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받은 막내아들

2019.01.30 19:08

김창임 조회 수:4

선물로 받은 막내아들

                                            신아문예대학 수필 창작 금요반 김창임

 

 

  나는 결혼하여 아들을 셋이나 낳았다. 하나도 낳지 못한 집이 있는데 내게는 아들을 셋이나 주셨으니,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모두 건강하고 어디 내어놓아도 부족하지 않은 아이들이다.

 큰아들은 첫아이라서 전남대부속병원에서 낳았고, 둘째는 광주시 심산부인과에서, 그리고 막내아들은 광주시 제일산부인과에서 낳았다. 큰아들은 초산이라서 오랜 진통 끝에 몸무게 3.8kg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고, 둘째는 큰 진통 없이 몸무게 3.2kg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셋째아이는 더 쉽게 낳겠지 하고 제일산부인과를 찾았는데 3일 정도 더 기다려야 낳는다고 하여 친정 큰오빠댁으로 가서 기다려야 했다. 큰올케가 친절히 보살펴 주시어 대단히 고마웠다. 며칠을 기다린 끝에 아기가 나올 것만 같아서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는데 진통만 있을 뿐 아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간호사는 모든 사람이 잠든 시간인데도 내 몸 상태를 살피느라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198396일 새벽, 나는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를 의사로 착각했다.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왜 여자 의사가 이곳에 있을까?’ 생각하면서 도무지 미덥지가 않았다. 그때까지 산부인과를 찾을 때는 남자의사가 아니라 여자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왔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목숨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남자의사라야만 안심이 되었다. 다시 보니 내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은 간호사였다. 진통이 시작되자 남자의사가 왔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많은 진통이 이어졌지만 아이는 나올 기미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러자 순산에 도움이 되는 주사를 놓아주었다. 이윽고 양수가 터지면서 아기가 동시에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았다. 양수가 먼저 터져 버려서 아기만 나오려니 진통이 심하게 계속될 뿐이었다. 나는 심한 진통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고 배 아파, 아이고 배 아파, 아이고 나죽어, 아이고 나죽어….

하면서 세 시간이나 극심한 진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중간 중간에 졸음도 심하게 밀려왔다. 고통의 지옥 같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고통은 끝났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힐끔 옆을 바라보니 또 사내아이였다.

 나는 원래 딸이 적은 집이라서 딸 하나를 낳고 싶었는데 또 아들이라니, 딸을 낳은 사람과 바꾸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나는 미처 산후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얼른 가서 사내아이가 필요한 사람이 있나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내 몸 상태는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할 상황이었다. 무심한 남편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직장에 근무하느라 와보지도 않았다. 이해는 되지만 한편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기막힌 상황을 보지 못해서 지금도 그런 고통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아이를 힘들게 낳는 장면을 보더니 내가 겪었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아는 것 같았다.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낳은 뒤에야 온 남편에게 아이를 안아보라니까, 조심스럽게 안아 보더니 얼굴이 보름달처럼 밝아졌다. 어머니 앞이어서 그런지 어색한 모습이었다. 또 아들이라니까 남편은 더 좋아하는 듯했다. 그 시대만 하더라도 아들을 낳으면 그렇게들 좋아하고 주위에서도 한 턱을 쏘라느니 야단법석이었다.

 셋째가 태어난 지 삼일이 지나서 아이를 안고 집으로 오려는데 사람들이 아이를 보고 무슨 아이가 코가 그렇게 크고 예쁘냐고 덕담을 해주었다. 남편의 코가 커서 아이들이 남편을 닮아 코가 컸다. 아이를 기르는데 너무 너무 순하여 한 번 우유를 먹여 놓으면 아침에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이 방에 없고 저 혼자 있어도 울지 않았다. 그래서 보니까 기어오지 않고 옆으로 둥글고 둥글어서 사람들이 다니는 문 옆에 와 있었다. 어떻게 그 방향에서 사람이 오는지 아는 막내아들이 신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면서 사람이 들어갈 경우에 따스한 봄날 길가에 피어 있는 노란 민들레처럼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그 모습이 기막히게 귀여웠다. 선배님들이 그런 아이가 있다기에 ‘어떻게 울지 않는 아이가 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나에게도 이런 순한 아이가 있다니 너무 흐뭇했다. ‘만약에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꾸었더라면 크게 후회할 것인데 바꾸지 않기를 참 잘했다’ 는 생각을 했다.

 

 그 뒤로도 울지 않고 수월하게 잘 자라주었다. 예방주사를 맞을 경우에

“엄마 나 울지 않고 꾹 참을게!

라고 말하면서 울지 않아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얼굴은 음식을 잘 먹어서인지 넓적하여 이웃집 사람인 ‘소희 엄마’가 어떻게 이렇게 넓적한 장군 같은 아이가 있냐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유치원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도 인기가 좋으니, 엄마로서 몹시 기분이 좋았다.

 군대를 갔다 왔는데 아들의 얼굴 피부가 좋은데다가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운동을 하니 방안이 환하여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런데 집에 온 뒤로는 무질서하게 컴퓨터게임에 빠지고, 군것질을 너무 심하게 하더니만 그 좋은 얼굴의 환한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래서 나는 셋째에게 제발 군대 한 번 더 다녀 오라고 하면 깜짝 질색을 했다. 막내아들의 얼굴이 전처럼 통통하고 환해졌으면 좋겠다. 집에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소 귀에 경 읽기’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세월이 가르쳐주겠지!’ 하면서 아들을 믿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잘 지켜볼 뿐이다.

                                                           (2009.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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