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안단테

2018.12.05 05:34

전용창 조회 수:61

안단테 안단테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라디오에서 ‘ABBA’의「Andante Andante」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저를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해줘요 / 한여름 저녁의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요 / 시간의 여유를 갖고 서서히 / 안단테처럼 천천히 / (이하 생략)

 

 우리에게 ‘맘마미아 Mamma Mia’라는 영화로 더욱 알려진 스웨덴 출신의 4인조 혼성 보컬 그룹인 ‘ABBA’는 환상적인 하모니로 1970년대에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12월에 그의 노래를 들으니 여러 상념이 스친다. 안단테는 이탈리아 말로 ‘걷다’인데, 음악에서는 빠르기의 부호이다. 보통 빠르기가 모데라토인데 그보다 한 단계 느리게 연주하라는 부호이다. 그러니 '안단테 안단테'는 천천히 걸어가듯이 다소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요즈음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고, 거리의 자동차도 빠르고, 대화도 빠르고, 노래도 어찌나 빠른지 가사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뿐이랴? 자기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가자고 한다. 그러고 나면 마치 무대 중앙에서 휘모리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소고를 치며 돌아가는 풍물패를 보는 관객 같다. 조금만 느리게 배려해주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데 말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할 때엔 아프리카 코사족의 속담인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성공하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저술한 ‘혜민 스님’도 서두에서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잠깐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라고 했다. 미국의 유명한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승려가 된 이유는 한 생애를 성공만을 위하여 끝없이 경쟁만 하다가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라고 했다. 나 혼자 옳고 잘난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같이 행복해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끝없이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엊그제 모처럼 만난 두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며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광주형 일자리란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고 그 대신 주거환경, 문화, 복지, 보육시설 등을 지원하는 좋은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독일에서는 불황에 실업자 구제 일환으로 성공한 정책이라는데 우리는 노총의 심한 반발에 부딪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로가 자기의 밥그릇만 챙기는 것 같다. 조금만 ‘안단테 안단테’로 조율을 하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국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 우리는 정책실현가능여부로 각자의 주장을 피력했는데 서로의 의견이 모두 다 맞은데 왜 흥분했을까?

 

  이스라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한다는데 우리의 교육은 그동안 정답만 암기하는데 그쳤다. 그러니 정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수학은 정답이 하나일 수 있겠으나 다른 학문도 그러할까?

 해질 무렵 어느 지인과 통화를 했다. 그분 이야기도 ‘요즈음 사람들이 자기 말만 하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보다 한술 더 떠서 아예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입을 닫아버린다고도 했다. 나는 그에게 누가 나의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한 시간에 만원이라도 주고 싶다고 했더니 자신에게 만원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라며 얼마든지 들어주고 비밀도 지켜준다고 했다. 멈추고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이 보였다는 수행자처럼, 그리고 ‘안단테 안단테’ 노랫말에 담긴 한여름의 산들바람처럼 자신의 속도를 줄여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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