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파업 중

2018.10.16 06:05

정근식 조회 수:16

여성은 파업 중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근식

 

 

 

 

 

 

 요즘 여성들은 파업 중이다. 어머니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땅의 어머니가 줄어들고 있다. 한때 안방마님이라 불리며 자녀를 낳고 경제권을 쥐고 있었던 위대한 어머니는 줄어들고, 산업전선에서 자신의 삶을 위해 애쓰는 여성이 늘고 있다. 그 여성들은 십여 년전까지만 해도 배우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을 아주 평범한 여인의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길을 위해 자신의 꿈도 욕심도 기꺼이 버렸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시장의 난전도 탄광의 막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흉년에는 어미는 굶어죽고 아기는 배터져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어머니의 존재는 ‘희생’ 그 자체였다. 그러기에 지구상에서 어머니는 지금까지 위대한 존재로 칭송을 받아 왔다.

 

 그런데, 요즘 여성들은 위대한 어머니로 칭송받는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자녀를 낳지 않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자녀를 적게 낳기도 하지만 비혼(非婚)이라는 용어가 새로 생길만큼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는 여성도 많다. 그 여성 중에 내 아이도 둘이나 있다. 결혼 정년기가 된 첫째아이는 결혼은 하고 싶지만 부양에 대한 부담감과 명절과  때 다른 집안에 가는 것이 싫다는 이유고 둘째는 아예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비혼주의자다. 원인은 우리를 둘관련된 사회 문화적 환경때문이다. 자녀 부양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그 어려움 때문에 자식을 적게 낳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려고 어머니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코이라는 물고기를 본다.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는 이 물고기는 원산지가 일본인데 잉어의 종류다. 특이하게도 이 물고기는 환경에 맞게 자신을 조절한다. 보통 동식물은 유전적 형질 때문에 살아가는 장소에 관계없이 대개 비슷한 크기로 성장을 하는데 이 물고기는 다르다. 힘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녀수를 조절하거나 아예 낳지 않는 여성들처럼 자신의 신체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코이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자란다. 좁은 수족관에 키우면 성어가 되어도 손가락 정도의 크기로 자란다. 그런데 넓은 연못이나 큰 수족관에 키우면 손바닥정도로 자란다. 놀라운 것은 같은 물고기인데도 큰 강이나 호수에서 살면 1미터 이상 자란다고 한다. 넓은 호수에서 1미터 50센티까지 자란 물고기도 있다고 하니 코이의 환경 적응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코이가 넓은 바다에서 살 수 있다면 고래만큼 큰 물고기가 되지 않을까? 이 땅의 여성이 주어진 환경에 따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녀수를 조절하는 것처럼 코이는 움직일 수 있는 환경에 따라 피라미가 될 수도 있고 대어가 될 수도 있다. 하등생물인 물고기지만 주어진 환경에 따라 삶을 조절하는 능력에 존경심을 보내고 싶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결혼과 자녀에 대해 설문을 조사한 적이 있다. 대상은 미혼 남녀와 딩크족 부부였다. 결혼한 뒤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를 딩크족이라고 한다. 미혼 남녀에게는 결혼 여부와 결혼을 한다면 자녀를 몇 명을 낳겠느냐고 질문했고, 딩크족에게는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한다. 결혼을 의무라는 생각보다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할 경우에나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미래가 있는 것은, 설문자 대부분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낳기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대답이다. 자녀를 낳게 되면 부양비도 문제지만 자녀를 돌보는 것 역시 큰 문제라고 한다. 서구 유럽처럼 대학교육비까지 전액 무료로 지원하여 부양비 부담을 없애고 자녀 출생으로 인하여 직장과 사회에서 발생되는 불이익을 제거한다면 자녀를 많이 낳고 싶어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며칠 전 중앙노동위원회에 다녀왔다. 직장에서 임금협상이 결렬되어 정부가 중재를 하는 자리다. 쟁의행위를 하기에 필수적인 과정이긴 하지만, 요즘 중앙노동위원회는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실질적인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보수를 담당하고 있어 사측 대표로 참석했다. 노사간 의견이 팽팽하여 조정안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이제 노동조합은 쟁의발생 신고를 한 뒤 냉각기를 거쳐 파업을 할 수 있다.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노동자는 노동력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파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고쳐나간다면 노사가 상생하여 산업현장에서 평화가 올 수 있다. 개별 기업의 노사간에도 마찰이 있을 경우 서로 밀고 당겨서 합의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파업에 대하여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파업의 원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되었으니 국가가 그  비용을 투입하고 제도를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이 땅의 여성들도 좁은 수족관의 코이처럼 피라미로 자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 자신의 삶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호수나 강에서 떵떵거리며 위엄 있게 살고 싶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어머니가 되지 않으려고 파업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직장에서 단체협상이 완료되면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여성들의 파업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여성들이 어머니가 되었다. 그때 여성들은 모두 위대한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이 땅의 어머니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언제쯤 위대한 어머니로 돌아 올 것인가 생각해 보지만 현실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나의 두 아이에게서, 직장동료에게서, 이 땅의 여성에게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안타까운 코이를 본다.

                                                 (2018.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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