 누군가의 밀고로 나치에게 발각될 때까지 약 25개월간 숨어 살던 ‘안네 프랑크 하우스’다. 안네 프랑크도 19453월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에서 티푸스 감염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극적으로 살아남은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딸 안네의 절박했던 일상을 기록한 『안네의 일기』를 출간했고, 그 은신처가 오늘의 ‘안네 프랑크 하우스’로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가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입장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담 광장으로 갔다. 이곳은 듣던 대로 광장이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유난히도 많은 비둘기들이 사람과 한데 어울렸다.

  어릴 적 바다보다 육지가 낮아 풍차를 만들었다는 나라, 너무도 멀어서 다가갈 수 없으리라 여겼던 동경의 나라, 네덜란드에 와서 주마간산격이지만 이렇게 둘러보고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으니, 작은 소망을 하나 이룬 소녀마냥 가슴이 설렜다.

 

(2017. 10. 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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