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축복과 재앙 사이

2019.03.18 06:15

두루미 조회 수:14

☞100세 시대의 축복과 재앙 사이☜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을 때 인간은 비로소 죽는다"
라는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얼마 전 104세의 나이로 안락사,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화제가 됐다.
그는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
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약"
이라 불리는 넴퓨탈 정맥주사 밸브를 직접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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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고령이라는 이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삶에서
 여행이 박탈된 순간 더 살아야 할 이유마저 잃은 것이다.

그는 사회와 질병이 더 간섭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내가 나를 어찌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육체가 나를 배반하여 내가 나를 움직일 수 없게 되기 전에
 삶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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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졌다.

그 기사를 읽고 나는 너무나 통쾌해 박수를 쳤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

인간의 굴종을 즐기는 오만한 죽음에 통곡과 음울한 장송곡
대신 환희의 송가라니!

이길 수 없는 죽음을 이기는 법.
이 역설적 가능성을 구달박사에게서 보았다.
인생을 마치 야구 선수가 은퇴하듯 그만뒀다.

2군을 전전하며 구차하게 선수 생명을 유지하다
등 떠밀려 유니폼 벗는 게 아니고 아직 근사할 때 자신의 마지막을
직접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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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인간을 무릎 꿇려 데려가기 전에 인간이 먼저
 죽음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간 것이다.
죽음의 외적 현상일 뿐인 부재와
소멸에 겁먹지 않는 의연함이 없으면
 못할 일이다.

나는 죽음보다 "산송장"이 되는 일이 더 두렵다.
살아있어 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게 됐을 때
죽음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호흡만 겨우 유지하는
 억지 장수까지 평균수명에 포함시킨 "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우리 인생만 해도 죽음이라는 바윗돌을 등에 짊어지느라
불안하고 초조한 데 사회마저 죽음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다.

연명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인력은 물론이고
 과도한 장례 비용과 절차,
묘역이나 납골당 등 시설에 소비되는 제반까지
 다 죽음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또 무겁게 여기는 풍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와 엄숙함에서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꾸 외면하고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삶 안으로 불러들여 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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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구달박사 같은 사례가 생길 수 있을까?
작년부터 시행된 존엄사법"이 "웰다잉" 문화확산의
첫걸음일 것이다.

나는 요즘 한국판 "환희의 송가"를 즐겨 듣는다.
 경쾌해 어깨가 들썩거린다.
 요양원 환자인 한 할머니가 무시로 흥얼거리는
정체불명의 노래를 편곡한 것이다.

"다 살았네. 다 살았어. 나이는 많고 다 살았네.
죽을 날만 기다리니 얼쑤. 어서어서 죽어 저승으로 가서
우리 아들 딸 훨훨 날게 해주시어 "주여"


죽음도 환희와 희망이 될 수 있다.

출처 : 詩人/이병철(옮긴글 받은매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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