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과 나의 하루

2019.03.15 14:53

정석곤 조회 수:5

3.1운동 100주년과 나의 하루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석곤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 의요 ….

  2월이 저물자 3.1절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다. 몇 번 불러도 가사가 뒤죽박죽이었다.

     

  지난 주, 신 장로한테 3.1절 백주년 기념 ‘1000인 평화원탁회의’에 참석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우리 교회가 원탁 하나를 배정받았다며.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내 대답은 들릴락말락했다. 그 뒤 윤 장로도 안내 광고지를 문자로 보내왔다. 참가비만 눈에 띄고 내용은 개 꼬막 보듯 했다. 아마 명강사의 평화통일 강연과 만세를 부르며 끝날 거라고 짐작했다.

 

  오늘은 3.1절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라 서울에서 독도까지 기념행사로 우렁찬 만세소리가 울려 퍼지는 날이다. 은 교장은 만세를 부르러 도청으로 간다며 문자로 자랑을 했다. 앞집은 그 날을 되새기려 대문 양쪽에다 국기를 달았다. 이 목사님은 중부비전센터에서 YMCA, YWCA가 주관한 3.1운동 100주년 아침 기념행사에 다녀와 지인들이 보인 사진을 보내주었다.

 

  나는 오후 행사를 기다리면서 아내랑 KBS 1TV 방송의 서울 광화문 앞 초대형 3.1절 기념식장에 참석했다. 3.1절 노래를 따라 불렀다. 기미년 정오(正午)에 맞춘 만세삼창 순서였다. 초·중학교 시절 기념식에서 만세를 불렀던 추억이 생각났다. 벌떡 일어나 선창에 따라 만세를 불렀다. 100년 전, 선열들의 목숨을 건 독립정신을 기리며 만세를 부르고 나자 힘이 불끈 솟았다.

 

  우리 여덟은 서둘러 2시에 맞추어 전주대학교 희망 홀에 들어섰다. 행사는 전북지역평화원탁회의가 주관하고 후원은 전라북도와 전라북도교육청 그리고 전주시였다. 다들 배정된 원탁에 아홉, 많게는 열둘씩 앉아 시작만 기다리고 있었다. 100개 단체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모임이었다. 우리는 70번 원탁에 앉았다. 파란 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한반도가 그려지고 행사 이름과 ‘평화 새로운 미래’라 써진 목도리를 받아 목에 둘렀다. 태극기와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인 수기도 받았다 

  진행 순서가 색달라 깜짝 놀랐다. 듣고 따라가는 소극적인 행사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 요구돼 다소 긴장됐다. 간단한 개회식에 이어 1시간 20분이 넘은 원탁토론이 시작됐다. 토론 주제 발제도 강연을 듣는 게 아니라 3.1운동에서 미래 평화통일을 바라보는 내용의 동영상을 봤다. 인사를 나누었는데 우리는 다 알아 웃느라 자기소개를 하는둥마는둥 했다.

 

 

  원탁별로 사회자와 서기를 정했다. 나는 서기를 맡았다. 주제는 ‘시민이 그리는 새로운 100년’에 따른 세 개의 소주제다. 발표자는 2분짜리 모래시계를 보며 의견을 발표했다. 먼저 나는 3.1운동의 현재 의미를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이라고 정했다. 다음은 평화의 시대 내가 할 일은 통일에 대한 긍정적 사고와 하나님께 기도하기로 했다. 끝으로 공동결의는 ‘통일에 대한 긍정적 사고로 북한과 의견 차이를 인정하며 민족이 하나 되는 일에 앞장서자.’로 정리했다. 진행자는 소주제별 토론 마치자 바로 원탁별 다수 의견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구체적인 실천 결의가 못 된 게 아쉬웠다. 토론이 끝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이제 미래 100년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평화의 합창 ‘백두산’과 ‘가자, 통일로’를 불렀다. 각각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우리의 백두산으로’와 ‘웅크렸던 호랑이가 기지개 켠다’로 시작한 노래다.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들며 노래를 목청껏 부르니 마음은 백두산에 가 있었다. 8천만 겨레가 하나로 굳게 뭉쳐 통일로 나가는 소원이 간절했다. 이어 새로운 100년을 열며 전북지역 시민 평화 선언문을 낭독했다. 모두 손뼉을 치며 깃발도 흔들었다.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선언문을 작성했는데, 회담 결렬로 내용도 다소 수정했다는 진행자의 말을 들으니 또 한 번 마음이 아팠다.

 

  “백두산으로 가자! 전북도민 합하여 가자! 가자! 가자!

  구호를 세 번 외친 다음에 국기를 높이 치켜들고 100년 전에 순국선열들이 외친 걸 되새기며 만세 삼창을 했다.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식장은 국기의 물결과 만세의 함성이 어울려 백두에서 한라까지 퍼져 곧 평화통일이 올 것만 같았다.  

 

  3.1절마다 국기게양커녕 들이나 산으로 나가곤 해 꺼림직했었다. 오늘, 기념행사에 자의 반 타의 반 따르는 게 정부와 각 계가 100주년에 의미를 부여한 만큼 내 하루 의미도 커 뿌듯했다. 눈을 감고 또 3.1절 노래를 불러 보았다. 가슴이 뭉클했다. 한반도에 평화통일이 더디더라도 밝은 생각으로 작은 내 몫을 다 하리라.  

                                           (2019.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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