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천국

2019.02.02 04:58

이우철 조회 수:2

고양이 천국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지난겨울 앞마당에서 야윈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엄동설한에 어디서 먹이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기만 해도 앙징스런 동물이지만 까칠한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아침에 먹다 남은 생선뼈다귀를 가져다주니 금방 먹어버린다. 이 일을 계속하다보니 그들에게 소문이 났는지 식솔이 하나둘씩 늘어 다섯 마리까지 불어났다.

 

 겨울이 오면 야생동물은 추위와 싸우고 먹거리와 싸워야 한다. 동면하는 , 너구리, 박쥐, 뱀, 개구리 등은 그래도 참을 수 있어 다행이다. 어느날 아내와 함께 여행할 일이 있어 이틀 후에 돌아오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쥐를 잡아먹고 반절쯤 피가 낭자한 채로 현관 계단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늘 주던 밥을 주지 않았다는 보복인가. 아니면 나도 쥐를 잡을 수 있다는 능력과시인가? ‘아이 예뻐하면 코 묻은 밥 먹는다’더니 한방 맞은 듯 정이 뚝 가셨다.

 

 고양이는 주로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다. 포유류 동물중 이처럼 하루에 16-20시간씩 자는 동물도 없다. 잠으로 축적된 에너지를 사냥할 때는 비호같이 달려들어 먹잇감을 가로챈다. 혀에는 많은 수의 돌기가 있어 스스로 청결기능을 한다. 혓바닥으로 털을 빗다보면 털이 위나 식도에 들어가 때로 토하기도 하는 ‘헤어볼’현상이 나타난다. 그러기에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수시로 빗질을 해주어 헤어볼 증상을 줄여주어야 한다.

 

 요즘 시골에는 어디나 고양이 천국이다. 빈집이 많으니 여기저기 새끼를 낳고 자손을 퍼뜨린다. 개처럼 매어 기르는 사람도 없으니 마음대로 나가 짝짓기를 하니,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생후 6개월정도면 새끼를 낳을 수 있으니 번식능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한 마리가 1년에 4회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으니 연 150여 마리 이상 번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흔히 도로에서 로드킬(road kill) 당한 사체 대부분은 고양이가 아닌가?

 

 쥐를 잡아 소동을 벌였던 고양이가 얄밉기는 하지만 살기위한 몸부림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료를 구입해서 아침마다 8시가 되면 일정한 길목에 밥을 주었고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룹으로 와서 주린 배를 채웠다. 앞 마당은 온통 녀석들의 운동장이 되어버렸다. 낮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잔디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꼭 손주들이 노는 것처럼 평화스러워보였다.

 

  포근한 4월 어느 봄날, 서재 창문을 여니 뒷집 담밑에서 고양이들이 놀고 있었다. 어미는 벌렁 누워 젖을 물리고, 새끼들은 어미의 젖을 빨며 자유스럽게 놀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스런 장면이었다. 지난겨울 삐쩍 마르게 나타났던  고양이가 통통하게 살이 오르더니 이처럼 새끼를 낳은 것이다. 그간 베풀었던 나의 정성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졌다. 어미는 주위를 살피더니 인기척이 나자 제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요즘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부분 개나 고양이를 선호한다. 대학에서도 애완동물 전공학과가 생겨나고 애완동물 사육사, 간호사, 심리상담사, 장례지도사, 애견미용사 등 자격증까지 부여한단다. 심지어 죽으면 평소 같이 지내던 동물애호가들을 초청하여 장례를 치르고 납골당에 봉안한단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한 것 같다.  

 

 과거에는 몇 대()가 어울려 살았기 때문에 외로울 틈이 없었다. 서로를 보살폈고 정이 묻어났다. 산업화 이후 핵가족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개인주의로 흐르게 되었고, 서로 외로워졌다. 애지중지 키우던 자녀들도 장성하면 독립해 나가고, 배우자중  어느 한쪽이 먼저 가게 되면 자연히 대상만족(代償滿足)을 추구한다. 미국노인병학회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면 우울증, 치매는 물론 두뇌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고양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일부 민간단체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시술(TNR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개체수 조절에는 어림없는 일이다. 교통사고의 요인이 되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어디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는지 공모라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2019.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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