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책

2019.03.05 17:51

김창임 조회 수:4

 창고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책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창고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란 나는 창고에 들어가니 “아줌마! 우리는 언제 예쁜 여자의 책상에 놓여 그녀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남편의 등단 작품의 책들이 나에게 묻는 말이다. 나는 창고에 들어가 ‘이집 남자 주인은 시인의 손자여서 좋은 인자를 가지고 태어났고, 일선 교사로 있을 때 연구주임을 하면서 계획서를 짠다거나 연구발표를 할 적에 글을 많이 써보았기에 글을 막힘없이 잘 쓰는 편이란다.

 2년 전 대한문학에서 등단작으로 두 편을 제출하라는 말을 듣고 제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꿈에 그리는 석산 마을’과 ‘아버지’를 제출하여 영광스럽게 대한 문학 56호에 등단하여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집남자 주인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독자의 마음이었다. 그 작품의 제일 먼저 읽을 사람이 나와 자기 동생들이었다. 그런데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쓴 작품이었다. 물론 수필이란 솔직하게 써야 된다고 하지만 우리 집의 환경이 그렇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석산 마을’이라고 쓴 이유는 그 곳에서 살았던 양모가 남편의 마음을 모두 빼앗아간 다음, 늙어서 남편에게 의지하며 살려고 온갖 마음을 다하였지만, 남편 외의 사람인 나와 다른 동생들에게는 사랑을 주시지 않으셨다. 그 동생들은 그분 이야기만 나오면 치를 떨고 있다. 나 역시도 그분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 상처를 많이 주었다. 우리 시누이는 경우가 바르고 인정도 많은 편인데 그 분 만큼은 용서가 안 된단다. 남편에게는 자기 몸의 일부라도 떼어줄 정도로 사랑을 한 것이다. 그 사이에서 산 나는 당신은 “늙은 어머니하고 살지 왜 나하고 결혼을 했느냐?”고 핀잔을 한다. 당신이 남편의 아내인 것처럼 남편이 출퇴근을 하면 얼른 가방을 빼앗아 받으며 어서 오라고 야단법석을 하신다. 나는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하면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하도 지나치기에 “어머니! 아내가 이렇게 있는데 어머니가 그렇게 하면 경우가 맞나요? 그랬더니 무색하게 생각하면서 그제야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셨다. 나이가 든 어머니는 출퇴근 시간에 방에 앉아서 인사만 받아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고 얼른 남편을 따라가서 배웅을 하는데 자기의 연인이나 된 것처럼 하신다.

 그런 것쯤이야 상식인데 왜 그렇게 경우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남편에게는 “어서 먹어라 어서 먹어라.” 하면서 그 이외의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꼴도 보지 못한다. 내가 조기를 사다 먹으면 당신은 일부러 먹지 않고 두런두런 하신다. 그리고 조기 대가리만 떼어 가신다. 그런 음식은 명절이나 제삿날에만 먹는 것이라고 하신다. 내가 이렇게 봉급을 받고 있어도 그러니 남편 봉급에서 그렇게 사다 먹으면 아마 이혼이라도 시켰을 것이다. 더구나 나는 아들을 셋이나 낳은 몸인데…. 내가 만약 아들을 낳지 못할 경우에는 사람을 얻어서라도 기어이 아들을 낳게 할 눈치였다.

 그러자 하루는 어머니가 지나온 옛날이야기를 하셨다. 당신은 방에다가 곡식을 많이 쌓아놓고도, 아까워서 밥을 굶고 밭을 매다가 밭고랑으로 쓸어져 버렸단다. 날씨는 덥고 밥은 먹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오이가 눈에 띄어서 얼른 오이를 따 먹으니 정신이 차려졌다고 한다. 어느 날은 시장에 가서 빨래비누를 한 장 사오니 그 아까운 돈을 써 버려서 걸음을 걸을 수 없더란다. 그리고 참깨를 두 포대나 많이 수확을 해놓고도 아까워서 못 먹고 팔아서 돈을 모아 논을 사려고 돈을 모았단다. 그런데 당신은 ‘미원 없이는 못 먹는다.’고 미원을 크게 한 숟가락씩 넣어서 잡수신다. 세탁기는 아예 못 쓰게 하고 당신이 대충 빨아주신다. 나는 깨를 넣어야지 미원은 손도 대지 않은 식성인데 힘들었다. 남편도 처음에 미원이 좋은 것인 줄 알더니만 내가 싫다고 하니까 먹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거기다가 청국장을 끓이면 소금국인지 모를 정도로 짜게 하신다. 그러면 나는 “나 못 먹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지요? 그러면 겸연쩍어 하신다. 그야말로 심한 자린 고비였다. 내가 어머니의 옷을 사다 놓으면 입지 않고 옷가게에다 주어버린다. 양산과 시계도 사다 드리면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뒤로 사다드리지 않으니 당신만 손해라고 깨달으신 것 같다. 용돈은 물론 드렸다.

 

 어느 날은 김장을 했다. 우리 옆집에서 김치를 얻어먹었기에 먼저 그 집에 갚으려고 하니 못 갖다 주게 하신다. 그래서 밤에 몰래 갖다드렸다.

 우리 아들 옷은 절대 못 사게 한다. 나는 언니도 없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새 옷을 사다 입혀야 한다. 아기들은 늘 자라기 때문에 크는 쪽 쪽 사다 입혀야 한단다. 할 수 없이 예쁜 옷을 사가지고 오면서 “이 옷은 우리 여동생이 사주어서 가져 왔네요.” 그랬더니 “그러구나!” 하신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데 환경이 나를 가르친다. 사과가 먹고 싶으면 5,000원에 샀지만 500원에 싸게 샀다고 하면 좋아하신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줄’을 모르신다. 아들을 낳았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큰 오빠가 소고기 두 근을 사오셨다. 그 고기는 어디로 가버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기름만 넣고 미역국을 끓이신다. 당신 돈으로 사다 줄 수도 있는데 그 고기 까지도 없이 맨 미역국만 주신다. 물론 나는 육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너무 섭섭하여 지금까지도 그 고기 행방을 아무도 모른다.

 남편과 당신 친정 조카와 장난이라도 하고 있으면 그 당시는 어둡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모르니, 머리를 더듬어봐서 도끼 꽁뎅이 같으면 그냥 두고 납작하면 저쪽으로 밀어버렸단다. 남편의 두상이 도끼 뒷모습처럼 생겼다고 별명이 도치 꽁뎅이였단다. 그 조카가 우리 집에 오면 자랑삼아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 차별을 하는 시어머니가 답답한데….  

 어느 날은 5000원을 드리면서 과일을 사서 아들이랑 같이 잡수라고 하면 밤톨만한 사과 딱 한 개 사와, 그걸 주고 나머지는 남에게 빚을 놓아 이자를 받으려고 하셨단다.

 우리가 사는 주인댁 할머니는 당신 돈을 들여서 손자 손녀에게 보약을 지어 먹이는데, 우리 아들에게 먹이는 것은 그렇게도 아까운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었다. 피가 섞이지 않아서 그럴까!

 남편과 주말 부부일 때의 일이다. 나와 애들만 있으면 연탄불을 다 타버린 것만 넣으니 나는 추워서 잘 수가 없다. 얼른 일어나서 뜨겁게 해놓고 자면 어느새 불기운이 없는 다 타버린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남편이 오는 날은 밥상은 잔칫상으로 바뀌고 방은 펄펄 끓는다. 거기다가 큰방에서 남편과 함께 소곤소곤 소리가 나서 들여다보니 너는 꼭 효자기 되어야 하고 돈 모아서 재산을 많이 모아라고 귀가 닳도록 하신다. 때로는 나의 험담까지 하는 눈치다. 남편은 귀가 얇아서 어머니 말씀이 맞는 줄 알고 살더니만, 그 뒤에 내가 머나먼 해남으로 발령을 받아서 간 뒤로 나의 빈자리를 느끼고 아이들을 보면서 울었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다른 글을 다 읽어도 ‘석산 마을’이란 글은 안 읽어보다가 궁금하여 읽기는 하였다. 두 어머니의 사랑만 받고 자라서 그 뒤편에서 울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사정은 전혀 헤아리지 모르더니만, 세월이 흐르니 많이도 바뀌어져 가고 있다. 책을 나누어 줄때는 독자의 마음도 생각하고 나와 관계가 원만한 사람에게만 주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201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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