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독일총리가 사랑받는 이유

2019.04.06 09:30

한성덕 조회 수:7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랑받는 이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웬일인지 독일총리 메르켈이 자꾸만 떠올라 글을 쓰고 싶었다. 장기집권에 따른 명성보다, 남다른 생각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에 관한 일화가 유명해서다. 설교에까지 도입했으니 부녀에 대한 감정은 늘 호의적이다.  

   메르켈은, 1954717(64) 서독의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개신교 목회자요, 신학자인 아버지 호르스트 카스너와, 영어와 라틴어 교사였던 어머니 헤어린트 카스너 사이에서 출생했다.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유럽 최고의 경제대국이다. 쌍두마차라 할 만큼 유럽체제를 이끌고 있다. 같은 유럽이면서도, 영국이나 프랑스는 부드럽고 여성적인 이미지라면, 독일은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히틀러, 나치주의, 유대인학살 등 악명 높기로 유명한 탓이다. 여성총리 메르켈이 오랜 세월 동안 집권하면서 그런 명성(?)을 상당부분 다독거려 놓았다.

  메르켈 총리를 무티(Mutti:엄마)라고 부르는 까닭은, 부드러운 ‘엄마 이미지’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물론,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단호함도 있다. 그래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러한 그녀의 ‘이중적 리더십’은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논리에 강하고 이성적인 독일인은 신학과 교육, 과학과 기술문명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일반교육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들이 독일신학을 접했다. 그러나 처음의 보수신학이 변질되었다는 이유로 사실 보수신학계에서는 독일신학이 외면 받는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통일 독일의 ‘헬무트 콜(1982~1998)’과 ‘게르하르트 슈뢰더(1998~2005)’에 이어 제8대 총리가 되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이요, 어려움도 있지만 여전히 총리직에 충실하다. 실은 그녀보다 카스너의 일화에 감동이 밀려와 총리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61813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1989119일은 그 장벽이 무너졌다. 장벽이 세워지기 전 270만여 명의 동독인들이 자유를 갈망하며 서독으로 이동했다. 1954, 그런 와중에서도 구름 인파 속을 헤치며 유난히 동쪽으로 가는 자들이 있었으니, 서독출신의 ‘호르스트 카스너’ 목사가족이었다. 메르켈이 출생한 지 6주 만의 일이다.

  그 당시만 해도 동, 서독의 왕래와 이주가 자유스러웠다. 너도나도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서독으로 이동하는데, 메르켈의 아버지 카스너 목사는 오히려 동독을 선택했다. 침침한 동굴을 더듬더듬 기어들어가는 격이었으니, 그 무모한 행동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 쳤을까? 그러나 카스너의 생각은 단순하고 확고했다. ‘서독은 신학자와 목회자들로 넘쳐나는데, 동독은 목회자가 없어서 수많은 영혼들이 방치되고 있다’며 자신을 희생시키는 결단이었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예견한 선지자다운 생각이 아닌가? 카스너는 동독에서 목회를 하며 장애인들을 돌보았다.

 

  부모의 이 같은 헌신으로, 독일 역사상 여성이면서 최연소요, 동독출신의 독일총리가 탄생했다. 세계 역사에 괄목할만한 여성이다. 2005년 총리가 되어 내리 4선으로 재임 중이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2010년을 제외하고, 포브스는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로 선정했다. 2015년 ‘타임지’는 ‘자유세계의 총리’라는 이름을 붙여서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에서 제12회 ‘서울 평화상’을 수여한 바 있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에서 ‘세상은 쉽고 편해도 멸망으로 가는 길이 있고, 좁고 힘들어도 생명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가르친다. 카스너는 이 진리에 순응하며 겸손과 인내로 고난의 길을 가지만, 자녀만큼은 엄격한 신앙으로 양육했다. 이로써, 영광은 이럭저럭 되는 게 아님을 다음세대에게 일러준다.

 메르켈은 총리관저에 거주하지 않고 작은 아파트에서 산다. 일과를 마치면 남편 ‘요아힘 자우어’ 교수의 아내로 돌아간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보며,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것을 낙으로 여긴다.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총리를 만나도 사람들도 인사하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나라마다 사람마다 특유한 민족성이나 성격이 있기 마련인데, 메르켈은 정치와 가정사의 경계가 분명하다. 그저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네 것이라는 우리민족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메르켈은 어려서부터 열악한 환경과 두 체제를 경험했다. 그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사고력, 정치적 상황과 신속하게 대처하는 순발력, 또는 판단과 결단력을 키웠다. 그리고 세계 앞에 우뚝 선 입지전적 인물이 되었다.

  메르켈이, 정치적으로는 신중하고 판단에 민감하지만, 가정적으로는 소탈하고 검소한 전형적인 독일가정주부다. 글을 쓰는 내내 소탈한 행보와 엄마 리더십에 감동했다. 합리적인 독일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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