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사랑 이야기

2018.11.07 09:12

박제철 조회 수:59

매니저사랑 이야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전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충남 공주로 문학기행을 갔다.

 “여보! 당신은 내 매니저지? 매니저가 나를 잘 데리고 다녀야해.

 “그래, 알았어.

 비교적 작으면서 야무진 체구의 아름다운 부인이 훤칠하게 키가 큰 귀공자형 남편에게 눈웃음을 치면서 나눈 대화다. 전주 신아문예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유일한 부부문우다.

 정읍에서 전주까지 100여 리를 멀다하지 않고 다니지만 결석도 하지 않는 부부다. 항상 손을 잡고 같이 다닌다. 부부는 젊은 시절 후학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수십 년을 같이했음에도 그도 모자라서인지 정년퇴직을 한 뒤 함께 또 같은 길인 문학공부를 하고 있다.

 

 또 한 분의 매니저가 버스옆자리에 앉았다. 성직자로서 70세가 정년이지만 조기 정년을 했다 한다. 부인의 적극적인 내조로 30여년의 목회활동을 했는데 이젠 성가지도를 하러 다니는 부인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조기 정년을 했다는 분이다. 항상 부인의 일정에 맞춰 자동차도 운전해주고 시간관리까지 한단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했다. 아마도 상생의 인연임이 틀림없나 보다.

 

 모든 인연에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인연이 있다. 상생의 인연이면 무엇인가 좋을 것 같고 상극의 인연이면 어쩐지 좋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상생의 인연이라 해서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예컨대 부부가 술 잘 마시고 돈쓰기만을 좋아한다면 그 부부는 패가망신할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쓴다거나 같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매니저사랑을 한다면 기쁨과 행복도 두 배일 것이다.

 

 상극의 인연은 서로가 다른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누구나 상생의 인연을 만나려고 음양오행을 따져 결혼도 하지만 성격이 다른 사람을 만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취미나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서로가 견제하므로 패가망신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은 고기를 좋아하고 한 사람은 생선을 좋아하여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도 있고, 취미가 서로 다르므로 두 개의 취미도 가질 수 있다. 이렇듯 서로가 다른 점을 극복하고 좋은 상생의 인연으로 키워 나가면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성싶다.

 

 이 세상에는 매니저사랑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즈음 황혼이혼이 부쩍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생활환경 등이 전혀 다른 사람끼리 만나 결혼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상생의 인연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상극의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세계 10위며 동양1위로 한 해 10만 명 이상이 이혼을 한다는 것을 보면 상극의 인연도 많은 성싶다. 이혼을 하고 또 다른 상생의 인연을 만나 매니저사랑을 해볼까 하고 복지관 등을 기웃거리지만 상생의 인연을 만난다는 보장은 없다.

 

 나도 아내와 정반대다. 아내는 충남 서천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음식도 생선을 좋아하며 여행 다니기를 좋아한다. 전기불이 들어와 밤새는 줄 모르고 살아서인지 초저녁인간이다. 나는 임실 산골의 옥정호 주변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바다생선보다는 얼큰한 민물매운탕을 좋아한다. 나는 여행보다는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며, 호롱불 밑에서 자란 탓인지 초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새벽인간이다.

 

 출생부터가 서로 다르지만 원불교를 신앙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아내와 나는 두 가지 공부를 하고 있다. 하나는 마음 사용하는 공부를 하고, 또 하나는 복짓는 일을 한다. 그런 공부를 하다가도 서로 뜻이 맞지 않을 때는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내 마음 하나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 남의 마음을 내 맘대로 쓰려하고 있구나.” 하고 얼른 알아차리고 상생의 길로 나서기도 한다.

 

 어떤 노() 교수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라면 6,70대로 가고 싶다고 했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내 자신을 위해서 살 수 있는 나이가 그때이기 때문이라 했다. 아마도 매니저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의 삶이 그러리라는 생각이다. 계란을 품고만 있다고 병아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미닭이 쉼 없이 품고 궁굴려주어야 계란에서 병아리가 나오듯, 상생의 인연으로 만난 사람은 그 상생의 인연이 영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상극의 인연은 상생의 인연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할 성싶다. 언제 상생의 인연이 상극의 인연으로 변하고 상극의 인연이 상생의 인연으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그 무엇이 있던가?

 

 오늘의 문학기행은 공주 구석기시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석장리, 백제의 25대 왕인 무령왕릉, 백제의 도성이었던 공산성과 공주국립박물관,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을 돌면서 그곳에 담겨있는 정신을 음미해보았다. 한 때 백제를 호령했던 무령왕과 왕비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그분들도 애틋한 매니저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서로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을까? 무령왕이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 태생부터 다른 왕비는 바른 임금이 되도록 많은 진언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나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펴는 즐거운 문학기행이었다.

                                                                 (2018.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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