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느끼고 싶은데

2019.03.20 16:39

김창임 조회 수:4

배고픔을 느끼고 싶은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6·25 전쟁으로 인해 제철에 농사를 짓지 못한데다가 심한 가뭄까지 들어 먹고 살 식량이 부족했다. 여건이 나은 집은 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옥수수로 끼니를 이어가는 가정이 많았다. 그것마저 없는 집에서는 무청이나 쑥을 말려 놓았다가 그것을 넣어 죽을 쑤어 먹었단다. 때로는 소나무 껍질이나 띠 뿌리, 칡을 캐서 먹었고, 그것도 구하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 집은 곡식이 그런대로 있었지만 밭곡식이 없어 팥이나 콩을 넣어서 찰밥이나 팥죽을 쑤어 먹고 싶은 욕망은 채우지 못하고 살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 필요한 시기인데, 나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 밥을 먹었더니 속이 덜덜 떨려 아주 힘들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당시 학교에서는 따뜻한 물을 제공한다는 방송을 했다. 그러면 그날 당번은 교무실로 가서 주전자에 따뜻한 물을 받아왔다. 그런데 나는 밥을 물에 말아먹기를 아주 싫어했다. 그래서 찬밥은 먹기 힘들었지만 밥을 물에 말아먹기가 싫어 아예 밥을 굶었다. 굶은 채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려면 기차가 달리는 철다리를 건너야 했다. 장성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보면 무서운 용이 나를 쫓는 것 같았다. 마치 용처럼 느껴지는 기차가 달려오면서 ‘그 철다리만 건너라. 그러면 너를 가만 두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기차를 보며 건너게 되면 심장이 벌렁벌렁 두근 반 서근 반 하는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가까운 곳에 달떡을 파는 할머니 구멍가게가 있었다. 하지만 겨우 학비만 대고 다니는 처지라 그걸 사먹을 용돈이 없어서 한 개에 1원밖에 하지 않는 그 맛있는 달떡을 사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점심을 거른 나는 배가 무척 고팠다. 지친 몸으로 집에 오면 배고픔을 이기려 잔뜩 음식을 먹게 되니 자연히 과식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그때부터 위장이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지 않았나 싶다. 거기다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되는데 육류를 싫어하는 등 편식을 했다. 그런데다 성격이 예민하여 내일 할 일을 미리 해두어야 직성이 풀렸다. 또 다른 사람이 내게 하는 잔소리를 못 듣는 예민한 성격이다.

 우리 시댁은 시어머니가 두 분이어서 서로 남편을 차지하려는 데만 급급하여 일부러 나와 남편 사이가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효자인지라 부모님 입장에서만 모든 것을 생각했다. 그로 인해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거기다 내 큰아들과 둘째아들은 저녁에 귀잠을 자지 않으니 나는 항상 수면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보약을 지어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사실 밥 세끼 잘 먹고, 잠 잘 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보약이다. 남편은 아무 걱정이 없으니 잘 먹고, 잘 자고, 사랑까지 넘치도록 받아먹지만, 나는 사랑은커녕 시어머니 잔소리에 아이들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나는 병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1981, 광주에 있는 단식원에 들어가 10일간 단식도 해보았다. 그랬더니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몇 년 뒤에는 우리 집에서 남편과 같이 단식을 한 적도 있다. 단식을 하면 장이 확실히 깨끗해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단식을 하면 칼슘이 많이 빠져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요사이는 간헐적 단식만 하고 있다.

 

 주부라서 단식 중에도 나는 절제하며 음식을 만들어 가족의 밥상에 올려 했다. 간을 보고서도 보고 나면 음식을 뱉어버려야 한다. 한 번은 단식을 하다가 회복이 늦어서 정읍아산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큰아들의 치과대학 졸업식에 가야만 했었다. 우리 안방에 걸려 있는 그때의 졸업사진을 보면 그 때의 내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장이 활력을 잃은데다 나이까지 70세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요즘 나는 끼니때가 되어도 별로 배고픈 줄을 모른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아이고 배가 고파 견딜 수 없네!’하고 심하게 배고픔을 한 번 느껴 보았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꼭 그랬래 보았으면 좋겠다.   

                                                 (201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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