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도 통한 경로우대

2018.11.08 12:13

이진숙 조회 수:0

프라하에서도 통한 경로우대

-프라하 여행 89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매일 스마트폰 만보기에서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축하 메시지가 떴다. 만보뿐만 아니라 가장 많이 걸었을 때는 3 만보를 넘게 걸었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내 두 다리의 수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제법 많은 나이인데도 이제 갓 마흔을 넘긴 내 아이들과 발을 맞춰 걸을 수 있음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게 수많은 발자국을 남기며 프라하 구 시가지를 누비고 다녔다.

 경로우대는 세계 공용인 듯 ‘프라하 성’ 내 입장권을 사는데 무려 50%나 할인이 되어 늙어가는 아쉬움보다 눈앞의 할인 요금에 기뻐하는 내가 참 우습기도 했다.

 세계의 역사를 어찌 자세히 알 수 있으랴 만은 이곳 ‘프라하 성’에 대한 역사를 역사관에 들어가서 딸의 친절한 번역 덕분에 소상하게 알 수 있었다. 특히 역사관에서 본 모습들 중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시신의 가슴 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았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있다.

 ‘프라하 성’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성 비투스 성당’이다. 그 성당에 들어가고자 성당 주위를 반 바퀴 돌만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경건함에 저절로 숙연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떠밀리다시피 밀려다니며 성당 내부를 몇 바퀴 돌고 나왔다. 고딕양식의 높이에 위압감을 느꼈고, 찬란한 빛의 스테인드글라스에 황홀함을 맛보았다.

 ‘프라하 성’ 이곳저곳을 두루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들른 ‘황금 소로’는 16세기 후반 연금술사와 금은세공사들이 살면서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좁다란 계단과  그 보다 더 좁은 것 같은 실내가 그 당시 그들의 생활 하는 모습을 짐작케 하였다. 아주 좁은 침대와 가구, 그리고 부엌 살림살이를 보면서 어느 나라든 그 시대에는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남루하기 그지없었던 모양이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시간까지 ‘프라하 성’을 자유롭게 딸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둘러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어려운 영어 안내문도 딸이 잘 해석하여 알려 주니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곳에 오기 전 프라하에 가면 꼭 ‘프라하 성’을 보고 오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뉘어있어 역사적가치가 있는 곳을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는 것을 보며 우리의 서울을 생각했다. 물론 역사도 다르고 사람들의 생각도 다르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배경도 물론 다르니 어느 곳이 좋고 나쁘고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특히 조선 말기에 국권을 빼앗겼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구 시청사가 있는 광장에서 본 ‘천문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중 하나로서, 현재 작동하는 시계 중 가장 오래된 시계라고 한다. 매 시간 정각이 되면 시계 위의 문이 열리며 ‘12사제’가 유리 창 밖으로 차례차례 고개를 내밀며 마치 모여든 사람들에게 축복이라도 내리는 듯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시계탑 앞으로 모여 든다. 나도 이런 모습을 프라하에 있는 동안 서너 번이나 구경하며 축복을 받았다.

 

 광장에는 길거리 예술인들의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보든 아니든 자신이 준비한 공연을 열심히 하는 모습에 그들의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부럽게 바라보았다. 특히 광장이 있다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광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 어느 나라든지 그런 곳에서 길거리 공연을 보고 또 자유롭게 기부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매 끼니마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가 걱정이다. 특히 차림표를 보면서 열심히 연구를 해야 겨우 음식을 시켜 먹을 수가 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SNS의 발달로 미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맛집을 소개하며 다음에 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블로그에 실린 댓글까지 읽고 나면 그런대로 음식점 고르는 것에서부터 음식을 고르는 것까지 실수하지 않고 잘 고를 수가 있다. 우리도 블로그들을 많이 참고하며 음식점을 찾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어 참 좋았다.

 특히 체코에 가면 그곳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는 음식을 한 번쯤은 맛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꼴레뇨’라는 우리나라의 돼지족발처럼 생긴 음식에 갖가지 소스를 찍어 먹는 음식에 맥주 한 잔을 곁들여 푸짐한 저녁식사를 했다. 이런 음식을 보면 집에 홀로 남아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고 있을 남편 생각이 간절했다. 아마도 ‘꼴레뇨’를 보면 ‘소주 한 잔 생각나는데!’라고  했을 텐데…. 프라하에서 매 끼니마다 맥주는 빠짐없이 먹었다. 평소에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닌 나도 식사 때마다 맥주를 당연히 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다. 역시 식전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내 입맛을 천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기에 충분했다. 내 기억에 맥주 값이 커피 한 잔 값보다 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체코 사람들의 맥주 사랑은 대단했다. 하긴 조금 이른 아침에 관광하러 나가는 길에 보이는 음식점에서 아침부터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어 ‘프라하 성’에서 입장료를 경로우대로 할인 받았던 생각에 ‘나이를 먹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피곤한 몸을 푹신한 참대에 맡겼다.

                                                         (2018.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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