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만남, 참된 행복

2019.04.08 06:13

한성덕 조회 수:3

 좋은 만남, 참된 행복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목회를 하면서 늘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만남이었다. 목사는 좋은 교인을 만나야 하고, 교인들은 좋은 목사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 교회를 다니는 재미와 신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일상의 삶이 경쾌하고, 한 주 내내 은혜에 젖어 기쁨을 만끽하며 살 수 있다. 어찌 그게 교회뿐이겠는가?

  인류역사나 성경역사를 보면 안다. 좋은 만남으로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 때문에 인생이 뒤틀리고 불행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성경 인물 가운데서 질긴 악연을 소개하고 싶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요, 다윗은 두 번째 왕이었다. 젊은 시절, 사울의 아들 요나단과 다윗은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다윗이 사울 왕 휘하에서 장군이었을 때, 블레셋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다. 아낙네들이 열렬히 환영하며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 이라며 노래를 불렀다. 이때 사울의 속이 뒤집혀서 다윗을 죽이려고 결심했다.

  국사를 전폐한 왕은, 다윗을 죽이려고 눈이 벌개져 삼천 명의 군사로 나라를 샅샅이 뒤졌다. 분노가 얼마나 서릿발 같았으면 한 개인에게 그런 짓을 할까? 백성들이 다윗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자신의 자리도 자리지만, 왕자에게 넘겨줄 왕위를 잃게 되는 불안감이 더 컸다. 사울은 좋은 기회를 두 번씩이나 맞이하고, 다윗에게 단창을 던졌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왕자 요나단은, 왕의 자리보다 목동출신인 친구 다윗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 자신의 생명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더 이상 옹호할 수 없게 된 요나단은, 다윗과의 이별을 화살로 약속했다.

  산속 바위 뒤에 숨어 기다리면 약속된 시간에 세 개의 화살을 쏘겠다. 아버지의 심적 상태를 살펴서 왕의 분노가 사그라졌으면, 내 병사에게 ‘화살이 네 이쪽에 있으니 가져오라.’고 소리 칠 것이요, 그 반대이면 ‘보라! 화살이 네 앞쪽에 있다.’라고 하겠다. 만약, ‘화살이 네 앞쪽’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아주 먼 지역으로 피신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한 그 말의 뜻을 누가 알겠냐?’며 안심까지 시켰다.

  다윗이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화살이 네 앞 쪽에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하라는 신호가 아닌가? 요나단은 병사를 성내로 들여보내고 바위 뒤에서 다윗을 만났다. 물론 이전에도 종종 만났지만 ‘왕자와 목동’, 그 만남 자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아닌가? 남다른 감회에 다윗은 가슴이 울컥했다. 그는 친구이자 왕자인 요나단에게 세 번의 절을 했다. 왕자에게 취하는 경의보다 생명의 은인에 대한 인사였다. 서로 입을 맞추며 껴안은 채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그 속에는, ‘내 대신 다윗 네가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 다윗은 더욱 심히 울었다고 성경은 말한다.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만남인가? 세습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요나단은 왕위를 내려놓았다. 비록 목동이지만 다윗은 왕이 될 자질이 풍부하고,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왕대는 왕대밭에서 난다’는 말처럼, 당시로서는 그 어떤 수를 쓴다 해도 다윗이 왕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오늘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보여주는 좋은 만남의 본보기다.

  이 같은 멋, 그 행복을 우리 수요 수필반을 다시 찾으면서 새삼스럽게 느꼈다. 특강을 쉬고 이번 학기에도 실은 나갈 수 없는 형편이었으나, 정리가 잘돼 개강 한 달 만에 나갔던 것이다.

  먼저 온 문우들의 한결같은 환영과 사랑의 미소, 이어 들어오신 김학 교수님의 반기시는 악수, 미세먼지가 사라진 것 같은 실내공기, 그 따스한 마음들에서 행복바이러스가 뼛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몇 날 동안은 내 안에서 스멀거렸다. ‘왕자와 목동출신’ 같은 만남은 아니어도, 일상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좋았다. 그것으로 단번에 녹아들었지만, 올 때는 가슴이 꽤 콩닥거렸다.  

  수요 수필반의 만남은 특이하다. 대부분이 삶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인생 후반에 만난 분들이다. 각처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 고위공직에 계셨던 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들먹거리거나 난체하지 않는다. 티를 내거나 거만하게 으스대는 이도 없다. 그저 서로를 배려하고 상생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울 뿐이다. 학생은 스승을 닮는다는데 나이와 상관없이 그렇다.

  수필반에 입학한 지가 어제 같은데 어느덧 4년째다. 처음에는 먼저 식당 방에 들어가 방석을 깔아 놓고, 수저와 젓가락을 챙겼으며, 컵에 물을 따랐다. 식사 후에는 커피와 이쑤시개를 챙기고, 가끔은 먼저 나가 신발을 정리했다. 그런 과정에서 새 맛을 느끼고, 신속하게 녹아들었던 이유라면 이유다.

  입학 4년째인 지금은, 많은 분들이 들어와 너무 잘하신다. 그래서 더 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요반에 다시 돌아와 행복을 덥석 안았다. 도무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신아문예대학 수요 수필반의 마약성 바이러스인 성싶다.

                                       

                                        (2019.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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