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2019.03.16 05:58

최상섭 조회 수:4

봄바람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반 최 상 섭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좋아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고 했다. 청화대에 근무하는 비서관들에게 액자로 만들어 나누어 주고 꼭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직자가 지녀야 할 훌륭한 덕목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春風)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관리함에 있어서는 가을날의 서릿발(秋霜)처럼 냉정하게 해야 한다는 이 고사는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글이다. 이 글은 명대(明代)의 홍자성이 지었는데, 이 사람은 1600년대 전후 중국 명나라 신종대 사람으로, 생몰(生沒) 연대가 확실하지 않고 경력이나 인물됨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다만 스스로 ‘환초도인(還初道人)’이라 불렀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글을 남길 당시엔 다만 이름만 알려진 사람이다. 이 말의 원문을 보면「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으로 ‘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春風)처럼 부드럽고 너그럽게 하며, 자기 자신을 지키기는 가을 서리(秋霜)처럼 엄하게 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나는 오늘 미세먼지도 없고 하늘이 너무 맑고 청명하여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운동장을 여러 바퀴 돌면서 봄날의 환희를 만끽했다. 따사로운 봄바람이 살갑게 불어와 정녕 봄이 우리 곁 문설주에 왔음을 실감했다. 장구채나물이 화사하게 웃으며 눈인사를 했고, 흰까치수염꽃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뿌려놓은 듯 지천으로 수없이 피어서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얼마만인가? 실로 해가 바뀌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흰까치수염꽃의 진객 앞에 나는 두 팔을 벌려 사랑했다고 진정 보고 싶었다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었다. 겨우내 혹한에 인고한 서러움은 안중에도 없고, 샛별처럼 반짝이는 저 예쁜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 예쁜 꽃을 왜인들은 개불알꽃이라고 불렀으니 그들의 안목이 참으로 왜인답다.

 

  나는 우리나라 풀꽃들을 유독 좋아해서 인터넷상의 내 이름을 『야생화』라 했다. 뿐만 아니라 재직시절에는 재직하던 학교에서 우리풀꽃 전시회를 6회나 개최했고, 2009618일과 19일에는 YTN 방송국에서 한나절을 촬영한 전시회 광경을 뉴스 중간타임에 210초간 8회씩 16회를 방송해 주었다. 방송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해서 대학재학시절 친했던 친구가 졸업 후 헤어져 소식이 없었으나 이 방송을 보고 연락이 왔고, 부산의 조카로부터도 전화를 받았다. 특별히 자랑스러웠던 것은 학교를 3계절 꽃피는 학교로 30여 종 3,000본의 우리 풀꽃을 식재하어 야생화 천국을 만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빛바랜 훈장처럼 역력하다.

 

   요즈음은 분경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넓은 화분을 구입하여 격이 잘 어울리는 수석을 고정시키고 그 수석의 분위기에 맞는 풍난이나 석곡 등을 수석에 부착한 뒤 주변에 넉줄고사리며 홍바위취, 종줄사철 등을 식재하고 금모래를 깔아주면 작은 정원이 된다. 학교 현관에 7점의 분경을 만들어 전시했더니 이를 보는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반기며 좋아한다. 물론 매일 스프레이를 해 주어야 하는 일이 귀찮기도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즐겁고 재미도 있다.

 

  봄은 남녘의 화신을 데리고 와서 초록의 대지에 점령군의 휘장을 두르고 있다. 겨울의 언 강물 풀린 잔잔한 호수에는 철잃은 철새가 아직도 한가롭고, 휘파람 부는 종달새의 노랫소리 또한 정겹다. 화려하게 부활하는 이 봄에는 멀리 떠나간 친구가 돌이오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2019. 3. 14.)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7 배고픔을 느끼고 싶은데 김창임 2019.03.20 4
526 피는 못 속인다더니 구연식 2019.03.20 4
525 이제야 나도 철이 드는 것일까 이진숙 2019.03.19 6
524 팬지꽃 백승훈 2019.03.19 5
523 100세 시대의 축복과 재앙 사이 두루미 2019.03.18 14
522 무술년 우리 집 10대 뉴스 김삼남 2019.03.17 4
521 걸으면 뇌가 젊어진다 두루미 2019.03.17 4
» 봄바람 최상섭 2019.03.16 4
519 3.1운동 100주년과 나의 하루 정석곤 2019.03.15 5
518 우수 김재교 2019.03.14 9
517 달갑잖은 불청객, 먼지 양희선 2019.03.14 32
516 엄마의 거짓말 장지나 2019.03.13 43
515 고향 전용창 2019.03.12 54
514 3.1운동과 기독교 한성덕 기독교/\ 2019.03.12 25
513 인천차이나타운 정남숙 2019.03.12 48
512 행복을 주는 아이들 변명옥 2019.03.12 42
511 3.1운동 100주년 전주 재현행사를 보고 김길남 2019.03.11 49
510 태국여행기(1) 김학 2019.03.11 46
509 평화로 가는 길 멈출 수 없다 김태희 2019.03.11 48
508 봄 온다 오현정 2019.03.11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