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에 발자국을 남기고

2018.12.13 05:49

김길남 조회 수:5

두물머리에 발자국을 남기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늦가을이기도 하고 초겨울이기도 한 11월의 마지막 날, 사위 차를 타고 아내와 딸, 외손녀랑 두물머리 여행에 나섰다. 날씨가 따뜻하여 봄 날씨 같았다. 주말이 아닌데도 관광객이 많아 주차장이 꽉 찼다. 유명한 햄버거집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구워 나오니 5분이나 걸린다. 그러니 줄을 설 수밖에…. 손녀와 사위가 하나씩 사 먹었다.

 가면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유명한 맛집을 찾아갔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경안천 지류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다. 몇 년 전에 한 번 가본 곳이라는데 메뉴가 색달랐다. 보리굴비구이, 꼬막비빔밥, 게장백반이다. 골고루 먹으려고 보리굴비구이 하나에 다른 것 2인분씩 시켰다. 보리굴비구이가 먹기 좋게 찢어져 나왔다. 한 점 먹어보니 쫄깃쫄깃한 맛이 감칠맛있었다. 말만 들었지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굴비를 소금 간하여 한 켜 놓고 그 위에 보리를 뿌리고 다시 여러 켜 쌓아 숙성시킨 것이다. 물기가 다 빠지고 알맞게 숙성되어 별미다. 먹을 때 녹차물이 나왔다. 녹차에 밥을 말아 굴비를 얹어 먹으라 했다. 그대로 하니 정말 별미였다. 자꾸 집어먹고 싶으나 나누어 먹으려고 참아야했다. 꼬막비빔밥도 프라이팬에 밥을 올리고 꼬막과 양념을 넣어 볶았다. 비벼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황태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며 게장을 얹어 먹으니 꿀맛이다. 게장이 짜지도 않고 비린내도 없었다. 먹고 남아서 쌓아가지고 왔다. 상호는 ‘물오른 바다’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옛날 육로 교통이 불편하여 배로 물건을 나를 때는 번창했던 포구였다. 강원도와 경기도, 충청도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싣고 내려온 배들이 쉬는 곳이니 얼마나 번창했을까? 인제, 삼척, 정선의 산채와 송이버섯도 오고 여주, 이천의 쌀과 백자를 실은 배도 당도했을 게다. 여기서 묵고 쉬다가 한양의 마포나루에 짐을 풀었을 게다. 황해바다에서 잡은 생선과 소금이 마포에 모였다가 올라오는 배에 옮겨 싣고 왔을 게다. 또 백두대간에서 자란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어 떠내려 온 뗏군들이 들르는 곳이기도 했다. 수운(水運)이 발달했을 때 중요한 요지였다. 지금은 팔당댐을 막아 물이 차올라 구경거리가 되었다.  

 두물머리는 오래전에 한 번 왔었으나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 세미원의 연꽃만 보고 가서 아쉬웠다. 오늘은 두물머리 가까이까지 차가 들어와 발자국을 찍게 되어 소원을 풀었다. 두 물이 만나는 정점에 소원을 비는 나무가 있고 그 앞의 바위에 두물머리라고 새겨 놓았다. 기념촬영을 했다. 나무 옆에는 겸제 정선의 독백탄(獨栢灘)이란 그림을 복사하여 게시했고 설명서도 있었다. 두물머리를 옛날에는 족잣여울이라 했는데 그것을 한자로 독백탄이라 하여 그림을 그렸다. 한강 10경에 들었다 한다. 액자형의 포토 존이 있어 뒤의 황포돛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100m 떨어진 위쪽에는 400년 된 느티나무가 묵묵히 서있다. 온갖 옛날을 다 보았다는 듯 의젓이 서있다. 이 팔당댐 물은 수도권 사람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이고 있어 물자원의 풍부함을 느꼈다.

 

 색다른 켜피숍이 있다하여 서종면으로 갔다. 옛날에 공장이었던 건물 같아 붉은 벽돌로 지은 집에 2층 테라스를 만들고 손님을 맞았다. 우리가 앉은 탁자도 나무가 아니고 무쇠로 만든 긴 탁자였다. 중세에 유럽에서나 본 듯한 고전미가 흐르는 곳이다. 각종 커피를 갈고 볶는 기구들이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었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유럽냄새가 났다. 카페라떼를 시켜 마시니 그 맛과 향이 깊고 은은하여 사람을 홀렸다. 그런 커피는 처음이었다. 파나마에서 직수입하여 커피 맛을 낸단다. 우리나라에 강릉과 여기 두 곳뿐이라 한다.

 먹고 구경하고 마시고 할 짓은 다하고 돌아왔다. 딸이 아니었으면 이런 곳에 올 기회도 없고 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타고 아들을 낳으면 손수레를 탄다더니 맞는 말 같다. 부모를 아껴주고 돌봐주는 딸이 고맙다. 그렇다고 딸만 좋은 것은 아니다. 아들은 아들대로 큰일은 다 한다. 잔정이 적다는 것일 게다. 사위도 직장에 휴가를 내고 우리를 위해 차를 운전하여 주어 고마웠다. 모든 비용도 사위 몫이다. 사위도 든든하고 묵직하여 말은 잘 하지 않으나 마음으로 실천하는 믿음직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눈치 보여 여행을 할 수나 있을까? 다 같은 자식들이다.  

 외손녀 졸업작품전시회에 왔다가 덤으로 두물머리까지 구경하고 맛집과 유명한 커피숍에 들러 맛을 보았으니 이중으로 즐거웠다. 요 며칠은 딸들 덕분에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아들딸 낳아 기르는 것은 키우고 가르칠 때는 힘들지만 그보다 몇 배나 많은 즐거움을 주니 이익 보는 장사다. 늙은 뒤에 오는 외로움을 달래주고 보기만 해도 예쁜 손자손녀들을 보여주니 기쁘지 아니한가? 그래서 결혼하고 후손을 두는 것이다. 인간의 참 맛을 거기에서 느낀다. 자녀가 많아서 좋다. 그래서 기쁘게 살아간다. 고마울 따름이다.

                                       (20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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