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 행복통장(73)]

2019.02.27 10:04

김학 조회 수:6

[김학 행복통장(73)]

우리 가족 열네 식구가 만나 기쁨을 나누던 어느 토요일의 추억

김 학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 (이하 생략)”


3년 만에 우리 가족 열네 식구가 한 자리에서 만나 행복을 나누었다. 우리는 2019년 2월 16일 오후, 서울 오라카이 인사동 스위츠 1709호에 모였다.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 창수네 식구 네 명이 귀국하여 우리 가족 모두가 환영하려고 모인 것이다. 미국 퀄컴사 스탭엔지니어인 창수가 삼성전자에 출장을 오게 되자 가족을 동반하여 만남의 자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설을 쇤지 10여 일 만에 만난 자리이니 당연히 세배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가 세배를 받은 뒤 서열에 따라서 큰아들내외, 작은아들내외, 고명딸내외가 아이들의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며 덕담을 한마디씩 건넸다.

특히 미국에서 온 작은아들은 아이들에게 20달러씩 미국 돈으로 세뱃돈을 주었다. 달러를 처음 본 아이들은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는 색다른 추억을 하나 건지게 되었다.

이 자리는 또 손자손녀들에게 호칭을 가르치는 교육장이 되기도 했다. 큰아들의 1남1녀와 작은아들의 1남1녀, 딸의 아들형제 등 6명의 손자손녀들은 한 자리에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 큰외삼촌과 큰외숙모, 작은외삼촌과 작은외숙모, 고모부와 고모란 호칭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형, 동생, 언니, 오빠 등 서열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열여섯 살짜리 손자가 두 명이고,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짜리 손자도 있으며, 두 손녀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열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의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죽마고우처럼 다정하게 잘 어울려 놀았다. 좁은 실내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놀았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큰며느리와 작은며느리 그리고 딸은 서로 미리 준비해온 선물을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고, 아내도 전주에서 마련해온 선물을 나누어주며 흐뭇해했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미국에서 온 아이들은 1주일 뒤 다시 미국 샌디에이고로 돌아갈 예정이다.

2월 17일은 큰며느리 생일이다. 고명딸이 미리 축하케익을 마련하여 촛불을 켜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입을 모아 생일축하노래를 불렀다. 멋진 큰며느리의 생일축하잔치가 되었다.

우리는 인사동 닭갈비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매워하면서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다행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인사동 밤거리를 누비며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미국 손자와 손녀는 4촌들과 함께 누비고 다닌 서울 인사동 밤거리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내가 자녀들에게 늘 당부하는 것은 3남매가 우애하고, 4촌인 나의 손자와 손녀 6명이 친형제자매처럼 정답게 지내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게 우애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3남매 가족들이 해마다 방학 때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권유해 볼 생각이다.

작은아들은 출장이 나흘이나 연장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가족부터 먼저 미국행 비행기를 태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아이들이 떠날 때 인천국제공항으로 가서 잘 가라고 안아주며 손을 흔들고 싶지만 헤어진 뒤 전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쓸쓸해질 것 같아 마음으로만 배웅하기로 했다. 언제 또다시 만나게 될지 그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우애하는 자녀들이 있기에 행복한 것이다.

새벽마다하듯이 컴퓨터를 켜고 윤항기의 「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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