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아, 고맙다'

2018.10.25 07:01

은종삼 조회 수:13

‘수필아, 고맙다’

 

수필가  은종삼

 

 

 

  “수필아, 고맙다!

  아름다운 10월 향기로운 가을날, 전남 나주시 중심가 곰탕집에서 힘찬 건배사가 울려 퍼졌다. 행촌수필문학기행 마무리 만찬장에서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며 술잔이 오갔다. 참으로 수필이 질펀히 녹아내리는 자리였다. 비단 행촌수필뿐만이 아니고 안골은빛수필문학회에서도 건배사는 역시 똑같다. 이 건배사의 연륜도 어느덧 내후년이면 열 살이 된다. 유행가처럼 잠시 떴다 사라지는 건배사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나는 이 건배사를 들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일반적으로 두루 쓰이는 건배사는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등 ‘위하여’를 많이 쓴다. 노익장들 모임에서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 앓다가 3일째 죽는 것이 행복하다는 뜻으로 ‘9988~ 234’를 즐겨 쓴다. 한 교육계 모임에서는 애국가 4절 ‘괴로우나 즐거우나~’를 선창하면 ‘나라사랑하세’로 후창하는 건배사를 하기도 한다. 모임의 성격이 제대로 드러난 특이한 건배사로 여겨졌다. 우리 동갑내기 교장 정년퇴임 동기생 모임에서 쓰는 건배사는 ‘백두산’이다.  살까지 발로 (산행)하자는 뜻이란다. 걸으면 건강하다. 노인이라고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눕지 말고 오로지 움직이라는 채찍이다. 남북통일의 염원도 담겨져 있어 의미가 깊다. 70대 중반 노인들이 백 살 전에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두발로 오른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건배사는 곧 기도문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지난 918일 평양 목련관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건강을 위하여, 이 자리에 참석한 남측의 귀빈들과 그리고 국민과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고, 이어 문 대통령은 답사로 “김 위원장 내외의 건강과 백두에서 한라까지 남북 8천만 겨레의 모두 하나됨을 위하여!”라고 했다. 건배사는 모임의 성격에 알맞고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의미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8천만 겨레가 반드시 하나가 되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마지않는다.

 ‘수필아, 고맙다’는 김학 수필가의 등단 30주년 기념으로 출판된 열한 권 째 수필집 서명(書名)인 동시에 책 속에 실려 있는 수필의 제목이기도 하다. 김 수필가는 이 글에서 “1962년 대학교 1학년 때 전북대학신문에 <아웃사이더의 시랑 이야기>를 발표한 이래 반백 년 동안 꾸준히 수필과 친교를 나누며 다정하게 지냈다.”고 회고했다. 수필을 짝사랑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김학 수필가에게 수필은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짝사랑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명실공히 수필가답게 14권의 수필집을 비롯하여 16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등 여러 문학단체의 회장을 역임 지역문학 발전에 이바지했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등 사회교육기관에 수필창작반을 개설하여 후진양성에 열과 성을 다 바쳤다. 수필은 이러한 노력과 공로를 인정, 상금 1천만 원짜리 목정문화상(牧汀文化賞)을 비롯하여 10여 개의 문학상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김 수필가는 “즐겁고 보람차게 2모작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함께 수필공부를 하는 후배들이 등단하고 문학상도 받고 수필집을 내면 앤돌핀이 아니라 다이돌핀이 퐁퐁 솟는다.”라며 기뻐한다. 다이돌핀은 앤돌핀의 4,000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히 김 수필가의 수필 애정을 짐작할 만하다. 이에 “수필아, 고맙다!” 라며 “수필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다.” 는 필자의 마음을 헤아릴만하다.

 

 ‘수필아, 고맙다’가 건배사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9월 김 수필가의 《수필아, 고맙다》가 출간 되었다. 그해 11월에는 《안골은빛수필》 제3호가 출간되었다. 1호는 2008년 전주안골노인복지관에 김학 수필가를 지도교수로 수필창작반을 개설한 첫해, 수강생들의 실습 작품을 모아 A4 용지에 그대로 복사하여 책으로 묶어 냈고(책이라 할 수 없고) 이듬해 제2호는 나인구 시인· 수필가가 자가 컴퓨터로 편집하여 제법 책의 모양새를 갖추어 냈으며 제3호는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판 등록된 당당한 수필동인지로 세상에 선보였다. 나는 이때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제3대 회장을 맡고 있었다. 책다운 책을 냈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수필이 고맙지 않겠는가? 출판 기념 및 종강(終講) 만찬장에서 건배사로 지극히 자연스럽게 나는 ‘수필아!’를 선창했고 회원들은 '고맙다’를 힘차게 외쳤다.

 김학 수필가의 《수필아, 고맙다》 수필집이 방방곡곡 서가에 꽂혀 있고 ‘행촌수필’ ‘안골은빛수필’이 살아 있는 한 ‘수필아, 고맙다!’라는 건배사도 세상에 영원히 메아리칠 것이다. 그러면 수필은 모든 수필가들에게 더욱 더 은혜를 베풀 것이다.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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