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따오 5.4광장

2018.11.11 08:52

소순원 조회 수:6

칭따오의 5.4광장

전주안골 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소순원

 

 

 

 

  호텔에서 출발한 지 4시간 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도착한 곳이 아름다운 해변의 5.4광장이었다. 칭따오 시민들이 많이 나와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가족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아름다운 해변을 구경하며 가족들의 만남을 기념하려는 듯 사진을 촬영할 때나 안내할 때도 노인들을 극진히 배려했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하는 유가사상이 생활 속에 견고하게 습관화된 느낌이었다.

 

  '5월의 바람'이라는 빨강색 조형물이 유난히 잘 보이는 해변에 들었다. 19세기 청나라는 유럽제국주의와 일본의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했었다. 1897년에 독일은 일본의 간섭을 막고, 산둥반도 일대를 조계지로 삼아버렸다. 독일인들이 경치가 아름답고 기후가 온난한 칭따오 지역로 와서 튼튼한 독일식 건축물을 짓고, 도시계획을 세워서 시가지를 정비하며, 맥주공장을 세우는 등 이곳에 영구히 정착하려고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의 야망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하자 이번에는 일본인들이 몰려왔다. 독일인들이 차지했던 이권들을 일본인들이 독식해 버렸다. 청일전쟁 승전의 보상까지 받아내려는 듯 더 많은 요구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칭따오지역은 191954일 '5월의 바람'이라는 혁명이 중국에서 촉발되는 기폭지가 되었다. 대학생들이 앞장서 일어났던 이 혁명은 유럽과 일본의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에 반대하는 대 집회를 천안문광장에 모여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5월의 바람' 조형물은 자주독립국가 중국을 상징하는 긍지 높은 조형물로서,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색깔의 조형체가 된다. 독일인들이 조차했던 흔적은 맥주공장과 튼튼한 건축물들로 남았지만 일본인들이 남겨놓은 흔적은 없었다. 맥주와 각종 자원들을 수탈하기에 몰두하다가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쫓겨갔기 때문이다.

 

  많은 중국인들이 화강암 글자 조형물 앞에 가족단위로 몰려와 사진을 찍었다. 우리 일행도 비집고 들어가 보았다.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5.4광장 주변 해역에서 요트대회가 열렸음을 기념하는 조형물이었다. 아름답고 깨끗한 해변에서 바다바람을 가르며 각국의 형형색색의 요트들이 매우 인상 깊은 올림픽 게임을 벌렸으리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외국 사람들이 칭따오 맥주축제에 몰려온다. 이 해변에 해수욕장이 세 곳이나 있는데 아름다운 칭따오 해변은 8월 중하순이면 황백흑인종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가 이뤄진다고 했다.

 

  먹자골목에는 해변인지라 특히 해산물이 많았다. 오징어 꼬치, 게 꼬치, 한국의 떡볶이도 여러 곳에서 성업 중이었고, 불가사리 다리를 튀겨 음식으로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어부들의 골칫거리인 불가사리가 음식으로 팔리고 있다니 놀라웠다. 우리나라 어장을 황폐화 시키는 불가사리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튀김음식을 만들어서 굶주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영양급식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해가 저물자 해변은 더 아름다웠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마치 행복을 누리려고 모여든 사람들 같았다. 어떤 외국인이 중국의 작가 임어당에게 "당신은 어떤 때 가장 행복하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석양의 해변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 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라는 답변을 했다는 이야기를 어떤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다.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의 근본사상이 감동으로 나에게 전해졌다.  아무 근심걱정 없이 해변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보람되게 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2018. 11. 10.)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09f4b062.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43pixel, 세로 669pi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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