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2018.10.13 17:57

홍성조 조회 수:13

나는 누구일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    

 

 

 

 

 

   내 생일은 7월 상순인데 정확한 날짜는 모른다. 주인님이 나를 택하여 세상 구경을 시켜주는 날이 바로 내 생일이다. 나의 혈관은 자라면 무척 길다. 나는 태어난 지 6개월이면 커다란 알을 낳는다. 알이라고ㅜ 하면 계란이나 타조알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알과는 다르다. 내 알은 키가 작고 럭비공처럼 둥글둥글하다. 사람들은 그 알을 무척 좋아한다. 알의 색깔은 흰색, 보라색, 노랑색 등 여러가지다. 사람들은 그 알을 가지고 구워먹거나 삶아먹기도 하고 각종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주인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사람들은 무지막지하게 내 혈관을 잘라 내 피부를 벗겨 뜨거운 물에 삶기도 한다. 그리고 아침상에 올리면 식구들끼리 맛있게 먹는다.

 

  7월 어느 날인가, 나는 우리 동료 100명과 더불어 양쪽정렬어 포승줄에 묶여서 원치 않게 농장마을로 실려 왔다. 이미 주인님은 나를 맞이할 방을  마련해 두었다. 내 방은 포근하여 잠자기에 무척이나 좋았다. 내 방은 가로 60센티, 세로 20센티, 높이 30센티의 삼각형 모양의 조그마한 흙집으로서 아늑한 공간이었다. 이 곳에서 나는 6개월을 살며, 내 새끼들을 키워야 한다. 나의 흙집은 비가 많이 와도 주인님이 배수처리를 잘해주어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곳은 낮에는 햇빛을 많이 받고, 밤에는 선선하여 내 자식들을 키우기에는 무척이나 안성맞춤이다.

 

   주인님은 우리 동료들 하나하나를 나무막대기로 인정사정없이 흙집으로 주욱 쑤셔 밀어 넣는데 어찌나 아픈지 소리도 지르지도 못한다. 얼마 뒤 옆집 아저씨는 이상야릇한 음식을 몽땅 준다. 거름이라고 한다. 정말로 지독한 냄새가 나서  현기증이 생길 정도다. 허나 우리 주인님은 나에게 독한 질소 약은 조금만 주고  물을 많이 주니 참 좋다. 우선 흙집의 공기가 맑아져서 좋다. 다른 집 애들은 질소라는 약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탈이 나곤 한다.

 

   나의 생명 줄은 물이다. 옆집 애들이 물 부족으로 가끔 죽어가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데 나는 인정이 많은 주인님을 만나 매일 매일 물을 공급받는다. 지금도 나는 주인님께 무척 감사하고 있다.

 

   나의 흙집에는 가끔씩 굼벵이 아저씨와 흑선충 아주머니가  찾아온다. 이 불청객들은 내 허락도 없이 내 살을 갉아먹는다. 나는 굉장히 아프지만 소리도 못 지른다.  흙집의 방음이 잘되어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다. 망나니 잡초들도 내 영역을 침범한다. 그들은 무척 성장 에너지가 강하다. 망나니 잡초들을  막고자 우리 주인님은 땀을 흘리면서 비닐로 흙집을 덮어주기도 한다. 그 은덕에 내 새끼들은 키도 쭉쭉 자라고 제법 몸집도 커진다.

 

  수확기에 주인님은 호미로 흙집을 부수고,  알 새끼들을 찾는다. 어쩌다 주인집 막내가 실수로 내 몸에 상처를 내면 따로 광주리에 담아 폐기처분 한다. 주인님은 내 알들을 모아서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직사광선이 안 들고 통풍이 잘된 집구석에 펴놓아 20일 정도 방열한 뒤 식량 대용으로 쓰여 질 때를 기다린다. 그 때야말로 우리가  편히 쉴 시간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고구마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주인님의 정성으로 우리는 잘 자라서 보답을 해야 한다. 내년을 위해 주인님의 식구들에게 이 한 몸 다 바쳐 유용한 간식이 되는 것이 내 임무을 다하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주인님 처분만 기다리고 있.                                        

                                       (20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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