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짓게 해 주세요

2019.03.21 14:53

최동민 조회 수:3

[전북일보 금요수필] 새해 복 많이 짓게 해 주세요

 

최동민


최동민최동민

오늘도 맑게 갠 하늘을 보니 내 마음도 푸른 하늘처럼 맑다. 비가 오지 않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테니스장으로 간다. 집에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은 유독 더웠다. 아침부터 가만히 서 있어도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우리 클럽의 젊은 친구가 시원한 수박을 한 덩이를 사 왔다. 더울 때는 수박처럼 시원하고 푸짐한 것이 없다. 수박 한 덩이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흐뭇하게 해주었다. 참 고마웠다. 그런데 그다음 날도 수박을 사 왔다. 이것이 얼마나 복 받을 일인가?

내가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음에는 내가 수박을 준비했다. 그다음에 다른 친구가 그리고 또 다음 친구가 사오니 수박파티가 줄을 이었다. 이런 덕택에 지난여름을 시원하게 보내었다.

이런 분들이 있어 여러 사람이 행복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운동이 끝나면 이번에는 총무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이 줄지어 식사를 제공한다. 누구라고 순서를 정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돌아가면서 베풀고 있다. 모두 식사와 더불어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회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운지 모르겠다. 단골로 다니니 언제나 푸짐하고 인정이 넘쳤다. 이 맛이 그리워 주말이면 어딜 가지 못한다.

나는 매일 아침 새벽 미사 때면 ‘저는 복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더욱더 복을 많이 짓게 해 주십시오’라고 천주님께 빌곤 한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안골노인복지관에 내는 기부금도 더 올려서 내기로 했다. 내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조금이나마 앞장서서 실천해 보려는 마음에서 먼저 베풀려고 한다.

언젠가 나와 같이 평생교육원에서 공부를 하는 학우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아는 것이 많았다. 베풀기를 좋아하고 복을 받으려 하지 않고 지으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이것을 보고 나도 복을 받으려 하지 않고 복을 지으려고 한다.

베푸는 것도 배워야 한다. 훌륭한 사람들의 베풂을 보면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적이서 감동적이다. 이것을 본받고 깨달아야 한다. 행복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받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면 상대는 문을 열지 않는다. 베푸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일이며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공공기관은 우리에게 베품이 많다. 지난여름 도서관이 제일 좋은 피서지임을 알았다. 집 근처에 시립도서관이 있는데 아침 9시부터 밤늦게까지 개장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여 공부하기 좋다. 요즈음은 농한기라 조금 한가하다. 한가한 시간이 있으면 도서관으로 나가 하루를 즐긴다. 신간 서적도 많아 일부러 돈을 주고 살 것도 없다. 월간 잡지나 신문도 보며 시사상식도 넓힐 수 있다.

나는 아내 덕분에 행복하다. 아내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곁에서 나를 잘 도와주고 있다. 아내도 베풀기를 좋아한다. 한 번은 우리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아래층에 사는 아줌마가 ‘지난번 아로니아 가루 귀한 것을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하며 김치와 두부를 건네었다.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내는 주위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포용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그리고 요가 스트레칭으로 자기 관리를 잘하여 언제나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요리 솜씨도 좋아 식탁을 즐겁게 해주어서 항상 고맙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다 많은 복을 지어야겠다.

 

* 최동민 씨는 교직에 재직하다 퇴직했다.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원, 안골은빛수필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암 이삼만 선양회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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