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2019.03.12 23:05

전용창 조회 수:9

고 향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누구나 고향을 떠올리면 어머니 품속같이 포근함을 느낀다. 나의 고향은 생강으로 유명한 완주군 봉동이다. 그곳 낙평리 4507번지에서 태어났다. 낙평리에서 6년간을 살다가 내가 7살이 되던 해에 큰형님 가족만 남겨 두고 우리 식구 7남매는 전주로 이사를 왔다. 고향에는 두 채의 초가집이 있었다. 한 채는 몸채이고 다른 한 채는 방이 하나 있고, 창고 겸 쓰는 행랑채였다. 밤에도 열려있는 양철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닭장이 있었는데 수탉 한 마리에 암탉은 대여섯 마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수는 변함이 없었다. 반가운 손님이 오면 잡아서 대접하는데도 말이다. 낯선 동네 사람이 오기라도 하면 수탉이 먼저 “꼬끼오”하고 울어대면 이어서 암탉도 “꼬꼬 꼬꼬” 하다가는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솟아올랐다. 그러니 수탉은 우리 집 경호대장이었다.

 

  몸채 흙마루 아래에는 생강 굴이 있었는데 뚜껑은 얼기설기 통나무로 엮어져 있었다. 통나무로 만든 문짝은 틈새가 많이 벌어져 있어서 한 번은 그곳 구멍으로 빠져 내 키의 두 길이나 되는 곳에 굴러 떨어진 적도 있었다. 한참을 울고 난 뒤에야 어머니가 오셔서 꺼내주셨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늘 집에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채를 끼고 뒤로 돌아가면 장독대가 있다. 어머니는 날마다 장독대에 놓여있는 그 많은 항아리를 얼마나 깨끗이 닦았는지 눈이 부시도록 자르르했다. 장독대 뒤로는 담장이 있었고, 담장 너머로 조그마한 텃밭도 있었다. 그 뒤로 개울물이 흐르는 도랑이 있었는데 닭장 뒤 동네 고샅길을 따라 흘렀다. 옆집은 대나무가 많아서 대밭집이라고 불렀는데 서당도 있어서 “하늘 천 따지….” 하고 천자문을 암송하는 소리가 날마다 귀가 따갑게 들렸다. 나는 서당에 가고 싶다고 아버지를 졸랐는데 아버지는 농사가 잘되면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그 뒤로도 우리 집은 농사가 잘 안 되었나 보다. 도랑에는 메기가 있고, 불거지도 있고 피라미도 많았다. 아버지는 망태기로 만든 어항에 된장을 넣어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한 번에 많이는 잡지 않고 우리 식구가 먹을 만큼만 잡았다. 물고기 씨를 말리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대문을 나서면 바로 앞집이 막내 작은아버지 집인데 그곳에는 나를 가장 예뻐하시는 할머니가 사셨다. 할머니는 나를 보면 “우리 강아지 왔는가?”하시며 사촌형들보다도 나를 더 반겨주시니 아무도 나를 건들지 못했다. 할머니는 나의 호위무사였다. 여름날 누나 셋은 나를 대밭 옆, 도랑으로 데리고 가서 멱을 감았는데 그때 어린 나를 누나들은 호위무사로 여겼나 보다. 할머니가 나를 예뻐한 것은 어머니가 재취로 오셔서 5남매의 형과 누나에게 친자식처럼 잘해주시고 살림도 잘하셔서 그리하신 것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야 깨달았다. 그때 나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아버지 승낙 없이 씨암탉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매형뿐이라는 것도 그 무렵에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큰형님은 큰 길가에 양옥집을 지어 이사하고 고향집은 팔았다. 내가 시골에 가면 고향집을 먼발치로 바라다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집도 허물어지고 새집으로 바뀌었다. 도랑도 그대로 있는데 물은 하나도 없었다.

 

  어제도 오늘도 상자 같은 아파트 빌딩 숲속에 살면서 고향 하늘을 그리워하는 게 비단 나뿐일까? 우리 아들딸은 고향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나는 글을 쓰면서 자주 김재호가 시를 쓰고 이수인이 곡을 붙인 ‘고향의 노래’를 듣는다.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 / 창 열면 하얗게 뭇 서리 내리고 /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 ~ ~ 이제는 한적한 빈 뜰에서 보라 / 고향 길 눈 속에선 꽃 등불이 타겠네~ / 고향 길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후략)

 

 고향은 어머니 다음으로 그리운 상대다. 고향이 도시인 어느 후배는 완주군 경천에 있는 ‘화암사’를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곳 진입로에 있는 자작나무 숲이 고향이라고 했다. 봄이 왔다. 산수유 꽃도 피었고, 매화꽃도 만개했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산천을 찾아 마음의 고향도 만들고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함도 느끼고 싶다.

 

                                                 (2019.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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