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08:14
그랜드 캐년에서
그냥 그대로가 좋소
머리에 매화꽃이 피고
낙타등 처럼 굽은허리에
지팡이 짚고
휘청휘청 다니는 모습이라도
그냥 그대로가 좋소
내 방귀에 놀라
주름 투성이 얼굴이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아
참 보기 좋소
내 코 고는 소리에
투정을 부려도
귀엽기만 하오
늙어가면서
우리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도
어깨 동무하고 손 잡고
눈위를 걸어가는 모습이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잖소
발자국을 남기고 떠나는
나그네여
한 폭의 그림이요
한평생 살아온 연륜에서
반짝이는 지혜가 더 없이 아름답소
딩구는 낙엽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황혼의 그림자
길게 느리뜨리고 걸어가는 모습
참 멋져요
그냥 그대로가 좋고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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