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기쁨

2019.04.06 14:05

신효선 조회 수:8

만남의 기쁨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 효 선

 

 

 

 

  꽃피는 4, 약동하는 봄기운이 대지에 충만한 계절.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이때, 해마다 한 번씩 만나는 여고동창이 만난 날이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한 동무들이다서로 아끼고 귀중히 여기고, 이해하며 웃어줄 수 있는 것이 친구라 했던가?

  화창한 봄날씨이길 빌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간 계속 좋은 날씨였는데 오늘과 내일 비가 온다니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카톡으로 주고받던 사연 대신 이제 직접 만나 회포를 풀 날이다.

  법정 스님은 좋은 친구 사이의 만남에는 서로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함께 놀던 죽마고우(竹馬故友),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뗄 수 없는 수어지교(水魚之交), 함께 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작년에는 고향인 부안에서 만났는데, 올해는 고창 ‘선운사 관광호텔’에서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기로 했다. 전주에 사는 친구들은 부안에 모인 친구들과 고창읍성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고창읍성은 453년 단종 원년에 축조된 문화재다.

  이번에는 특별히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독일에 정착한 친구가 고교동창을 만나기 위해 온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것이다. 그 애는 눈이 까맣고 작은 체구에 예쁜 인형 같았는데 어떻게 변했을까?

  고창읍성에 도착하니, 부안에서 온 14명의 친구는 읍성 구경을 마치고 선운사로 출발하려고 했다. 전주에서 온 10명의 친구는 철쭉이 만발한 읍성을 둘러보고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철쭉꽃이 한창이다. 읍성에 무리지어 피는 철쭉은 화려하게 장관을 이루지만, 나무숲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피는 철쭉 또한 장사진을 이루었다.

  호텔에 모인 친구들은 한 방에 모여 다과를 나누며 일 년 만의 만남에 정담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시간의 흐름도 잊게 했다. 독일에서 온 친구는 50여 년 만에 만난 셈이다. 많이도 변했다. 이제 머리엔 서리가 앉고 두 눈은 세월의 흐름을 머금고 있었다. 처음엔 여고시절 얼굴만 생각하니 몰라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옛날 모습이 서서히 보였다. 친구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잎클로버 잎을 독일에서 가져와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다.

 

  클로버는 아일랜드의 국화이다. 아마도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책갈피에 보관하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하며 우정을 돈독하게 만들던 고교시절을 생각하며 선물했을 것이다. 왠지 보고만 있어도 행운을 가져다줄 것 같은 네잎클로버. 시계꽂이라 불리는 클로버꽃은 어린 시절 반지도 만들어보았던 토끼풀이다. 의미있는 선물이었다. 친구들은 고마워하며 내가 친구들한테 선물한 수필집『여보, 우리 세계여행 떠나요』란  책갈피에 넣고 뿌듯한 우정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네잎클로버를 보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총탄을 피했다고 해서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클로버는 네 잎 이상 많은 잎을 가진 것도 있다. 기록에 의하면 현재까지 가장 많은 잎은 21개까지 있었다 한다. 첫째 잎은 희망, 둘째 잎은 믿음, 셋째 잎은 행복을 의미하고 넷째 잎이 행운을 의미한다. 토끼풀꽃은 곤충들이 꽃에 앉아 뒷발로 꽃잎을 내리누르면 꿀이 있는 곳으로 난 입구가 열린다고 한다. 이렇게 꽃잎을 내리누를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가진 곤충만이 꿀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네잎클로버는 유전자 변형에 의한 돌연변이로서 유전한다고 한다.

  대전에서 온 한 친구는 이침(耳針)을 가져와 친구들 귀에다 침을 놓으며 사람의 몸 상태를 말하는데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믿음이 있는 이야기를 했다. 이침은 귀에 있는 혈() 자리를 이용해 각종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이다. 귀에는 사람이 거꾸로 있는 모양이 있고 그 모형 속에는 사람의 내부 및 외부 기관과 신경이 연결되었다고 한다.

  이침을 놓는 친구는 나와 광주에서 몇 년을 함께 지내다 대전으로 갔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았다. 잠자리가 같은 방이어서 새벽 3시까지 지난 이야기를 했다.

  광주에서 7명의 친구가 모임도 하고 잘 지내다, 대부분 남편의 직장 따라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남편이 정년퇴임하고 내가 전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3명의 친구가 모임을 재미있게 했었다. 그런데 그곳에 남아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폐암에 걸려 고생하다, 작년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하늘나라로 갔다. 그 친구는 나와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성격이 활발하고 솔선수범하여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친구였다. 어느 날 세 쌍 부부가 봄나들이를 가는데 먹거리를 혼자 다 준비해오기도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여전히 오고 있었다. 친구들은 선운사의 동백꽃과 도솔암을 구경하려고 나섰다. 나는 몇 번 다녀온 곳이라 방에 남아있는 친구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떨어져 있어도 늘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친구들이기에 이 시간이 더욱더 소중하다. 우리가 만난 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가? 세월이 흘러 걷지도 못할 때 인생을 슬퍼하고 후회하지 말고, 몸이 허락하는 한 가보고 싶은 곳에 여행도 해야겠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친구들을 만나 근사한 삶의 향기가 나는 시간을 보내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다.

 

 (201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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